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㉑ 별빛 맞이 대숲으로, 늦반딧불이
대숲 속 곤충여행㉑ 별빛 맞이 대숲으로, 늦반딧불이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10.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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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반딧불이 애벌레(사육종).
애반딧불이 애벌레(사육종).
늦반딧불이 우화, 광주 평촌마을 풍암천.
늦반딧불이 우화, 광주 평촌마을 풍암천.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별빛 맞이 대숲으로, 늦반딧불이

대나무는 대통 안쪽에서 밖으로 갈수록 점차 세포와 조직이 조밀하다. 세포와 세포 사이가 엉성하게 얽혀 있어야 공기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표피세포의 조직이 너무나 치밀해 한여름 더운 공기마저도 품지 않아 시원하다. 텅 빈 대나무 통 속의 진공상태와 같은 매질(媒質)은 미시적인 틈새를 통해 들어오려는 외부 공기마저도 사면팔방으로 거부한다. 눈을 감고 대를 만져보면 매끄럽다 못해 차가운 유리 기둥 같은 감촉을 느끼게 한다.

대는 냉한 성품으로 그 자체로는 빛을 내지 않는다. 반면에 어둠 속에서 열이 없는 차가운 빛을 아름답게 발산하도록 도와준다. 댓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은 대숲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호사다. 대밭에서 민가에 있는 닭장 속의 닭을 노려보는 살쾡이의 살기 어린 눈에서 나오는 촌철살인의 레이저는 대숲에서 더 파랗게 방출된다. 대나무 숲에서 가을밤에 환상적인 군무를 연출하며 깜깜한 어둠 속에서 별빛을 맞이하는 곤충이 있다. 바로 늦반딧불이(Lychnuris rufa).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Lamphyridae)를 일컫는 곤충으로 전 세계에 1900여 종이 살고 있다. 국내에는 늦반딧불이를 포함하여 북방반딧불이, 꽃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큰흙갈색반딧불이 등 현재 7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딧불이는 반디’, ‘반딧벌레라고도 한다. ‘은 반짝과 마찬가지로 빛이 나는 모습을 표현한 의태어다. 반디는 반짝이라는 의미가 있다. 낱말을 나누어 보면 <반디+++>반디의 불에 접미사 가 붙어 반짝이는 불을 켜는 곤충이라는 뜻이 함축된 이름으로 이 곤충의 생태를 잘 표현한 이름이다. 영어로 Firefly, Lightning Bug라고 하며, 한자인 ()’자도 불()과 벌레()를 합친 글자로 모두 우리말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별칭으로 개똥벌레라고도 부르는데 썩 좋은 이름은 아니다.

이름처럼 반딧불이는 스스로 생체발광하며 현란하게 춤을 추는 빛의 마술사다. 이 마술을 부리는 물질은 반딧불이 몸 안에 있는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형광물질이다. 빛을 만드는 메커니즘은 루시페린이 발광 효소인 루시페라아제의 촉매 작용으로 산소와 결합해 산화되면서 화학에너지가 빛에너지로 전환돼 생체 내 광유발 전자 전달 반응으로 빛을 내게 된다.

대부분의 수컷은 6번째와 7번째 배마디에서 두 줄기의 발광기가 있고, 암컷은 종마다 발광기 위치가 다른데 6번째나 7번째 배마디 중 한 줄기의 빛을 낸다. 일부 종은 성충 뿐만아니라 알, 애벌레, 번데기도 빛을 낸다. 밤하늘에 천천히 낮게 날아다니는 빛이 신기해 손으로 잡으면 냄새샘에서 방어기제인 악취를 풍기므로 눈으로만 관찰해야 한다.

애반딧불이 애벌레는 먹이가 우렁이나 다슬기, 물달팽이이기 때문에 물속에서 약 1년 동안 산다. 성충은 암수 모두 날개가 있어 6~7월에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날아다닌다. 흰색에 가까운 빛을 약 1초 간격으로 깜빡거리며 사랑의 윙크로 춤을 춘다.

우리의 주인공 늦반딧불이는 보통 한 달의 짧은 기간 동안 빛의 향연을 위해 2년 동안 애벌레로 땅에서 지낸다. 애벌레의 먹이는 달팽이와 민달팽이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대숲이나 도랑가, 강변, 호숫가의 우거진 풀숲에서 산다. 달팽이가 지나가며 남긴 미끈한 점액 물질을 추적해 사냥한다.

늦반딧불이는 8~9월에 날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7시 반부터 1시간 정도로 짧게 나타나며 초록을 띠는 노란색 빛을 깜박이지 않고 계속 발광한다. 수컷의 성충은 날개가 있어 날아다니며 불빛을 내지만 암컷은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고 땅 위에서 사랑의 불빛을 쏘아 수컷을 유인한다.

늦반딧불이는 밤에 빛으로 의사소통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특이한 생태 진화를 해 온 소중한 곤충이다. 대나무 고장 담양의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에서는 해마다 초가을 밤 초저녁에 늦반딧불이가 아름다운 생명 탄생의 빛 축제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가로등 조명이 있는 곳에서는 짝짓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실정이다.

늦반딧불이가 사라지는 이유 중에 약 50%가 서식지 파괴이고, 다음이 약 30%의 인공조명 빛 공해, 기타 살충제 수질오염 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머지않아 늦반딧불이의 불꽃 같은 사랑의 춤사위를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갑자기 뇌리를 스친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