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기획특집 4. 전북 부안군 유유동 양잠농업
농업유산 기획특집 4. 전북 부안군 유유동 양잠농업
  • /김환철·조 복기자
  • 승인 2023.09.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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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랑 뽕이랑 오디랑…유유마을에 가면 양잠의 미래 보인다

 

유유동 양잠 농업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유유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온 전통 방식의 양잠 농업을 일컫는다.

양잠은 고치를 생산하기 위해 뽕을 길러 누에를 치는 일이다.

옷감을 만들 재료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 양잠은 국가에서 장려하는 산업이었다.

1960~70년대 전국 마을에서 양잠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1980~90년대 석유화학 합성섬유가 대중화되고 저가의 중국·베트남·캄보디아산 생사가 수입되면서 유유마을의 양잠농사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전국 대부분의 농가는 양잠을 포기했다.

유유동 양잠마을은 전북도·부안군의 도움으로 옷의 재료가 아닌 기능성 식품과 먹거리로 승부를 거는 역발상의 도전으로 양잠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유유동마을 양잠농업은 전통적인 잠사업의 가치, 뽕나무 군락과 주변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는 독특한 경관 등 생태문화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7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8호로 지정됐다.

 

# 유유마을의 양잠 역사

 

유유동 양잠은 고려시대부터 1천년 가까이 전해 내려온다.

1980년에는 전국양잠시범마을로 선정돼 한국 양잠의 맥을 이어가는 전진기지로 주목받았다.

유유마을에는 현재 수령 100년 이상 되는 산뽕나무 군락지가 두 곳이 남아 있다.

이 군락지는 일제 조선총독부의 양잠장려정책으로 보급됐던 산뽕나무로, 국가 주도의 근대적 양잠이 이뤄졌다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100년 이상 된 전통 잠실이 8곳이나 있어 잠업 관련 문화적 유산의 가치가 크다.

현존하는 전통 토석 잠실은 큰 돌과 작은 돌을 이용해 기둥과 벽면을 쌓고, 돌과 돌 사이의 틈새에 진흙을 발라 바람을 막거나 벽면을 보호하는 형태의 건축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부안을 잠총국(蠶叢國)’으로 비유하는 이규보의 시가 적혀 있으며, 조선후기 김정호가 펴낸 대동지지에는 뽕을 부안의 토산품이라고 기록할 만큼 역사깊은 양잠 지역이다.

농약과는 상극인 누에는 뽕잎이 조금만 오염돼도 바로 죽기 때문에 오직 친환경으로 뽕나무를 가꾸고 있다.

유유마을은 2003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대한민국 청정 지역으로, 2006년 지식경제부로부터 누에 타운 특구로 지정됐다.

2011년에는 향토산업마을조성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돼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다.

 

# 양잠산업 최적지 유유마을

 

유유마을은 변산반도를 감싸는 국도 제30호선과 지방도 제736호선이 만나는 마포 교차로 인근 유유저수지 위에 자리한 농촌체험마을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유유마을에 들어섰다.

안개가 내려앉아 신비한 느낌마저 감도는 유유동(遊儒洞)은 과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라는 뜻이란다.

변산반도 안쪽 내변산의 갑남산과 북재 등 산들이 마을을 둘러싸는 형국이며 분지에 가깝다.

농지 대부분이 물빠짐이 심한 자갈 토양이라 산자락을 개간해 감자·고구마 등 구황작물 위주의 밭농사를 짓거나 뽕나무 밭을 조성해 1년에 2번 수확하는 양잠 농사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마을주민 대다수가 양잠을 생업으로 삼고 오랜시간 전통의 양잠 농업을 발전시켜 왔다.

마을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을 전체 농가의 80%30여 가구가 40규모의 뽕밭을 가꾸고, 해마다 5천만 마리의 누에를 기른 전국 최대 누에 생산지다.

