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세 시대,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염권철 전 담양군보건소장
[기고] 100세 시대,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염권철 전 담양군보건소장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3.10.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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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후 해마다 노인의 날’ 100세 노인에게 대통령 이름으로 청려장(靑藜杖)을 선물한다.

청려장은 1년생 잡초인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다.

조선시대 장수 상징으로 여겨 여든에는 왕이 하사했다. 그때는 쇠약한 몸을 의탁하는 의미를 넘어 집안과 마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생애를 공경하는 뜻이 더 깊었을 것이다.

청려장 전통이 무색할 만큼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악이다.

최근 10년 새 두배로 늘어난 ‘100세 노인기록 앞에 마냥 손뼉 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노인 인구도 2024년에 1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전체 인구 약 20%를 차지하니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빠른 고령화에다 오래 사는 시대다.

100세 시대, 이제는 은퇴 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사는 동안

안 아프고 건강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운동과 영양, 관계, 배움, 마음 건강 같은 4가지가 중요하다.

타고난 것보다 평소 생활 습관이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먼저, 많이 움직이자. 매일 운동하자. 운동만큼 든든한 노후자산은 없다.

일례로 무조건 걷자.

평소 발걸음보다 폭이 넓게 걷자. 힘에 맞게 계단 올라가기도 좋다. 조금 불편해야 건강하다.

하루 세끼 정해진 양을 정해진 시간에 먹자. 우리 전통 식단이 최고다. 단 음식을 끊자. 그리고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

다음은, 친구가 많으면 삶이 즐겁다.

나이 들수록 집에서 경로당과 복지관으로 나와야 건강하다. 혼자는 외롭고 둘도 부족하다. 끼리끼리 모여서 서로 걱정하고 참견해가며, 지지고 볶는 게 바로 얼마 전 우리네 삶이 아니었든가. 외로움이 마음의 병을 부른다.

어울려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산다.

이어, 쉼 없이 배우고 머리를 쓰자.

카페나 식당 문을 열었을 때 어서 오세요대신 키오스크를 마주하면 멈짓하게 된다. 스마트 폰과 인터넷 같은 디지털 기기는 노인에게 불편함을 넘어 차별이 됐다.

그렇지만 편리하게 살려면 이용해야 한다. 배울 기회는 아주 많다. 배우는 뇌는 늙지 않는단다. “나 안늙었당께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끝으로, 마음을 놓치면 삶도 놓친다.

노년기는 상실감과 소외감이 크다. 몸은 여기 있는데 과거에 살고 있으니 현실이 늘 우울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집에서는 더 이상 지식과 권위의 존재가 아니다.

많이 움직이면 마음 건강이 나아지고 몸 건강도 따라간다.

원만한 인간관계는 노후 재산 관리만큼 중요하다.

목표를 정하고 배우는 일 또한 더 없는 보약이다.

장수과학자 박상철교수 말을 빌려 100세 시대 삶의 길을 밟아가 보자. “삶을 무병장수로 보석(寶石)처럼 살 것인지, 병든 노인으로 화석(化石)처럼 지낼지는 오롯이 개인 노력에 달렸다.”

노년을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고 싶으면 지금 당장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