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마을길 이야기] 3. 어울림이 아름다운 길 (월산면 광덕리 마을 길)
[담양 마을길 이야기] 3. 어울림이 아름다운 길 (월산면 광덕리 마을 길)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3.04.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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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면 광암리 월천마을/김정한 사진작가
월산면 광암리 월천마을/김정한 사진작가

 

 

 

휘휘 구불구불 굽어지는 흙돌담 골목길

월산면 광암리는 예부터 재미난 전설이 많고, 동물과 자연물이 사람들과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온 곳이다, 이야기만큼이나 구불구불한 마을 길 또한 희한한 어울림이 멋대로 아름다운 곳이다.

 

광암리는 조선시대엔 담양군 광면의 지역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인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광덕(廣德)과 사암(四岩)의 이름을 따서 광암리(廣岩里)로 정하고, 월산면에 속하게 되었다.

 

사암(四岩)마을은 동쪽에는 구선봉이 있어 아홉 신선이 놀고 있고, 서쪽에는 노적봉이 있어 재물이 가득하고, 북쪽에는 광대 바위가 있어 모든 액을 막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광암천이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흐르고 있어 자손이 번성할 형국이라고 한다. 사암마을 이름은 속명으로 니아우라 부르는데 마을 주변에 비석과 같은 바위가 4개 있었다고 하여 네 바위라 부르다가 니아우로 바뀐 것이다.

 

월천(月川)마을은 마을이 반달형이라 월()자를 따고, 마을 옆에 맑은 냇물이 흐른다고 하여 천()자를 따서 월천(月川)마을이라 했다. 450년 전 마을 앞에 샘을 파고 그 옆에 회화나무를 심었는데, 1920년경 고사하고 없지만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회화나무밑이라 칭한다. 그 때문에 마을 이름을 회남터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회화나무가 죽고 나서도 회화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강해서 회화나무터로 부르다가 회남터로 부르게 됐다.

 

또한 옛날 가정에서 술을 만들어 먹을 때 이 마을의 물이 좋아 누룩을 구하러 멀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었다고 한다. 회화나무 밑에 마을의 공동우물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우물터를 보존하고 있다. 마을의 역사적 장소를 주민들이 보존하고,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회화나무밑 우물터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집단 공동 기억인가!

 

월천마을 어르신들은 어려서 회남터에서 모이자!’ 하고 약속하면 그루터기만 남은 회화나무 터에 모여서 놀았다고 한다. 아마 그 어르신들의 부모들은 그 회화나무 아래 우물물로 쌀을 씻어 밥을 짓고, 누룩을 빚어 술을 만들었을 것이다. 회화나무 아래 우물가에서 목을 축이고 등목하거나, 빨래하고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그 회화나무 아래서 누군가는 몰래 사랑을 나누고, 또는 가슴 아픈 이별을 맞았을 것이다.

 

광덕마을은 조선 초에는 담양군 십팔곡면 덕림리라 했고, ‘매입곡이라 불러오다가 머드실이라 불렀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월산면 광암리 광덕마을이 됐다. 마을이 중의 바랑 형국이라 하여 덕()자를 넣어 한때는 덕림리요, 광덕리는 광면의 광()자와 덕()자를 합쳐 광덕마을이라 했다.

 

광덕마을 모정에 500년 된 당산나무가 있는데 이곳을 중터라 부르며, 이 당산나무를 비구니로 여겨 당산 스님이라 한다. 하루는 마을에 도둑이 들어왔다가 저녁내 발이 떨어지지 않아 모정 옆 방앗간만 뱅뱅 돌다가 아침에야 훔친 것을 두고 도망갔다 한다. 그래서 광덕마을 사람들은 당산 스님을 마을의 수호신이라 믿어 왔다. 비구니 스님이라 당산제 화주도 마을 여자들이 맡아 지냈다니 참 특이한 이력이다.

 

광암리 마을 길은 사암마을에서 월천마을로 곧바로 이어진다. 금방 무너질 듯 서 있는 흙돌담도, 시멘트 블록도, 파란 양철담도, 아무렇지 않게 잘 어울려 있는 모습은 먼 전설이 편안하게 다가오듯 스스럼없이 아름답다. 휘휘 굽어지는 골목길, 그 끝에서 뒷짐을 지고 구부정한 등으로 걸어오시는 할머니, 담장 위에 다정하게 올라앉은 고양이 두 마리, 감나무에 걸린 전봇줄과 그 위에 앉은 새 한 마리, 동구 밖 정자나무, 그 정자나무에서는 흑칠백장 구렁이가 동네 총각과 사랑을 나눴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광암리에서 외따로 떨어진 마을 광덕마을로 비구니 당산 스님은 벌판을 수행길을 걸어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온다.

 

이들 광암리 마을 길에서는 사암마을 골목 어귀에 튀어나온 바위처럼, 용도를 잃고도 월천마을 골목 가운데 버티고 있는 우물처럼, 희귀한 비구니 당산처럼 아무렇지 않게 서로 편안하게 어울린다. 꾸밈없는, 진짜 미인의 민낯 같은 아름다운 마을 길이 여기 남아 있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