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⑯ 천 년을 하루같이, 동양하루살이
대숲 속 곤충여행⑯ 천 년을 하루같이, 동양하루살이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8.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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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에 앉아 있는 동양하루살이 성충, 에코센터.
그물망에 앉아 있는 동양하루살이 성충, 에코센터.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천 년을 하루같이, 동양하루살이

담양 대숲의 명소인 죽녹원 입구에서 100m 정도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정자 봉황루가 웅장한 자태로 비켜 서 있다. 이곳에 올라 발아래를 내려 보면 관방제림을 따라 영산강 최상류인 담양천이 흐르고 있다. 매년 5월 중순이면 하루살이들 특히, 동양하루살이(Ephemera orientalis) 애벌레가 수면 위 물안개를 헤치고 우화해 실낱같은 햇살의 끄나풀을 부여잡고 아성충(亞成蟲)인 상태로 수천만 마리가 춤을 추는 비단물결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이맘때가 되면 이 동양하루살이들을 먹기 위해 물속의 물고기가 튀어 오르고, 곤충을 먹이로 하는 각종 새들이 몰려들어 담양천이 소란스럽다. 부산하게 날아다니는 제비 또한 그야말로 물 찬 제비가 된다. 붉게 물든 노을이 점차 보라색으로 변해가면 박쥐 떼들이 밤하늘을 한바탕 춤판으로 장식한다. 어스름 땅거미가 지고 초저녁에 가로등이 켜지면 하루살이들은 관방제림과 죽녹원 대숲속 가로등 불빛에 모여들어 현란한 불꽃놀이로 밤을 지새운다. 가로등 아래 땅으로 떨어져 파닥거리는 녀석들은 개구리와 두꺼비의 맛있는 잔칫상이 된다.

동양하루살이의 애벌레는 물속에서 살다가 물 밖으로 나와 우화(날개돋이)하면 몸길이 약 2, 펼친 날개 길이가 5정도로 하루살이로서는 아주 큰 대형 종이다. 성장 단계는 알애벌레탈피·우화아성충탈피성충으로 번데기 과정이 없는 불완전변태를 한다. 아성충은 성적으로 미성숙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나면 한 번 더 탈피를 하고 성충이 돼 암컷과 수컷이 혼인비행 짝짓기를 한 후 알을 낳고 모두 죽는다. 성충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자손번식 때문이다.

하루살이의 조상은 고생대 석탄기 후기 약 3억년 전에 등장했다. 분류학상 날개를 몸에 붙여 접을 수 없는, 옛날 날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고시하강(古翅下綱)에 속해 잠자리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다. 영어로 Wing lasting for a day , ‘하루 동안 사는 날개라는 의미로 우리가 말하는 하루살이와 비슷한 뜻이다.

하루살이가 우화해 하루나 이틀밖에 못사는 이유는 입이 퇴화해서 먹는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오로지 자손번식만 하고 굶어 죽는 이 친구는 파리나 모기처럼 사람에게 전염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어린 애벌레 시기에는 물속에서 1~3년까지 살기 때문에 다른 곤충에 비해 오히려 장수하는 곤충이다.

가끔 길을 가는 사람이 눈앞에서 수백 마리가 모여서 현란한 춤을 추며 성가시게 하는 작은 곤충을 보고 하루살이 떼가 성가시게 군다고 말하는 걸 자주 듣는다. 그것은 하루살이가 아닌 깔따구 떼다. 하루살이는 여러 마리가 한데 모여 군무를 하지 않는다. 크기 역시 모기처럼 작은 깔따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다. 날개 역시 깔따구는 한 쌍이지만 하루살이는 두 쌍이다. 분류학적으로 깔따구는 파리목이고,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목으로 유연관계가 아주 멀다.

지구 탄생 후 현재까지의 46억년을 하루라고 치면 인간의 평균수명 80살이라는 세월이 굉장히 긴 것 같지만 환산하면 0.0015초로 극히 촌음의 시간이다. 하루살이 생() 또한,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 보면 하루나 이틀의 삶이지만, 촌음이 아닌 찰나의 시간일 것이다. 우주 탄생이 150억 광년 전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세월을 상상해보라. 아직도 팽창하는 광대 무궁한 우주에서 은하계의 태양계 속 지구, 그 속에서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점 자체로도 나타낼 수 없는 작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일진대, 하찮은 일에 일희일비하고 아귀다툼하는 꼬락서니를 하루살이가 보면 뭐라고 할까?

겁을 뛰어넘어 억겁의 시간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생이란 참으로 덧없음을 깨닫게 된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얼음판에 살얼음 걷듯 순간순간을 성찰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루살이가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찮고 귀찮은 벌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구상에 최하위의 1차 소비자로서 소임을 톡톡히 하는 곤충으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소중한 생명체다. 이 친구들은 가을이 찾아오면 낙엽과 함께 한 마리도 남김없이 온데간데없이 홀연히 사라지는 아름다운 은퇴자다.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어서인지 자기 몸을 희생시켜 다른 생명체의 먹이나 자양물이 되도록 제공해 베푸는 하루살이의 살신보시(殺身報施)의 찰나와 같은 짧은 일생은 억겁의 생으로 환생을 기약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미물의 삶이 성스럽지 아니한가?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