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마을 길이야기] 7. 노란 희망! 외동마을길
[담양 마을 길이야기] 7. 노란 희망! 외동마을길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3.05.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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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70m 바람과 비탈진 곳 많은 오지마을에
정문 할머니 열녀문, 붉은 바위 등 전설이 가득

산골 외동마을 사람들에 희망을 안내하려는 듯
고흐 그림처럼, 영화 ‘오즈의 마법사’ 벽돌길처럼
돌 쌓아 만든 골목에 노란 담장길이 펼쳐진다

노랗게 칠한 담장길오즈의 마법사인가

담양군 창평면 외동리는 약 800년 전 편씨들에 의해 개척된 마을로, 창평 읍내에서 보면 높은 산밖에 없는 외진 마을이라 하여 외동리라 불렀다고 한다. 또한 월봉산을 동쪽, 노갈재를 서쪽에 두고, 그 사이에 마을이 직사각형으로 뻗어 학이 날개를 펼치는 모양이라 해서 학정마을이라고도 하였다.

 

외동마을은 동쪽에는 대덕면의 입석마을, 서쪽으로는 고서면 고읍마을, 북쪽엔 창평면 유천마을과 인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창평 군내면에도 속했다가 남면에도 속했다가 창평의 동면 초여리에 속하기도 했다. 마을에 풀잎이 많고 먹을 것이 많다는 의미에서 초여리로 불리다가 1900년경에 외동(外東)으로 개칭됐다.

 

산골 마을 외동리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벽돌길처럼 노랗게 칠한 담장길이 펼쳐진다. 산골 오지마을 사람들이 희망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렇게 노란 길을 만들었는지, 옛길에 어울리는 황톳빛이라고 골라서 담장을 칠한 건지는 몰라도 크게 거슬리지 않고 나름 어울리는 모습이다. 노랑 코스모스도 같은 콘셉트인 듯 하늘거린다. 이 길을 따라 아름다운 전설과 의로운 기상이 함께 전해오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이 높은 곳에 자리하다 보니 바람과 비탈진 곳이 많아 주로 돌을 쌓아 올려 경사진 곳에 축을 쌓고 담을 만들어서 그 위에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는 식으로 마을을 이루었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4칸 겹기와 집과 사랑채 등 규모 있는 집들로 마을이 형성됐다. 마을의 북쪽 정씨 문중의 제실 터는 서당이 있었던 자리로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끊임없이 들렸다고 한다.

또한 의병장 박병선, 독립운동 정병수 등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비가 마을 앞에 세워져 있다. 아마 마을이 산골 깊은 곳에 자리한 까닭에 의병들이 몸을 숨기고 구국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 길가로 뻗어져 나온 동산에 아름드리 고목들이 마을을 지키듯이 서 있는 작은 숲이 보이고, 이 동산 아래쪽 길가에 열녀문이 하나 있다. 이를 관리하고 돌보는 이가 없어 문헌이나 자료에는 없지만 정문 할머니 이야기가 마을에 구전으로 내려온다.

젊은 날부터 홀로 되어 수절하던 여인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부엌칼로 본인의 가슴을 잘라 자결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그때 여인을 탐하려던 사내가 놀라 대밭으로 도망을 갔으나 발자국마다 피가 있어서 여인이 기르던 개가 뒤따라가 찾아냈다고 한다.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이 열녀문을 세워 여인의 한을 달래주었다. 그 충견은 여인이 죽자 바로 다음 날 원인 없이 죽었으며, 할머니 묘 옆에 있는 돌무덤이 그 충견의 묘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정문 할머니 이야기이다.

 

수절한 여인의 이야기가 정문 할머니 이야기로 전해오는 것은, 그만큼 이 정려비가 오랜 세월 숲의 정령들과 함께 마을을 지켜온 까닭에, 당산나무를 당산 할머니로 부르듯이 신격화한 호칭인 할머니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산골인 외동마을에 포수가 사냥을 오면 꼭 이 열녀문 앞에서 제를 지내고 사냥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열녀문 옆에 있는 다리 아래에는 붉은 바위가 있는데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는 장소이다. 포수들은 정문 할머니에게 제를 지내며 큰 호랑이를 잡고자 하였을까, 아니면 신령스런 호랑이의 가호를 빌었을까. 아무튼 그 바위는 호랑이가 자주 앉아 있었다고 호랑이 바위라고 하며, 팥죽을 이고 가다 넘어뜨려서 빨갛게 됐다고 팥죽 바위라고도 부른다.

 

전설이 가득한 외동리 마을은 해발 370m에 위치한 산골로 30여년 전만 해도 창평면 사람들이 고사리를 꺾고 나무하러 다녔던 오지 중의 오지마을이었다. 광주시민의 식수인 동복댐 상수원의 상류 지역으로 오염되지 않은 청정 마을이자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마을로 알려져 왔다. 산나물과 무, 옥수수가 모두 맛있기로 이름난 외동마을을 걷다 보면 무 한뿌리 배추 한 포기쯤 얻을 수 있는 인심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팥과 무를 한 밭에 씨 뿌려 재배하는 이른바 폿밭무시가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여름철 된장이나 갈치속젓에 싸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 구수한 열무 폿밭무시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흐는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같은 생동감 넘치는 노란색을 많이 사용했다. 클림트는 키스에서 삶의 화려한 순간을 담기 위해서 황금색을 사용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유로 작동하는 노란색 벽돌길로 주인공에게 희망을 안내했다. 낮은 돌담장과 침묵과 그늘을 간직한 산골 외동마을 길이 내내 아름답게 보존되기를 바란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