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기획특집 2.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
농업유산 기획특집 2.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
  • /김환철·조 복기자
  • 승인 2023.08.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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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애환·지혜 고스란히…청산도 전체가 생태박물관

 

2.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

 

완도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여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청산도에 닿는다.

1994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촬영지로 남도 판소리 가락과 어울린 청산도 들녁의 풍경은 전국의 유명세를 탔다.

공기가 맑고 산과 바다가 푸르다 하여 이름 붙여진 청산도는 구들장논, 해녀, 돌담장 등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된 데 이어 2011년 세계 슬로길 제1호 공식 인증을 거쳐 2013년 재인증됐다.

특히 400년 역사의 전통농법인 청산도 구들장논은 농업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청산면 전역이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 2014년 국내 최초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됐다.

 

# 청산도 구들장논 탄생

 

청산도 구들장논은 돌이 많고 물이 부족한 섬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지혜가 담겨있다.

국내에서 청산도에 유일하게 보존돼 있으며, 현재까지도 논농사에 활용되고 있다.

구들장논은 일반적인 다랑이논과 달리 물이 지하로 빠져버리는 사질토양과 경사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논 내부 자갈층에 구들장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은 형태를 띠고 있다.

스며든 빗물이 구들장에 고여 통수로를 통해 상부의 논에서부터 하부의 논까지 연결해 부족한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연속 농업관개시스템이다.

구들장논은 농업유산 9개 리와 일반관리 4개 리 등 청산면 전체에 산재 돼 있다.

구들장논 탄생은 자체적으로 쌀생산을 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여건을 극복해 냈던 옛 선조들의 처절했던 삶을 엿볼 수 있다.

구들장논이 의도적인 계획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청산도의 자연 조건속에서 비롯된 문화유산인 것이다.

 

# 청산도축제와 구들장논

 

유채꽃이 만발한 4월중순부터 한달간 청산도 슬로길걷기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구들장논 등지에 심은 유채꽃과 수려한 청산도의 봄 경관을 감상하고 구들장논과 주민 삶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섬 전체를 거닐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축제기간에는 구들장논에서 생산된 쌀과 검정쌀, 검정보리, 유채기름, 메밀, 감자, 홍화씨, 쥐눈이콩 등 농산물과 가공품이 인기리에 판매된다.

가을에는 구들장논 피크닉과 수확체험 행사를 하고, 노랗게 익어가는 계단식 구들장논의 풍경과 슬로길 따라 코스모스를 감상하게 된다.

슬로길걷기 축제기간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청산도 내에 있는 숙박업소 8, 민박과 펜션 100여곳, 일반음식점 45곳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처럼 청산도 축제와 구들장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구들장논이 처음부터 행정기관이나 주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봄철에 한시적으로 개최된 축제로는 청산도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구들장논의 가치가 인정받게 됐다.

청산도 축제의 중심 공간으로 구들장논을 끌어들여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로 주목받게 한 것은 구들장논보존협의회의 역할이 컸다.

구들장논을 활용하면 일년 내내 축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완도군에서도 농업유산의 복원과 정비, 홍보를 적극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다 군은 구들장논과 연계한 다양한 축제와 관광상품을 기획·개발하고, 구들장논보존협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사무국장 경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할 정도로 농업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구들장보존협의회를 인정하고 있다.

 

# 완도군의 농업유산정책

 

완도군은 구들장논의 국가 및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계기로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12월 보전협의회 사업을 추진할 사회적협동조합 보전두레에 지원할 근거가 되는 농어업유산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군은 또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촌공간정비사업공모에 선정돼 5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사업비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농업유산지구 핵심 보전 구역인 청산도 구들장 논 주변 마을의 빈집과 축사 등 농촌공간 유해 시설을 정비해 귀농·귀촌인을 위한 임대 주택을 마련하고, 구들장 논을 복원해 영농 기반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민 숙원인 복합문화시설과 세계농업유산센터 등도 조성하게 된다.

 

# 구들장논 오너제 운영

 

보존협의회에서는 도시 관광·체험객과 함께 농업유산 구들장논을 지켜간다는 명목으로 구들장논 오너제를 운영할 기금을 모으고 있다.

현재 123명이 등록해 모은 600만원 상당의 기금으로 구들장 논 농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취지에 공감한 연예인 손현주, 김제동, 정준하씨 등도 동참했다.

1년에 1구좌 3만원씩 오너제로 가입할수 있으며, 오너제 회원에게는 1년동안 생산된 농특산물 꾸러미를 보내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청산도를 찾는 도시민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돼 도시민에게는 구들장논에 대한 사랑을, 청산도 주민에게는 농특산물 지속적인 판매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 구들장논보존협의회 역할

 

마을이장 등 구들장논 농사를 짓는 주민 위주로 구성된 구들장논보존협의회는 2010년 구들장논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해 체험장을 조성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 농업유산 등재를 준비했다.

보존협의회는 구들장논에 대한 다양한 가치 보전 및 전승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구들장논 소유주와 주민을 중심으로 구들장논 주민해설가 교육,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한 농업유산 세미나, 구들장논 복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산도라는 전통 볍씨를 구들장논에 심어 고유종 보존에 발벗고 나설 야심을 갖고 있다.

또한 구들장논 체험공간을 마련해 봄에는 모내기, 여름엔 논 생태체험·허수아비 만들기, 가을엔 벼수확과 떡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구들장논의 풍경을 담아 기록하는 구들장논 사진·그림 경진대회, 도시민과 함께하는 구들장논캠프, 청산초·중 학생들이 참여한 구들장논학교 등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구들장논에 서식하는 긴꼬리투구새우, 가재, 하루살이류 등 동·식물의 분포 여부를 점검하는 환경조사를 실시, 농업유산의 데이터베이스도 착실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김미경 구들장논보존협의회 사무국장은 농업유산 구들장논을 보유하고 있는 청산도는 자연과 생태, 전통과 문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한 삶의 지혜를 공부할 수 있는 거대한 생태박물관이라며 봄철 유채꽃 슬로시티 축제에 구들장논의 가치를 접목시켜 사시사철 지속적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