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기획특집 5. 전남 장흥군 청태전 차농업
농업유산 기획특집 5. 전남 장흥군 청태전 차농업
  • /김환철·조 복기자
  • 승인 2023.09.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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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힐수록 진가 더한 천년의 발효차

 

5. 전남 장흥군 청태전 차농업

청태전은 녹차를 찌고 절구에 찧어 틀로 찍어낸 덩어리 차인 떡차의 일종이다.

동전과 모양이 비슷해 전차·돈차·단차라고도 불렀고, 숙성 과정에서 푸른색의 이끼가 낀 것처럼 변한다 해서 청태전으로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차 청태전은 1300년전 삼국시대부터 장흥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에서 생산해왔다.

특히 야생차가 많은 장흥군에서 그 전통이 지금까지 잘 이어지고 있다.

대개 발효차하면 중국 운남성 보이현에서 생산하는 보이차를 떠오른다. 허나 2008년과 2014장흥 청태전이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두차례나 최고 금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 발효차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약이 귀하던 시절 장흥에서는 아이가 아플 때면 할머니가 약 대신 청태전을 끓여 줬다 하여 약차로도 통한다.

또 전국 팔도를 오가던 보부상들은 물갈이를 피하고자 끓는 물에 타 음용하거나 배탈을 대비한 상비약으로 늘 품에 청태전을 지녔다고도 한다.

찻물이 부드럽고 구수하며 은은한 향이 있고 갈증 해소와 소화에 좋고 미용에도 효과적이다.

과거 차를 즐겨 마시던 삼국시대, 고려시대에는 청태전이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화 이후에는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장흥군은 청태전 명품화 사업을 추진해 일부 사찰이나 민가에서 약차로 이용되던 청태전의 복원과 표준화에 성공, 산업화로 접목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2호로 등재됐다.

 

야생 차밭 장흥 전지역에 산재

 

가을 햇빛이 찻잎에 부서져 내린 오후 안양면의 장흥다원을 찾아 다원에서 생산되는 장흥 청태전차와 가공품을 비롯 농촌교육농장과 치유체험 현장을 둘러봤다.

바로 장내순 장흥 청태전 국가중요농업유산보존협의회 회장이 일하는 현장이다.

장 회장을 비롯 보존협의회 회원 농가들은 국가중요농업유산의 가치를 회복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장흥 일대 야생차 서식지를 지난 2004년부터 꾸준히 칡넝쿨과 잡초 등을 제거하며 야생차 생산지를 조성하고, 영농조합을 설립해 청태전 보존에 매진해왔다.

청태전의 주재료는 장흥 곳곳의 야생 차밭에서 채취되며 생산 지역은 장흥읍 행원리 소나무숲 일대 10, 안양면 20, 관산읍 천관산 자락 30, 유치면 가지산 비자나무숲 일대 40, 부산면 관한마을 대나무밭 주변 20등 장흥 전지역에 분포돼 있다.

야생 차밭은 283이고, 이중 100정도에서 찻잎을 채취해 청태전으로 가공되고 있다.

청태전을 만드는 과정은 4월부터 5월까지 활발하게 찻잎을 채취하며, 채취된 찻잎은 실내에서 하루 동안 말린 뒤 쪄낸 다음 절구에 빻는다.

이후 모양을 잡아 1차 건조를 하고, 구멍을 뚫어 묶은 뒤 2차 건조를 해 6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장흥에서 청태전의 시음과 판매를 하는 다원은 보림다원 수인산다원 청태전연구소 다소원 장흥청다원 평화다원 장흥다원 여암다원 청태전카페 천관다원 성림다원 순야다원 골샘이야기 다미다원 등이 있다.

 

장흥 청태전 어떤 효능 지녔나

 

장흥 청태전은 다양한 효능을 지녔다.

장흥지역 청태전과 녹차의 성분분석보고서에는 청태전은 성분 함량이 녹차와 비슷하지만,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카페인은 녹차보다 적고, 충치를 예방하는 성분인 플라보이드 함량은 현저히 많다. 아연·망간··칼슘 등 무기물도 함유돼 있다.

특히 청태전 속 카테킨과 유기물 등의 성분은 항산화·항균·소취·항알레르기·항암 효과와 더불어 혈압, 혈당, 혈중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한다.

본초강목에는 종기치료제, 두통, 거담, 해갈, 해염 등에 효능을 보인 것으로 기록돼 있고, 동의보감에는 지방제거와 눈 밝아짐, 갈증해소의 처방에 쓰였다고 전해진다.

바쁜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청태전의 효능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무궁무진해 고부가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태전 복원에 성공한 장흥군

 

장흥군은 청태전 국가중요농업유산보존협의회, 청태전 생산 농가와 협력해 삼국시대부터 장흥지역만의 차별화된 제다법을 간직한 청태전을 복원하고, 수제 가공기술을 자체 개발해 맛을 표준화하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녹차와 관련해 세계중요농업유산인 경남 하동군과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보성군이 있지만 장흥군만의 생태문화적 특성이 강한 녹차를 발효한 청태전 농업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목포대학교산학협력단과 연구팀을 꾸려 청태전 명품화 사업을 추진, 옛 문헌과 민간에 담긴 독특한 제다법과 음용법을 연구해 정흥 청태전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장흥은 삼국시대부터 야생차의 자생지가 많아 청태전 생산에 최적지이며 고려시대 차를 생산했던 다소(茶所) 19곳 중 13곳이 있을 정도로 차의 주산지였다.

연구팀은 옛 문헌과 구전 속 생산지를 찾아 실태를 조사하고 기억이 남아있는 어르신들을 찾아 문헌상의 기록과 현존하는 실물을 비교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조사한 결과와 목포대에서 자체 개발한 발효차 제조 실험장비를 활용해 표준안을 만들고 20082월 청태전을 복원해 시제품을 출시했다.

장흥군은 20086월 청태전의 숙성 발효법에 대해 제조 특허를 취득했으며 장흥 청태전이란 상표등록을 출원했다.

청태전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맛과 향, 전통성 등에서 품질의 고급화와 차별화 등에 노력한 결과 2008년과 2014년 세계녹차컨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이탈리아 투린시에서 전통 종자와 음식을 보존하고자 추진된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서 돈차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2014년에는 슬로푸드 프레시디아(Presidia)’에 선정돼 진가를 인정받기도 했다.

 

발효차 시장 선점 꿈꾸는 청태전

 

장흥군은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청태전 제다법의 표준화와 품질의 고급화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생산된 제품을 다양한 음료로 활용하는 방법과 포장재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청태전 거점농가를 육성해 청태전 생산의 저변을 넓히고 차의 생산·가공·이용·문화 등 차 산업 전반에 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으로 다류 전문가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아울러 장흥은 청태전 표준 제다 실습, 청태전 품질 평가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청태전 명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흥 차의 전통과 역사적 명성을 회복해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최근 소비량이 늘고 있는 발효차 시장을 장흥 청태전으로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장내순 장흥다원 대표는 청태전은 중국, 일본의 발효차와 구분되는 독창성을 지녔으며 제다 방법이 달라 맛과 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좋은 차를 밥처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홍보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우수한 품질의 청태전이 공급하기 위해선 시비와 숲가꾸기 등 꾸준한 야생차밭의 관리가 필요하다청태전 생산의 근간이 되는 농가들의 야생차밭 생산지역에 대한 지원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