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주목받는 담양 여행에세이 ‘일년살이 골목길’
출판계 주목받는 담양 여행에세이 ‘일년살이 골목길’
  • 김정주기자
  • 승인 2023.05.2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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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심진숙 작가를 만나다

심진숙 작가의 담양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 일년살이 골목길이 교보문고 주간 국내포토에세이 부문 3, 알라딘 주간 여행에세이부문 4위를 달리며 출판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담양문화원 사무국장을 역임한 심진숙 작가는 죽녹원 후문 인근에서 조아당이라는 펜션을 운영하는 생활인이자 시인으로서 본지에 심진숙 작가가 들려주는 담양의 마을길 이야기를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다.

 

심진숙 작가를 만나 저술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정주 편집국장=최근 담양 자연마을 골목길을 소재로 한 심진숙 작가의 일년살이 골목길이라는 여행에세이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역시나 전국 출판계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될 만큼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작가님은 계속 작품활동을 해오셨는지요.

심진숙 작가= 저는 2007년도에 등단해서 시를 써왔습니다. 학부에서 문학을 전공해서 시인이 되었지만, 대학원에서 문화재학을 공부하다 보니 2010년도부터 담양문화원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현재는 비상근 연구소장입니다. 그래서 아시다시피 시인이나 비상근직이 삶의 방편은 못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옥스테이와 문화카페, 도서출판을 함께하는 문화공간 조아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연구활동과 경영을 함께 하자면 바쁘실 텐데 최근 책까지 발간하셨어요. 그런데 이 책이 어느 인터넷 서점에 주간여행에세이 순위 3위까지 올라갔는데 예상은 하신건지, 책 소개와 함께 소감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순위는 계속 변동하니까 뭐 잠깐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반응만으로도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화원에서 근무하면서 설화조사, 문화재 조사, 자연 자원조사 이런 걸 하느라 담양의 마을 구석구석 조사사업을 여러차례 하고 다닌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양 이야기를 쓰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오게 된 책이 일년살이 골목길이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에세이라고 하면 수필을 연상하기 쉬운데 처음부터 등장인물 설명이 나오는 건 무슨 희곡이나 영화 시나리오 같았습니다. 또 전개방식은 소설과 비슷했습니다. 원래 시인이신데. 대화체에 따옴표가 없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이 술술 읽혀 좋았습니다.

시 쓰는 사람이 산문을 쓰더니 글을 막 써버렸다는 얘기가 나올까 봐 좀 걱정도 되긴 했어요.

사실 기존의 골목길에 관한 책을 많이 봤어요. 좋은 책들이 많았지만 골목에 대한 소개, 추억에 대한 단상, 그리고 사진 중심의 기록 등 대부분 기획이 비슷했어요. 그리고 제가 글 쓰는 사람이지만 글이 중심이 된 책들은 많이 지루했어요. 그래서 스토리를 담아서 써보자 해서 책을 내기 전에 여러 선배님과 선생님들께 자문을 구해볼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결국은 그만 두고 제가 의도적으로 좀 위험한 글쓰기를 했거든요. 아마 자문을 구했더라면 100프로 책을 못 만들었을 거예요.

부호와 줄바꿈을 생각한 것은 명문을 만들기보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냥 흘러가는대로. 이것으로 비판받는다면 뭐 어쩔 수 없겠죠.

문법은 하나의 약속이잖아요? 그런데 예술가나 작가는 금기를 깨버리려는 속성이 있어요. 이걸 예술가나 작가가 하면 창조적 행위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특히 인터넷에서 행해지면 속된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문화는 도도하게 흘러간다는 말이지요.

주인공 주연이가 담양에서 일년살이하면서 계속 사진을 찍고 다니던데, 마침 이 책이 글 절반 사진 절반 비율이더라고요. 의도된 기획입니까.

의도된 기획이라기보다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글이 최대한 술술 익히기를 원해서 스토리가 있는 글쓰기를 택하고 맞춤법 체계를 살짝 무시한 것처럼, 글만 있는 것보다는 사진이 함께 있으면 훨씬 지루하지 않겠다 싶어서요. 잘 만들려고 고민했으면 이렇게 못 만들었을 거예요. 열흘 만에 뚝딱 글 쓰고 열흘 뚝딱 편집하고 바로 인쇄해서 만들어버렸거든요.

한 달도 안 걸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만들었다고요.

