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기획특집 3. 전남 구례군 산수유 농업
농업유산 기획특집 3. 전남 구례군 산수유 농업
  • /김환철·조 복기자
  • 승인 2023.08.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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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노란꽃, 초겨울 붉은 열매…산수유마을이 북적인다

 

구례 산동면 일대는 산간지역으로 1천년 전부터 생계수단으로 마을어귀, 개울가, 비탈밭 등 유휴지를 활용해 산수유를 재배하면서 대규모 군락지가 형성돼 오늘에 이르렀다.

산수유농업 경관은 봄에는 노란 꽃, 가을엔 붉게 익은 열매가 장관을 이뤄 매년 두차례 축제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또한 산수유 군락지와 돌담에 서식하는 양서파충류, 곤충류, 조류, 초본류 등으로 생태계 다양성을 형성하고, 전통방식의 시비와 수확 및 씨 제거 과정에서 마을단위 협업정신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같은 농업활동을 통한 우수한 경관과 생태문화적 가치 등을 주목받아 지난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제3호로 지정됐다.

농업유산의 글로벌 자원화를 꿈꾸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산동면 산수유 군락지를 찾아갔다.

 

# 산동면 산수유 유래

 

산동면 산비탈에 산수유나무가 어떤 연유로 군락하게 됐을까.

1천년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구례로 시집올 때 산수유를 가져와 심은 것이 유래가 돼 산동이라는 지명과 함께 자연스럽게 산수유 농사를 짓게 됐다고 전해진다.

산동면 계척마을에 가면 할머니 나무라는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는데, 매년 노란 산수유꽃이 필 무렵 이 나무에 풍년제를 지내고 봄의 시작을 알린다.

산동면 일대에 수령 100년이 넘은 1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뤄 사시사철 빼어난 경관으로 오늘날 축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또한 산수유 열매가 고급 한약재로 팔려나가면서 경작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리산 산간지역 산동면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산동면 산수유군락지에서 이뤄지는 구례 산수유농업은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특화돼 있다.

 

# 산수유 꽃·산수유 열매 축제

 

산동면 산비탈과 마을어귀를 노란 산수유꽃으로 물든 이른 봄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산동면 지리산 온천관광지와 산수유문화관, 산수유 군락지 마을 일원에서 열리는 산수유축제기간에는 겨우내 움추려있던 전국의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산동면청년회가 주최하는 축제는 산수유 관련 체험과 산수유 농특산물 판매장이 마련돼 산수유를 경작하는 농가 살림에 도움이 되고 있다.

또 행사기간에 휴식과 힐링이라는 트렌드에 맞춰 산수유 꽃길 걷기가 열려 참가자들에게 산수유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산수유 홍보에 일조하고 있다.

수확기에도 산수유 열매 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산수유 열매 따기, 과육 분리 체험, 산수유 효소만들기, 술 담그기, 비누 만들기 등 산수유를 소재로 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해 산수유 농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 산수유 제품 유통현황

 

2022년 기준 9곳의 산수유 가공업체에서 17품목의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주로 산수유를 건조해 한약재 등 약용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파우치 음료 및 진액, , , 젤리, , 분말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되고 있다.

특히 구례 햅쌀과 지리산 청정 암반수로 빚은 핑크빛 산수유 막걸리는 애주가들에게 인기다.

산수유 유통은 쇼핑몰 및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28%, 약재시장·로컬푸드·마트·대형백화점 등 72%로 오프라인 판매가 강세를 보인다.

지난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산수유 열매 사용량이 8.7톤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소비된다.

산수유는 유기산과 배당체, 비타민A 등이 함유돼 특유의 떫은 맛과 신맛이 나며 간과 신장· 방광 기능 향상, 여성질환 등에 좋은 열매로 여름철 탈진을 예방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산수유는 예부터 오미자, 구기자와 함께 한약재의 3대 주요 첨가제로 사용돼 왔는데, 현재는 기능과 색상을 고려해 산수유가 수많은 가공제품에 첨가되는 등 산수유 소비처가 확장되면서 구례군 농업의 효자 종목이 되고 있다.

전체 940농가에서 산수유 건피 162t을 생산해 288천만여원의 매출을 올린다.

 

# 구례군의 농업유산정책

 

구례군에는 284.2면적에서 12만주의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례군은 2014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계기로 산수유 군락을 유지·복원하고, 주변환경을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된 산수유 나무의 관외 반출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산수유 보호 및 육성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산수유농업보존협의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산수유 농업의 근간인 군락지 보존과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고령화가 된 산수유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제제 개발·보급, 무인헬기를 이용한 병충해 공동 방제, 제초작업, 거름 주기, 열매 수확 등을 지원할 산수유사업단을 꾸리고 있다.

연간 300t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처리 설비도 갖춰 산수유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을 돕고 서리피해 예방을 위해 서리방지 팬을 도입하고, 산수유나무 단종 방지를 위해 보전직불제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구례군은 현재 국가중요농업유산을 뛰어넘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산수유농업 알리기 방안

 

산수유농업보전협의회는 산동면에 거주하는 산수유 농가들로 201512월 발족했다.

협의회에서는 산수유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한 우량품종을 보급하는 한편 산수유 농업 유산의 보전·관리 및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승호 치유농업사 겸 국가중요농업유산 해설사가 운영하는 산수유마을학교에서는 2014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반곡마을과 산수유 시목이 있는 계척마을 등을 경유하는 생태탐방로를 탐사하고, 월계마을 유기농 인증 산수유농장을 견학하는 등 산수유에 얽힌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엿보게 하고 있다.

또 초겨울까지 매달려 있는 산수유 열매를 먹이로 하는 새들을 관찰하는 조류탐사를 통해 자연생태계에 기여하는 산수유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자녀와 함께 농촌유학 온 서울 학부모들이 직접 만든 산수유 술빵과 강정, 산수유 머핀·막걸리 등을 판매, 소득원이 되도록 해 산동마을에 정착케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유학특화지역으로 선정된 산수유 마을에 도시학생들이 농촌유학을 오면서 소멸위기 학교 유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 산수유농업보존협의회 역할

 

행정에서 농업유산의 유지·보존 보다 경제적인 이익과 소득증대에 치중되다 보니 산수유농업보존협의회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고불고불 생태하천이 쭉 뻗은 둑으로 정비되고, 산수유 군락지 마을 위쪽에 골프장 유치가 진행돼 국가중요농업유산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도 적극적인 행보가 감지되지 않는다.

산수유 축제도 주최측 보다는 행사 주체인 마을주민과 산수유 농가를 위한 축제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제기간에 산비탈 밭에서 재배되는 농산물 판매 부스를 마을주민들에게 배려하고, 산수유 열매 사진촬영대회, 그림그리기 대회 등 산수유 농가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을 뛰어넘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거듭나고, 산동마을 산수유 농가는 물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중심에 산수유농업보존협의회가 서 있어야 하는 이유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