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마을길이야기] 12. 담양의 근대문화유산 오일시장 골목길
[담양 마을길이야기] 12. 담양의 근대문화유산 오일시장 골목길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3.07.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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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죽물시장 융성…근대생활문화 중심지
3부 읍내길
담양읍 천변리 옛 우시장 골목길/김정한 사진작가

 

12. 담양의 근대문화유산 오일시장 골목길

관방제림은 도대체 담양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 문화적 자산인 걸까. 수해를 막는 용도와 관광자원이 되는 풍치림 그 이상으로 담양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니 다름 아닌 담양 오일시장이 관방제림을 중심으로 펼쳐진 까닭이다. 이 오일시장은 일제강점기 전국에서 가장 큰 시장 중의 하나로 담양 근대생활문화의 중심지였다. 자전거로 옛 시장 골목길을 한 바퀴 돌아보면 지금도 그 자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담양 오일시장의 중심은 담주리이다. 담주리는 담양 군내에서도 가장 면적이 협소해 밀집된 거주지로 형성돼 있고 7개 읍·면민이 이용하는 5일 시장이 소재하며,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상가 또한 많았다. 그래서 상가가 군내에서 가장 많은 곳이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담주리 서북을 가로지르는 길을 영정통이라 불렀다.

전통적으로 2일과 7일에 열리던 담양 오일시장의 생필품장은 옹기전, 닭전, 건어물전, 채소전, 고기전 등으로 구분돼 있었는데, 죽물시장, 우시장까지 어우러지며 차차 거대시장을 이루었다. 전국의 상인을 불러 모았던 죽물시장은 광주와 담양 사이에 철도를 놓게 했으며, 우시장 또한 장성 우시장과 함께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죽물시장이 중국산 수입품에 밀리면서 오일장의 쇠퇴가 시작됐다. 옹기전, 어물전, 고기전 등 장옥 구역마다 특색을 지녔던 장시들이 축소되면서 장은 장옥에서 벗어나 채소전이 열렸던 방천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자리를 찾아간 것이다.

 

담양읍에 오면 누구나 들러 한 끼는 꼭 맛보고 가는 음식이 시장국수이다. 관방제림 뚝방길을 따라 아름드리 노거수 그늘에 줄줄이 늘어선 평상들이 그 유명한 담양 시장국수를 즐기는 자리이다.

죽물 시장이 서는 날만 팔던 국수가 지금 담양 국수거리의 시작이었다. 죽세공품을 팔던 상인들이 빨리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삶은 면에 따끈한 국물만 붓게 되면 완성되는 국수를 즐겨 먹으면서 시장국수는 생산자와 상인들의 애환을 함께하게 되었다. 죽물 시장이 사라진 지금도 국수 거리는 죽녹원과 관방제림이라는 주변의 명소들과 함께 담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로 자리하면서 옛 죽물 시장의 영화를 대신하고 있다.

 

관방제림 담주리 구간을 중심으로 죽물시장이 펼쳐졌다면, 천변리 구간은 우시장이 펼쳐진 곳이다. 우시장은 70년대까지 있었다. 넓이는 현재 석재공장에서 담원식당 자리까지 1천여평 정도 되었고, 소가 100~200두 정도까지 나왔다. 각 읍면의 주민들이 캄캄한 밤에 집에서 소를 끌고 걸어와서 새벽 두 세시쯤 도착해 뚝방 나무 밑이나 천변에 묶어놓으면 음메~ 음메~ 소 울음소리가 애절하고 슬프게 새벽을 깨우곤 했다.

우시장에서는 소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가축이 다 나왔다. 돼지가 많았고, 염소 등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 다 모였다. 그리고 우시장이 열리면 약장사들이 왔다. 약장사가 오면 서커스도 오고, 차력사들도 오고 시끌벅적했다.

죽물 시장에 멸치국수가 있었다면, 천변리 우시장 주막에는 고기 국수가 있었다. 사라진 우시장과 함께 고기 국수도 사라졌지만, 선지 국물에 삶아놓은 천변리 고기 국수도 한때는 빼놓을 수 없는 오일 시장의 별미였다.

또한 우시장 옆에 자리한 천변리 정미소는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명절 무렵 정미소에서는 맛있는 떡방아 냄새가 났는데, 아이들은 떡방앗간에 남은 떡 찌꺼기를 먹기 위해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놈이 망보고 몰래 가져다 먹기도 했다. 천변리 정미소는 주인이 몇 번 바뀌었는데, 폐쇄된 채로 10여 년 정도 방치된 것을 군에서 매입해 지금의 정미다방이 되었다.

 

담양 담주리 죽물시장과 천변리 우시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생필품 시장은 존속하고 있다. 담주리 안 시장길은 담주 다미담 예술구로 깨끗하게 정비가 되었고, 담양시장도 현대화 사업이 추진 중이다. 깨끗한 환경과 주차장이 조성되면 쇼핑하기 좋은 장소로 거듭나겠으나, 아무래도 전통시장의 정취는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남을 것이다.

수많은 외래객이 작은 고장 담양을 찾는 이유는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는 쾌적함과 깨끗함을 유지해온 데 있다. 담양은 개발 안 하는 것이 개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도시를 찾아 태어난 마을을 떠나고. 어린 날의 골목길을 그리워하며 세상살이를 견딘다. 그래서 뚝방길은 변함없고 지는 노을도 변함없고 저 물길도 변함없다는 게 위안이 되는 것이다. 담양의 근대문화유산이나 다름없는 오일시장 골목길이 옛 정취를 간직한 채 존속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