기획은 1년 전부터 했죠. 주연이가 일년살이 하고, 사진 작가님이 1년 내내 사진 찍은 거니까요. 담양에 자연마을만 320여 곳이 되는데 담고 싶은 내용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 마을 골목을 찾아다닌 시간을 생각하면 1년이 아니라 문화원에서 일한 10년이 넘은 시간이 들어가 있죠. 책 콘셉트 잡고 글쓰기 시작해서 사진 선정하고 편집하는 전 과정을 정주행해버렸다는 뜻입니다. 길이 보이는 대로요.

길이 보이는 대로역시 시인이시네요. 김정한 사진작가님은 영화작업을 오래 하신 걸로 아는데, 도시에서 생활하다 어떻게 담양 이야기책에 참여하시게 되신 건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고 그렇고, 사진 속의 인물들도 다 영화 속 배우들처럼 배역을 세우고 촬영을 하신 것 같던데요

김정한 작가님은 시로 등단도 하셨고 시나리오를 많이 쓰신 작가님이세요. 사진과 영화작업을 오래 했지만 문학적 공감대가 강하다 보니 작업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워낙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지난해 프로듀싱 한 영화 시인들의 창을 보면 영화가 한 편의 시와 같아요. 특히 영화 말미에 빌려 온 풍경이란 말이 자막으로 뜨는데, 차경은 담양의 누정 문화의 정신이잖아요. 그래서 담양에서의 작업을 위해 흔쾌히 거처를 옮기고 일 년 동안 작업에 몰두해주셨어요. 또 골목길이라는 게 사람 사는 길이잖아요. 길만 있는 박제된 풍경보다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야 진짜 골목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들과 장면 장면 가득한 멋진 사진들이 이 책의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풀어내는 골목길과 얽힌 이야기들을 사진작가의 시선과 구도의 조화를 통해서 독창적으로 묘사하고 재해석하면서 책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대단한 서평을 듣게 되네요. 그러한 장면들은 많은 지역민들이 기꺼이 협조해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참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담양문화원 강성남 원장님을 비롯한 직원들과 회원 여러분, 담양군 관계자 여러분과 협조해주신 지역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골 골목길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50~60대 연령층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20, 30대가 주인공들이어서 좀 의외였습니다. 특별히 이들이 힐링을 얻는 곳으로 담양의 골목길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추억이나 향수 하면 흔히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뉴트로를 좋아합니까. 그만큼 우리 사회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젊은이들이 숨통을 찾고자 하는 바가 크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가 급변해서 세대 간 이해가 힘들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소통과 공감의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저만의 작은 바람이 담겨진 것 같아요.

사실 골목길이 문화콘텐츠로 주목받은 지는 꽤 오래됐어요. 여기에 한달살이나 일년살이 등 장기 여행객들이 늘고 있지요. 이런 여행객들은 유명 관광지만 쫓아다니지는 않아요. 오히려 한적한 시골 풍경 속에 오래 머물면서 힐링을 원하죠. 담양을 소개하는 여행 관련 도서가 이미 많이 출간돼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줄줄이 자료가 나옵니다. ‘일년살이 골목길을 통해서 담양의 숨은 매력과 진정한 가치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담양의 숨은 매력과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3부 읍내길에서 관방제림 뚝방길을 소개하면서 소통하는 공간의 중심에 관방제림이 있다고 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하는 공간의 중심이 바로 담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사방으로 차경을 담고 있는 담양의 누정과도 같고요, 수많은 관계 인구를 거느리고 있는 작은 고장 담양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관방제림 뚝방길을 중심으로 해서 12개 읍면 각 마을의 골목골목 길이 저마다의 숨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산책로라고 생각합니다. 소박하고 작은 정자 하나가 수많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듯이, 작은 골목길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도 담양의 이야기를 소재로 많은 글을 쓰실 계획인가요.

작가가 글을 쓸 때 무슨 목적을 가지고 쓰지는 않습니다. 쓰다 보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제 삶의 기반이고, 현재까지는 가장 많이 아는 곳이 지역이니까요.

자연과 옛길의 풍경 앞에서 공감하고 치유 받는 것은 너나없이 같을 텐데요, 연간 700만 여행객이 다녀가는 작은 고장 담양의 골목길 이야기를 통해 작가님의 바람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사는 일에 쫒겨 글 쓰는 일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앞으로는 글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