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⓷ 대뿌리 곁방살이, 외줄면충
대숲 속 곤충여행⓷ 대뿌리 곁방살이, 외줄면충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4.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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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생존경쟁 과정에서 상호공생은
서로 Win-Win 전략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동반 생존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
상대 생물을 죽일 정도로 해치지 않는다

외줄면충은 때론 대뿌리와 느티나무 잎을
주기적으로 왕복하고 기생하며 살고 있다.
느티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외줄면충 충영, 담양 관방제림
느티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외줄면충 충영, 담양 관방제림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 대뿌리 곁방살이, 외줄면충

담양에 큰 홍수가 나면 영산강 최상류인 담양천이 범람해 읍내가 온통 물바다가 됐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1648년 성이성(成以性, 1595~1664) 부사가 담양군민들과 함께 제방을 쌓고 둑이 유실되거나 붕괴되지 않도록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 그 뒤 황종림 부사가 제방을 보완하고 식물을 보식하는 등 애민정신이 깃든 곳이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현재 관방제림은 느티나무와 푸조나무의 두 종이 주된 종을 이루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돼 아름다운 풍치림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관방제림을 걷다 보면 느티나무 잎사귀에 작은 표주박처럼 생긴 혹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치 느티나무 열매처럼 보이지만 달려있는 위치가 잎새에 있어 열매와 쉽게 구분된다. 잎사귀에 매달려 있는 모양이 벼랑 끝에서 잠시 쉬어가는 비박(bivouac) 같은 모습이지만 한 계절을 묵어야 하는 간이 텐트다.

외부의 비바람이나 갑작스런 기온변화를 최대한 막아주며 천적으로부터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등 생태적으로 완벽한 안식처요, 은신처다.

이 신비로운 삶의 터전이 바로 외줄면충의 벌레혹(충영, 蟲癭)으로 이 속에서 또다른 생명이 태어나 자라나는 육아방이다. 외줄면충은 매미목 면충과인 느티나무외줄진딧물(Paracolopha morrisoni)을 일컫는다.

 

외줄면충은 느티나무 껍질 틈새의 죽은 어미 몸속에서 알로 겨울을 지낸 후 4월 중순에 부화한다. 부화한 간모(stem mother, 幹母)1차 기주식물인 느티나무 잎을 뚫어 즙을 빨아 먹는 자극을 할 때 느티나무 잎이 오목하게 들어가며 잎 표면에 벌레혹이 만들어진다. 벌레혹은 점점 커지고 약 20일 후에는 암컷 성충이 그 속에서 약충을 낳기 시작한다.

5월 하순~6월 상순에 다 자란 날개 있는 외줄면충이 벌레혹을 뚫고 나와 2차 기주식물인 대뿌리로 이동해 날개 없는 개체들을 생산한다. 대나무의 뿌리에서 곁방살이로 여름을 지낸 후 10월 중순~하순의 가을철에 다시 날개 있는 암컷이 태어나 느티나무로 이동해 암컷과 수컷을 생산한다.

이 암수컷이 짝짓기를 한 후 암컷은 포란된 상태로 나무껍질 틈에서 죽지만 이듬해 봄에 피부가 파열되어 어미 몸속에서 월동한 알이 나와 또다시 1년의 생활환이 시작되는 특이한 생태를 보여준다. 죽어서도 몸속에 알을 품고 있어 혹독한 추위로부터 알이 얼어죽지 않게 하는 어미의 자식사랑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다른 지방에 비해 외줄면충이 관방제림의 느티나무에 가장 많이 번성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관방제림이 대숲인 죽녹원과 불과 직선거리로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동하는데 힘이 덜들고 그만큼 천적에게 노출이 덜되어 잡아먹힐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특한 삶의 형태로 진화한 것은 담양에서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있는 대나무와 느티나무라는 두 기주식물을 쉽게 옮겨 다니며 계절변화에 적응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식물에 기생하는 곤충들의 벌레혹들은 수없이 많지만 아주 특이한 생태를 보여주는 생물이 있다. 새삼이나 실새삼은 엽록체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식물에 기생해 양분을 얻는다. 이들은 뿌리도 없이 숙주식물의 몸에 붙어 양분을 섭취한다. 더구나 남이 만들어 놓은 양분을 빼앗아 자신의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놀라운 일은 이 기생식물들에 빌붙어 벌레혹을 만들고 새끼를 기르며 살아가는 새삼충령바구미(Smicronyx madaranus)가 있다. 벼룩의 간을 빼 먹어도 여분수지, 도둑질한 물건을 훔친 도둑같은 녀석, 정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기생식물에 기생하는 곤충이라니 철저하게 기생에 코드화된 생물이다. 생물의 생태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이런 것을 필자는 감히 기생생태계라고 이름 지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벌레혹은 봄에는 연초록, 여름엔 초록이었다가 외줄면충들이 구멍을 뚫고 빠져나간 후 가을이 되면 갈색에서 흑갈색으로 변하며 낙엽과 함께 땅에 떨어지면 별난 일생도 마감한다. 느티나무의 잎을 해하지만 절대로 잎 전체를 말라죽게 해 느티나무를 죽게 하지는 않는다. 생물의 생존경쟁 과정에서 상호공생은 당연히 서로 Win-Win 전략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동반 생존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편리공생 또한 상대 생물을 죽일 정도로 해치지는 않는다. 외줄면충은 때로는 대뿌리와 때로는 느티나무의 잎과 주기적으로 왕복하면서 기생하며 살고 있다.

이 두 식물 중 한 종이라도 피해가 커져 죽게 되면 외줄면충 종 자체가 위협받게 되므로 적당한 선에서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협상의 아이콘이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