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마을 길 이야기] 8. 향교리 대숲맑은길
[담양 마을 길 이야기] 8. 향교리 대숲맑은길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3.06.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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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향교리 마을길로 쭉~ 이어지다
3부 읍내길
8. 향교리 대숲맑은길
담양읍 향교리 죽녹원과 마을길/김정한 사진작가
담양읍 향교리 죽녹원과 마을길/김정한 사진작가

향교리는 조선이 개국하면서 향교를 세운 곳이며, 현재 담양군 관광 1번지 죽녹원 명소가 자리한 곳이다. 향교리 1구 향교(鄕校)마을에는 담양향교가 보존돼 있고, 2구 서원마을은 의암서원이 있었던 마을로 예부터 강학의 전통이 이어지는 곳이다.

향교마을은 930년경 담양전씨의 시조 전득시가 현 향교터에 자리 잡아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전득시는 고려 말에 벼슬이 좌복사 참지정사에 이르렀으며 담양군(潭陽君)에 봉해짐으로써 담양전씨의 시조가 되었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현 장소가 명당자리라 하여 향교를 이곳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이곳에 있던 전씨 시조의 묘는 담양읍 금월리 금강소 위의 옥녀탄금봉에 이장했다.

담양향교 앞 마을 골목에는 담양죽세공예의 백미인 채상장 전수관과 참빗장 전수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담양군에서는 이 골목을 죽녹원과 연계한 죽세공예 거리로 조성해 골목 관광지로 특화시키고 있다.

향교리 2구 서원(書院)마을의 본래 이름은 서원내였다. 미암 유희춘의 위패를 모신 의암서원 옛터가 있어 서원내라 부른 것이 서운내’, 혹은 서우내라고 주민들 사이에 불리어 왔다. 그 후 의암서원에서 많은 선비가 배출되었듯이 영재와 수재가 속출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취영마을이라고 오래 불러왔다.

의암서원의 역사적인 유래와 취영이란 이름의 뜻대로 담양여자중학교와 여자고등학교가 마을의 터에서 학생들을 길러냈고, 현재는 전남도립대가 옛 서원 터 맞은편에 위치해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서원마을은 서북방이 대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1년 내내 푸른 숲속에서 푸른 마음으로 평화로움을 간직하고, 동남쪽에는 관방제의 숲과 그 아래 흐르는 영산강 물줄기는 마을의 아름다움을 더욱 조화 있게 장식하고 있다. 서원마을의 푸른 대밭은 담양군에 의해 죽녹원으로 개발돼 전국적인 웰빙 관광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해 20035월에 개원한 대나무 정원으로, 31만 평의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4.2킬로미터의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대숲 속에는 댓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가 자라고 있다.

또한 죽녹원 후문 입구에는 시가문화촌과 창의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창의기념관은 담양의 누정을 드나들던 시인 의병장 고경명이 호남 시단의 선비들을 중심으로 담양에서 결의하고, 조선 임란 최초의 호남연합의병 6,000명을 일으켰던 사실을 기리는 장소이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시인들이 앞장섰던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시가문화촌 옆에 나란히 창의기념관이 있는 것은 담양만의 정서가 반영된 의미 있는 기획이 됐다. 기념관의 뜰에는 선비를 상징하는 회화나무와 원림의 꽃 배롱나무를 심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후문 산책로의 중심에는 국창 박동실이 소년시절 판소리를 익힌 담양 부자 국참봉의 사랑방을 그대로 복원했다는 우송당이 있다, 박동실은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이준 열사들의 항일운동 이야기를 담은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 소리로서 항일운동을 했다고 기록되는 인물이다. 시와 소리, 대나무와 의병,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시가문화촌 산책로에는 담양의 대표 누정들과, 이 누정을 드나들던 시인 묵객들의 시를 바위에 조각해 세운 시비 공원이 어우러져 한국 전통 정원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죽녹원 정문 쪽이 대나무의 고장으로서의 담양을 대표하는 대숲을 보여주는데 방점이 있다면, 후문은 누정과 시가문화를 꽃피운 담양의 인문학적 전통을 한자리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죽녹원은 담양을 하나의 공간 안에 보여주는 축소판과도 같다. 주택으로 비유하자면 모델하우스라고나 할까. 죽녹원을 보고 담양의 진짜 모습을 다 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델하우스를 보고 사람들이 주택을 구매하듯이 죽녹원을 보고 사람들은 담양의 가치를 매기고, 다시 오고 싶은 고장으로 기억할 것이다.

죽녹원은 외따로 존재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죽녹원 대숲에서 비롯한 길은 향교리 마을 길로 이어진다. 대나무공예의 고장 담양의 명성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발길이 그 길을 따라 이어졌을까.

대숲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대숲으로 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