농업유산 기획특집 7. 농업유산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과제
농업유산 기획특집 7. 농업유산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과제
  • 김환철·조 복 기자
  • 승인 2023.10.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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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소득자원, 관광산업까지…‘아직은 먼 길’
대나무밭 농업유산 연계 소득 ‘우수’…공익직불금 구축, 보존협의회 파트너쉽 ‘공통 과제’

과거 담양에서는 대나무 팔아 자식 대학 공부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담양주민들의 삶에 대나무가 스며있다. 대나무가 생계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플라스틱 제품에 밀리면서 담양의 대나무공예산업이 쇠퇴를 거듭했다.

지자체의 노력으로 2020년 담양 대나무밭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계기로 대나무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대나무산업이 부활의 싹을 틔우게 됐다.

본지는 향후 담양 대나무밭의 미래성장동력 가능성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농업유산에 선정된 다른 지역을 찾아가 농업유산을 활용한 관광·축제와 연계상품 개발, 그리고 판매전략 등을 벤치마킹했다.

담양 대나무밭 농업을 시작으로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 구례군 산수유 농업, 부안군 유유동 양잠농업, 장흥군 청태전 차농업,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수로 농업 등을 6회에 걸쳐 국가 및 세계중요농업유산 현장을 둘러봤다.

담양 대나무밭 농업은 세계농업유산 등재라는 위상에 걸맞게 죽공예품, 음식, 관광산업으로 이어져 대나무가 소득자원으로의 가치가 제고되는 등 모든 면에서 타 지역 농업유산보다 앞서있다.

대나무관련 사업은 180여곳에 이른다.

조경수·햇죽순·대통밥용 대나무 납품, 죽공예품·주류제조·대잎차·죽염생산, 죽제품 도소매업 등 다양하다.

여기에다 디저트·카스테라·아이스크림 등 대나무 활용 음식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대통밥·죽순요리 음식점 60여곳이 성업중이며, 죽녹원이라는 관광산업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담양군은 국산 죽제품 수천점이 전시된 한국대나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나무신산업계를 설치해 대나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채상장·참빗장·죽렴장·낙죽장·접선장 등 무형문화재 5명과 죽제기·세대삿갓·차바구니 등 9명의 담양군공예명인을 지정해 작품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죽세공예의 명맥 잇기에 노력하고 있다.

대나무밭 농업 보존협의회는 향후 내다·월산·대실마을을 중심으로 대나무밭 보전·관리를 위한 주민협의체 운영, 전통농업기술 계승 교육, 농업유산 관련 관광·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을 수행하게 된다.

군은 보전협의회의 법인화, 농업유산 체험프로그램 및 해설사 양성, 탐방로 정비 등을 통해 세계중요농업유산 대상지역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담양대나무밭 농업이 발전하려면 기획취재 대상이었던 타 지역 5곳과 마찬가지로 보존협의회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농업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을 위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제고돼야 하고,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유산 대상지역 농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해당 농업유산 지자체와 함께 국회에 공익직불금의 입법 공동 건의를 선도해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진다.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은 대한민국 최초로 국가중요농업유산과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명성에 걸맞게 청산도 관광과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됐다.

특히 구들장논보존협의회는 섬 주민들의 삶과 애환, 역사성이 담고 있는 구들장 논을 축제의 중심공간으로 부각시켜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완도군은 구들장논의 농작물 등의 주기에 맞춰 연중 축제효과를 기대하면서 구들장논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들장논보존협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사무국장 경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행정과 보존협의회가 유기적으로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잘 관리하는 사례로 손색이 없었다.

 

 

구례군 산수유 농업은 수령 100년이 넘은 1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산동면 일대의 빼어난 경관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9곳의 산수유 가공업체에서 17품목의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구례군은 2014년 국가지정 농업유산 지정을 계기로 산수유 군락을 유지·복원하고, 주변환경을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된 산수유 나무의 관외 반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산수유농업보존협의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산수유 군락지 보존과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보존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산수유마을학교에서는 도시학생들의 농촌유학을 유도해 소멸위기 학교 유지에 기여하고, 자녀와 함께 온 서울 학부모들에게 산수유 관련 일터의 기회를 제공해 지역 정착을 돕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행정에서 경제적인 이익과 소득증대에 치중하다 보니 농업유산의 유지·보존을 강조하는 보존협의회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산수유 축제도 주최측 보다는 행사 주체인 마을주민과 산수유 농가를 위한 축제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북 부안군 유유동 양잠농업은 100년 이상 된 전통 잠실 8곳을 보유하고 있는 1개 마을이 잠업 관련 문화적 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농업유산으로 선정됐다는데 매력적이었다.

참뽕나무와 밭농사만 가능했던 유유동 마을에 행정의 지원으로 부안 누에타운과 부안참뽕연구소가 조성되고, 누에타운 특구로 지정됐다.

양잠산업이 21세기 미래 산업으로 육성돼 다양한 상품개발로 활성화된 사례로 돋보였다.

유유동 양잠마을은 옷의 재료가 아닌 기능성 식품과 먹거리로 승부를 거는 역발상의 도전으로 양잠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굵직한 국책 사업들인 누에타운이 관 주도로 추진·운영되면서 유유동 양잠농업의 중심이었던 마을 주민과 농업유산보존협의회의 역할이 다소 축소됐다.

유유동 양잠농업의 중심인 마을주민과 국가중요농업유산보존협의회(구 전통양잠보존연구회)참여하는 체계로 누에타운과 특구를 보전·관리해 간다면 농업유산으로서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유동 마을이 잠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직불금이나 군 조례를 통한 지원 등 최소한의 농가소득이 보장될 필요성을 갖게 했다.

 

 

장흥군 청태전 차농업은 중국 운남성 보이차에 버금가는 발효차에서 비롯된다.

현재 일부 사찰이나 민가에서 약차로 이용되던 청태전의 복원과 표준화에 성공, 산업화로 접목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맛과 향이 뛰어난 장흥 청태전은 2008년과 2014년 세계녹차컨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품차 반열에 올랐다.

발효차 시장을 장흥 청태전으로 선점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장흥군은 청태전 제다법의 표준화와 품질의 고급화 연구를 추진하고, 생산된 제품을 다양한 음료로 활용하는 방법과 포장재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청태전 거점농가를 육성해 청태전 생산의 저변을 넓히고 차 산업 전반에 관한 전문가를 꾸준히 배출하는 등 청태전 명품화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농업유산보존협의회가 지역 생산자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고 생산, 가공, 유통 분야별로 단체나 조직이 난립하며 청태전 차농업의 보존관리가 분산돼 있다는 것이 흠이다.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수로 농업은 한들평야의 한정된 농업용수를 연방죽간 수로로 연결해 물을 재사용하는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한다.

병영·작천면 주민들의 의견으로 발굴된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이 물 나눔과 순환의 지혜를 인정받아 2021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과 국제배수위원회(ICID)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강진군은 농업유산의 체계적인 관리, 관광자원 개발, 지역농업인 역량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뒷받침해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보전협의회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사람과 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농업 생태적 가치의 보존·유지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한들평야 인근 주민들은 28.3면적의 연방죽과 논에서 연과 미나리, 우렁, 토하 등을 채취해 판매하고 있다.

한들평야에서 생산된 쌀·보리를 원료로 증류주, 약주, 막걸리, 병영소주 등 전통주가 제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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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