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마을길이야기] 13.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 마을길이야기] 13.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3.07.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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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동굴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데요
3부 읍내길
담양읍 학동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김정한 사진작가
담양읍 학동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김정한 사진작가

13.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읍 학동리 학동마을에는 잔잔한 호수와 많은 갈대가 우거져 많은 학이 이곳에서 먹이를 찾아 모여들어 경관이 아름답고, 많은 학이 인근 노송에서 서식해 학동(鶴洞), 또는 학실이라 불렀다고 한다. 경관이 아름답다 보니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담양의 학교 학생이라면 모두 찾아오던 소풍지이자 주민들의 화전 놀이터로 담양군민들에겐 추억의 장소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던 학동리 소풍터가 이제는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다름이 아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때문이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송강호가 택시를 끌고 달려가던 길이 바로 순창에서 담양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 있는 화석나무로 유명하다. 20세기 초 고생물학자인 일본 오사카대학의 미키 교수는 일본 각지의 신생대 지층에서 발견되는 식물화석, 즉 오늘날 북미대륙에 큰 나무로 자라는 세쿼이아를 닮은 나무에 주목했다. 그는 이 나무가 세쿼이아를 닮았지만, 종류가 다름을 확인하고, 1941메타세쿼이아란 새로운 속명을 붙여 학회에 보고했다. 세쿼이아보다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진 나무란 뜻으로 접두어 메타를 붙여 메타세쿼이아란 새로운 이름을 만든 것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백악기에서부터 제3기층에 걸쳐 지구상에서 널리 자랐지만, 이제는 화석으로나 만날 수 있는 사라져 버린 나무로 알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미키 박사의 메타세쿼이아 발표가 있던 바로 그해, 중국 후베이성과 쓰촨성의 경계지역을 흐르는 양쯔강 상류 지류인 마타오치 옆의 한 마을을 순찰하던 왕전이라는 산림공무원에 의해 미키 박사가 이름을 붙인 메타세쿼이아 약 4천여 그루가 마타오치 연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벌써 200~300만년전 지구상에서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메타세쿼이아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 나무들이 1946중국지질학회지살아 있는 메타세쿼이아로 세상에 확정 보고되었다. ‘물가에서 잘 자라는 삼나무란 의미로 중국 이름은 수삼(水杉)’이며, 북한 이름도 수삼나무. 한때 지금의 소나무 이상으로 지구를 덮고 있었던 왕좌의 자리를 내주고 양쯔강 상류 한쪽으로 밀려나서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사라질 뻔했지만, 지금의 메타세쿼이아는 정원수나 가로수로서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에서 바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1950년대에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메타세쿼이아는 주로 남부지방의 가로수로 심었으며, 담양과 순창 사이의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은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담양군청 동쪽의 학동교차로에서 금월리 금월교에 이르는 옛 24번 국도가 담양의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옛 국도 바로 옆으로 새롭게 국도가 뚫리면서 이 길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되었다. 국도 24번 확대 포장 공사 당시 사라질 뻔한 것을 담양군민의 노력으로 지켜낸 결과 현재 담양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로수길의 총 길이는 약 8.5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길가에 높이 10~20m의 메타세쿼이아가 심겨있다. 이 길이 조성된 시기는 1970년대 초반으로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되었다.

그 외에 담양군 월산면에서 담양읍을 잇는 15번 지방도, 봉산면과 담양읍을 잇는 29번 국도, 금성면과 순창군을 잇는 24번 국도 일부 구간에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조성되어 있다.

초록빛 동굴을 통과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도의 길목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러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등에서 주관한 ‘2002 아름다운 거리숲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의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은행나무와 더불어 고생대부터 살아온 수종으로 병충해에 강한 속성수이기 때문에 이 길을 걸으면 무병장수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나뭇잎은 마주나기로 뻗어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하늘나라에서 신의 노여움을 사고 쫓겨난 천사들이 천상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맺기 위해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정령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나뭇잎의 특성과 설화로 인하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연인들이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늘 하루쯤 모든 시름 내려놓고 좋은 사람들과 메타세쿼이아가 두 팔을 뻗어 그늘을 드리워주는 가로수 그늘로 가볼 일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