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속 곤충여행㉒ 대와 곤충과 인간의 생태 고리
대숲속 곤충여행㉒ 대와 곤충과 인간의 생태 고리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11.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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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훤능 아래 피어있는 솜대 대꽃, 논산 연무.
견훤능 아래 피어있는 솜대 대꽃, 논산 연무.

곤충박사와 함께떠나는 대숲속 곤충여행대와 곤충과 인간의 생태 고리

 

()의 수명은 대략 100년이다. 일부 몇몇 종을 제외하고 꽃이 피면 모두 죽는 특성이 있다. 영양부족, 개화주기, 기후변화, 노화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꽃처럼 산화(散花)하며 생을 마감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도 음식, 의료기술 발달, 자연환경 등의 영향으로 이제는 100년까지 본다. 곤충의 수명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기껏해야 1년을 넘기기 힘들다. 하지만 17년 매미(blood X)의 애벌레는 이름처럼 17년 만에 땅속에서 살다가 나온다. 특히 여왕 흰개미나 일부 딱정벌레 종의 애벌레는 50여 년까지도 산다는 보고가 있다.

필자는 올해 3월부터 본지에 대숲에 살고 있는 20종의 곤충을 통해 대와 곤충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생태 진화학적인 관점에서 기고했다. 그 면면을 되새겨보면,

첫째, 3종 세트 공생을 들 수 있다. 댓잎의 프로기사 바둑돌부전나비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연관계가 먼 나비, 진딧물, 대의 3종 생물이 연결고리로 공존해야만 살아가는 애증의 삼각관계다. 대뿌리 곁방살이 외줄면충 역시 때로는 대뿌리와 때로는 느티나무의 잎과 주기적으로 왕복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협상의 아이콘이다.

둘째, 대통을 이용한 자손번식이다. 대통 속 아파트를 만드는 뿔가위벌은 이대의 대롱 속에 자손 번식을 위한 최적화된 뿔가위벌 아파트 요새를 만들어 육아방으로 활용한다. 대나무 그루터기 사랑 흰줄숲모기도 대숲의 그루터기 대통 속에 고여있는 미니 풀장을 장구벌레의 요람으로 만들어 장마와 가뭄, 우기와 건기의 혹독한 자연 상태로부터 고도의 적응과 진화를 해 왔다.

셋째, 댓잎만 먹는 편식쟁이다. 대숲의 그림자 먹그늘나비 애벌레는 오랜 세월 동안 조릿대가 많은 산지나 대숲 주변에 살면서 오로지 댓잎만을 먹고 자란다. 댓잎말이 고수 줄허리들명나방 애벌레 역시 댓잎사귀를 먹고 산다. 특이하게 댓잎을 김밥 말 듯이 돌돌 말아 그 속에서 천적을 피하는 독특한 생존전략을 구가해 오며 대의 곁방살이로 수천 만 년 동안 살아오고 있다.

넷째, 의태(擬態)의 마술사가 있다. 댓가지 마술사 대벌레는 의태의 대명사로 주변의 대나무 가지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걸어 다니는 댓가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밀잠자리는 머리와 가슴에서 이어지는 배의 제1,2,3,4 마디가 한데 뭉쳐져 볼록 튀어나온 부분과 연결된 나머지 배마디 모습이 댓가지의 마디로 착각할 만큼 쏙 빼닮았다.

다섯째, 기후변화의 지표가 된다. 대밭의 기후 사냥꾼 넓적배사마귀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 난대지역의 제주도에서 온대지역인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점점 북쪽으로 분포를 확대해가는 기후환경의 바로미터다. 더불어 기후 따라 대를 이어가는 각시메뚜기도 현재 제주도와 중남부 지방에만 서식하고 있지만 점차 북쪽으로 분포 확대가 예상돼 국가적으로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종이다.

여섯째, 사랑을 노래로 나눈다. 대숲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베짱이는 겉날개의 날개맥이 마치 줄칼처럼 작은 굴곡이 있어 날개를 비비면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 소리를 내어 가을밤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말매미 역시 대숲에서 한여름 더위를 몰고 다니며 목청껏 사랑노래를 부르는 사랑꾼이다.

일곱째, 어둠을 먹고 산다. 어둠의 추적자 멋쟁이딱정벌레는 여름철에 땅거미가 지고, 맑은 날 까만 밤하늘에 랜턴으로 비추어 보면 등딱지가 천상의 별처럼 반짝이는 보석벌레다. 대숲에서 별빛 맞이 늦반딧불이도 밤에 빛으로 의사소통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특이한 생태 진화를 해 온 소중한 곤충이다.

기타 시신에 제일 먼저 날아와 사건 현장을 지문처럼 남겨 망자의 원혼을 달래주는 CSI 명탐정 금파리, 대숲의 해충을 생물학적으로 방제해 살아있는 농약이라고 불리어지는 무당벌레, 대숲길에서 길을 안내하는 반려곤충 길앞잡이, 천 년을 하루같이 살아가는 동양하루살이, 댓잎처럼 사시사철 푸른 풀색노린재, 대톱밥 두엄을 먹고 사는 장수풍뎅이 애벌레 등이 대숲에서 우리와 함께살아가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대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식물이다. 지구를 지키는 환경지킴이로서 다양한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그 배경에는 1차 소비자인 곤충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이 있으면 은신처인 대숲에서 2,3차 소비자인 개구리와 뱀이, 그리고 그 상위 소비자들이 연쇄적으로 먹이사슬을 이루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 또한 대숲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생태 고리의 한 축을 담당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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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