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기획특집 6.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수로 농업
농업유산 기획특집 6.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수로 농업
  • /김환철·조 복기자
  • 승인 2023.10.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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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죽간 수로 연결 한들평야 농업용수 확보 지혜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은 전남에서 두번째로 넓은 한들평야의 부족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축조된 전통 관개농업 방식이다.

병영·작천면 농경지 곳곳에 연방죽을 축조해 물을 저장·보관하고 방죽간 수로로 연결해 물을 재사용하는 등 열악한 농업 환경을 극복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하천에 흐르는 물을 수로로 연결해 생활용수로 쓰고 다시 병영성을 둘러싼 해자로 흘려보내 군사용으로 사용한 뒤 수로로 연결된 5곳의 큰 연방죽에서 정화를 거쳐 농업용수로 다시 활용해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은 한정적인 수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물 나눔과 순환의 지혜를 인정받아 2021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국제배수위원회(ICID)로부터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됐다.

 

병영·작천면 일대 한들평야

 

강진 생태순환 수로농업 대상지역은 수인산 아래 강진읍, 병영면, 성전면, 작천면 일대 한들평야 중 병영·작천면의 농경지가 해당된다.

농경지는 논 1707(17,072,081), 303(3,030,620)에 이른다.

강진군 7658농가의 15.8%1210가구 주민이 농업유산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한들평야의 강진 프리미엄 호평쌀은 전남 10대 고품질 쌀에 18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선도농업인들의 엄격한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의 역사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의 역사는 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17(태종 17) 전라병영성이 광주 광산구에서 강진군 병영면으로 옮겨오면서부터다.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는 병영성의 이전은 왜구의 침략에 대처하기에 지정학적으로 적합하고, 드넓은 한들평야에서 군량미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넓은 평야지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하천은 높지 않은 수인산에서 발원한 병영천과 상림 쪽에 흐르는 성동천이 전부였다.

그래서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연방죽과 보를 수백 개 설치했으며, 수로를 연결해 끌어들인 물은 성안 사람들의 생활용수와 성곽 주변 해자를 채워 군사용으로 쓰였다.

전통 수리시설은 고지도인 비변사인방안지도, 해동지도, 호남읍지, 강진군읍지, 호남영지 등에서 확인된다.

병영면 동쪽에 하고제, 서쪽에 중고제, 중가마을의 서쪽에 삼치제, 작천면의 내동에 돌치제, 용동에 용동제를 축조했다고 기록돼 있다.

1970년 제작된 지도에는 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5개의 방죽을 연결한 동서방향의 횡단 수로가 있지만 새마을 운동과 경지정리 과정에서 일부 연결 수로가 훼손돼 아쉽게 사라졌다.

병영면내의 수로 시설 곳곳엔 하멜 표류기의 주인공인 네델란드 상인 헨드릭 하멜의 흔적이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흔하지 않던 황토와 돌을 빗살형으로 쌓은 담장과 병영천 물길을 활용해 돌을 쌓아 보에서 분리된 수로를 만들어 가정에 끌어들인 하멜식 수로가 보존돼 있다.

 

병영이전과 병영시장 형성

 

전라병영성이 옮겨오면서 병영 일대는 시장이 들어서게 된다.

성 내에 1천여명의 군사가 주둔하게 되면서 각종 군수용품이나 생필품 수요가 늘어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된 것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국제해상교역의 시작점인 청해진을 관할했던 강진만 일대는 고려청자의 주요 공급처로 개경은 물론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주변국과 국제적으로 거래했던 상인들의 역사가 녹아있다.

성의 축조과정은 물론 완공된 후에도 상인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러 각종 군수용품 조달이나 생필품 수급에 참여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인세력을 병영상인, 병상이라 한다.

당시 북에는 송상(松商), 남에는 병상(兵商)’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병영의 상거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병영면에는 끝자리 3, 8일에 전통 오일장이 서고, 현재도 돼지불고기거리에서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돼지불고기 파티를 즐기는 불금불파라는 축제가 열린다.

돼지불고기 파티에는 연방죽 농업에서 생산된 쌀, , 토하 등으로 만들어진 각종 식재료가 빠지지 않는다.

 

연방죽 농업과 연계된 먹거리

 

병영·작천면 일대의 28.3면적의 연방죽과 논에서 연과 미나리 등이 생산되고 있다.

현재 5곳의 농업용수 방죽에는 연이 자라고 있다.

과거 병영사람들은 연방죽에서 연뿌리, 연줄기를 비롯 미나리, 우렁이, 토하 등을 채취해 판매하고 생필품으로 교환하는 등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보조 식량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예부터 농사를 마친 농민들은 가래치기 방식으로 저수지 물을 빼 붕어, 잉어, 가물치 등 물고기를 잡았다. 몇해 전부터 농업유산지역 주민들은 가래치기 전통을 재현하고 있다.

현재 병영에는 토종민물고기로 만든 향토음식 물천어와 연방죽에서 잡은 토하로 만든 토하젓은 농업유산지역 향토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들평야에서 생산된 쌀과 누룩으로 담가 증류 후 복분자와 뽕을 넣어 숙성한 설성사또주’, 한약재를 발효해 만든 약주 청새주’, 유기농막걸리 만월’, ‘병영설성생막걸리등 다양한 전통주가 제조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찰보리쌀 100%와 누룩으로 밑술을 만들어 숙성시켜 증류한 병영소주18도부터 40도까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연방죽 농업과 공동체 문화유산

 

강진 농업유산지역에는 효율적인 농업용수 사용과 가래치기 재현을 위해 연방죽회라는 마을단위 협력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연방죽회에서는 회원들이 소유한 논의 규모에 맞게 낸 비용으로 농업용수를 관리 사용하고, 방죽·둠벙 보수 및 가래치기 행사때 활용하고 있다.

2002년 효율적인 수리 조직 및 운영을 위해 연방죽회 관련 조례가 제정됐으며, 연방죽회 산하 104개 수리계, 2천여명의 계원이 참여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연방죽의 공동체 문화의 일환으로 가래치기’, 한들평야 노동요인 들노래’, 병영면 중고마을 모심기노래가 전승돼 농업유산 문화의 토대가 되고 있다.

 

강진군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 시스템보전은 2017년 군민과의 대화때 병영·작천면 주민들이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강진군은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한 강진 농업유산연구회를 구성해 자원조사, 보전관리, 사업계획을 수립해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이뤄냈다. 이후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 보전협의회가 발족됐다.

수로농업보전협의회는 사람과 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농업 생태적 가치를 보존·유지, 홍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과 수로농업시스템의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를 계기로 농업유산의 체계적인 관리, 관광자원 개발, 지역농업인 역량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힘써 군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다.

송용백 수로농업보존협의회장은 생태순환 수로농업 관련 자원의 복원과 발굴, 가래치기 등을 통해 세계농업유산 지정에도 도전하겠다행정에서 추진중인 연방죽과 병영성 등을 연계한 관광체험상품 홍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