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⓺ 대밭의 기후 사냥꾼, 넓적배사마귀
대숲 속 곤충여행⓺ 대밭의 기후 사냥꾼, 넓적배사마귀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5.0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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댚잎에 앉아 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양·색깔이 댓잎과 비슷한 넓적배사마귀

베짱이 등 먹잇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의태의 마술사요 신출귀몰한 사냥꾼이다
0.25초 눈 깜짝할 순간 먹이를 낚아챈다
넓적배사마귀, 담양 에코센터
넓적배사마귀, 담양 에코센터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대밭의 기후 사냥꾼, 넓적배사마귀

최근 담양이 유명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기후 환경에 잘 적응하며 대응하고 있는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관광명소와 식물은 죽녹원의 대가 압권이다. 대는 외떡잎식물이다. 외떡잎식물의 가장 큰 특징은 새싹이 나올 때 잎이 한 개이고 잎맥이 나란하다는 것이다. 잎맥이 끝까지 수평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줄지어 오다 잎사귀 끝으로 모두 모여 뾰쪽한 모양으로 정점을 이룬다.

이른 아침 대밭(담양에서는 대숲을 이렇게 부른다)에 가면 잎사귀 끝에 수정구슬 같은 이슬이 햇살에 비쳐 투명하게 맺힌 것을 볼 수 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는 느낌을 받는다. 대와 내가 이슬이라는 중간 매체를 통해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대를 보고 혹자는 기()를 발산하는 영험한 식물입네 하며 온갖 미사여구와 수식어를 동원해 극찬한다. 정말 대가 신령스럽고 불가사의한 생물일까?

대는 그저 밤새 어둠 속에서 호흡작용을 했고, 아침이 돼 해가 뜨니 광합성작용을 했고, 그 물질대사 과정에서 단지 기공(氣孔)으로 물이 빠져나와 잎맥을 따라 흘러 모아 이슬이 맺혔을 뿐이다. 인간들이 호들갑을 떨며 대를 예찬하지 않아도 대는 그냥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 모든 생물들 중에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생물이 어디 있을까?

대밭에는 기후 사냥꾼인 넓적배사마귀(Hierodula patellifera)가 대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머리나 가슴과 배의 굵기가 사마귀와 비슷하지만 몸의 길이가 45~75로 사마귀보다 확연하게 짧다. 다른 곤충들처럼 사람이 다가가도 잘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앞발인 톱니발을 치켜들고 위협한다. 때로는 몸을 부풀리고 날개를 펼치고 몸을 뒤로 제껴 거만하게 뒷걸음질 치며 앙버틴다. 짜리몽땅한 몸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뒤가 캥기니 저도 오금이 저리나 보다. 여차하면 도망갈 요량으로 옆으로 돌아서서 머리만 돌려 째려보고 있는 모습이 가소롭기도 하고 한편 익살스러워 코웃음이 나온다. 이런 허풍선이의 코믹한 행동거지 때문에 요즘 곤충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애완곤충이다.

겉날개 모양이 댓잎과 비슷하고 시맥(날개맥) 또한 댓잎처럼 나란하지만 약간 사선 방향으로 줄지어 있다. 가끔 갈색 개체(갈색형)도 보이지만 대부분 온 몸이 짙은 초록색(녹색형)으로 감싸있다. 댓잎에 앉아 있으면 모양과 색깔이 댓잎과 비슷해 베짱이 등 먹잇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의태의 마술사요 신출귀몰한 사냥꾼이다.

넓적배사마귀는 필살기인 톱니발을 이용해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채는 사냥꾼이다. 불과 0.25초로 눈 깜짝할 순간이다. 육식곤충으로 사냥감은 대부분 곤충이다. 톱과 낫을 합친 구조인 톱니발에 걸려든 사냥감은 거의 100% 빠져나갈 수 없다. 하지만 곤충들 또한 결코 만만하게 잡힐 상대가 아니다. 의태와 위장술이 뛰어나고 민첩하게 활동하도록 진화해 왔다. 때로는 뛰어서, 때로는 날아서 재빨리 숨거나 도망간다.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게 순간이동을 잘한다.

넓적배사마귀는 다른 곤충들에 비해 잘 달리거나 잘 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곤충들에게 마냥 헛발질만 할 수는 없다. 사냥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기획과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순간의 선택이 하루의 배고픔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포식자는 배고픔의 문제이지만 피식자인 곤충 입장에서는 죽고 사는 문제다.

사마귀의 살의는 인간들이 저지르는 살인과는 전혀 다르다. 자연생태계에서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한 축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자연의 법칙에 따른 살상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간사에서처럼 도덕률로 규범을 지을 수도 없는 문제다. ‘사마귀는 사악하고 베짱이는 선하다는 개념은 차원이 다른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인간의 잣대로 잴 수 없고 왈가왈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요 순리다.

넓적배사마귀는 대처럼 더운 지방에서 사는 아열대성 곤충으로 인도, 뉴기니, 동남아시아, 하와이 등 대나무가 많이 우거진 따뜻한 지역에서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 난대지역의 제주도에서 온난대지역의 남부지방, 온대지역인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점점 북쪽으로 분포를 확대해가는 기후환경의 바로미터 곤충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넓적배사마귀가 기온 등의 변화로 인해 분포변화가 예상돼 국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마귀목() 중에서 유일하게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해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 기후 생태 환경적인 면에서는 국빈 곤충으로 극진히 대접을 받고 있는 지체 높은 녀석이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