부안군에서는 양잠농가 276가구, 오디 생산 뽕나무 65, 누에치기 뽕나무 7.2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오디는 232t이며 누에는 2만마리 기준 338상자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유유동마을에는 양잠농가 11가구, 오디 생산 뽕나무 9, 누에치기 뽕나무 5.3이다. 지난해 마을에서 생산된 오디는 22t, 누에는 2만마리 기준 247상자 규모였다.

 

# 부안 누에타운과 참뽕연구소

 

전북도와 부안군은 지역 특산물인 참뽕을 브랜드화하고 누에산업을 섬유생산을 뛰어넘어 누에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문화관광산업 전환에 성공했다.

부안 누에타운에는 20104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참뽕 기반시설이 조성됐다.

부안 청소년수련원, 잠사 곤충시험장, 부안참뽕연구소 등 곤충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들어선 것이다.

76186부지에 연면적 2260의 지상 2층 규모다.

실내 시설은 누에 곤충 과학관 823, 탐험관 668, 체험관 478, 뽕나무 전망대 291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용 곤충인 누에의 생애주기, 부안 지역의 오디와 뽕나무, 누에와 관련 산업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부안참뽕연구소는 부안군 농업기술센터 산하의 참뽕 연구기관으로 참뽕 가공품 연구, 오디 유효 성분분석, 병해충 방제·육종·재배 연구 및 기술지도, 장비구축, 기업지원, 교육훈련 등에 관한 사업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오디뽕 표준 재배 매뉴얼을 연구해 안전하고 품질 좋은 오디 생산의 핵심 기술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오디의 산업적 적용과 항당뇨 물질 규명, 뽕잎 오디 기능성 쌀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산업과 연계한 부안 참뽕브랜드를 홍보해 나가고 있다.

해썹(HACCP) 시설을 갖춘 공동 가공센터에서 누에를 위생적으로 건조시켜 누에가루와 누에 환 등 기능성 건강식품을 생산, 잠업농가 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유유누에마을 참뽕축제

 

유유마을에서는 매년 5월 말 또는 6월 초에 참뽕축제가 열린다.

유유누에마을참뽕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부안군이 주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전북농업기술원 잠사곤충시험장에서 후원한다.

주민들은 누에의 영혼을 달래는 잠령제와 풍년 잠업 농사를 기원하는 풍잠제 등 누에로 생업을 이어가게 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누에 달리기 시합과 누에밥 빨리 먹이기, 누에 똥 먼저 눕기 등 재미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친환경 뽕잎을 먹이로 하는 누에를 알아가며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한다.

또한 누에치기를 재연하고, 오디막걸리·뽕잎반찬·뽕잎가루 첨가 음식 등을 선보인 참뽕 장날 먹거리 장터, 참뽕·누에 관련 기능성 제품의 홍보와 판매로 유유마을에서 생산되는 참뽕과 누에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 유유동 양잠농업의 미래

 

부안군은 누에·양잠 산물의 기능성과 잠재력을 인식하고, 21세기 미래 산업으로서의 양잠 산업의 육성과 관련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 부안 누에타운을 조성했으며 누에타운 특구 지정을 받아 유유동 양잠 경관 보전과 함께 다양한 관광 상품 및 프로그램 등의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굵직한 국책 사업들이 추진되고 관 주도로 누에타운이 운영되면서 유유동 양잠농업의 중심이었던 마을주민과 국가중요농업유산보존협의회(구 전통양잠보존연구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인상을 갖게 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 담당자의 잦은 교체로 전문성과 사업추진의 연속성이 아쉬웠다.

누에특구 조성 당시 조성했던 뽕나무 단지가 제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칡 덩쿨과 잡초에 잠식당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행정과 주민이 합심해 누에타운을 보전·관리해 간다면 농업유산으로서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손기홍 유유동 양잠농업보존협의회장은 누에타운 특구로 지정됐는데도 행정과 보존협의회의 원활한 소통 부재로 유유동 양잠농업의 시너지를 내지 못한 상황이 아쉽다면서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유유동 마을이 잠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직불금이나 군 조례를 통한 지원 등 최소한의 농가소득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