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⓶ 댓잎의 프로기사, 바둑돌부전나비
대숲 속 곤충여행⓶ 댓잎의 프로기사, 바둑돌부전나비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3.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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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10월 사이에 볼 수 있고
날개 길이가 3㎝이내의 깜찍하고 앙증스럽다

댓잎 뒷면에 알을 낳아 애벌레 시기에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먹고 자란다
성충때는 진딧물의 분비물을 먹고 살아간다
댓잎의 수액을 빨아먹는 일본납작진딧물의 배설물을 흡입하는 바둑돌부전나비
댓잎의 수액을 빨아먹는 일본납작진딧물의 배설물을 흡입하는 바둑돌부전나비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댓잎의 프로기사, 바둑돌부전나비

바둑돌부전나비(Taraka hamada)는 신생대 제3기 네오기의 플라이오세 이후인 약 250만년 전에 출현했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나비다.

5월부터 10월 사이에 볼 수 있으며 연 3~4회 발생하며, 겨울나기는 애벌레로 한다. 날개를 펼친 길이가 고작 3cm이내의 깜찍하고 앙증스런 꼬마 나비다.

이 나비의 이름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나비 이름들처럼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지었다. 1947년 조선생물학회에 발표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 날개 안쪽 흰바탕에 검은 점이 散在(산재)한 것은 바둑돌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고 기록한 것과 같이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치장한다.

흑백의 조화 속에 탄생한 나비다. 몸의 머리, 가슴, 배의 모든 앞면은 검은색, 뒷면은 흰색이다. 흑백의 셀로판지 두 장을 양면으로 붙여놓은 것 같다. 날개 역시 윗면은 검은색, 아랫면은 흰색이다. 특히 아랫면은 흰색 바탕에 100여개의 검은색 점이 반상의 바둑돌처럼 찍혀 있어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을 한 이세돌 프로기사가 연상되는 나비다.

 

나비들의 애벌레는 야생동물들처럼 산야에 널려 있는 다양한 종의 생물을 먹고 자라는 다식성은 흔치 않다.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한 두 가지 생물만 먹고 사는 단식성으로 편식쟁이다. 그중에서도 식물만 먹고 사는 식식성(食植性) 나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민무늬귤빛부전나비(Shirozua jonasi) 같은 나비는 반육식성(半肉食性)으로 애벌레가 참나무과 잎을 먹고 그곳에 사는 진딧물도 잡아먹는다. 마치 인간이 고기를 먹을 때 야채와 함께 먹는 것처럼 편식을 하지 않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한다.

또한 애벌레 몸에서 단물이 나오므로 풀개미가 돌봐주며 공생을 한다. 풀개미는 민무늬귤빛부전나비 애벌레뿐만 아니라 그 나비 애벌레가 잡아먹는 진딧물에서도 단물이 나오므로 진딧물도 보살피며 한 곳에서 두 종을 신탁통치를 하듯 지능적으로 관리하며 보살피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참나무와 나비 애벌레, 개미, 진딧물의 4종이 서로 먹고 먹히며 보살펴주는 공생관계 속에 살아가는 특이한 생태를 보여준다.

 

우리의 주인공 바둑돌부전나비는 육식성(肉食性) 나비로 일본납작진딧물(Ceratovacuna japonica)이 모여 있는 댓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 시기에는 이 진딧물을 잡아먹고 자란다. 그렇다고 진딧물을 모두 잡아먹지는 않는다. 성충인 나비가 되어서도 진딧물의 분비물을 받아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일본납작진딧물은 조릿대나 신이대, 이대 등의 잎사귀에 기생한다. 이 진딧물은 댓잎에서 나오는 신선한 녹즙이 필요하다. 인간처럼 마트에 가서 야채를 사다가 녹즙기에 갈고 마시는 번거로움이 없다. 댓잎에 직접 빨대만 꽂으면 싱싱한 진액을 마음껏 흡입할 수 있다. 집단으로 초록의 댓잎에 하얗게 달라붙어 댓잎의 수액을 빨아먹어 대를 못살게 군다.

까맣게 산화된 분비물은 댓잎에 끈끈이로 붙어 있어 광합성을 방해한다. 그야말로 대에 빌붙어 사는 더부살이 곤충이다. 이 납작하게 생긴 진딧물 이름 앞에 일본이 붙인 것은 Japan에서 유래한 학명의 종소명이 ‘japonica’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둑돌부전나비는 일본납작진딧물이 없으면 못살고, 일본납작진딧물은 대가 없으면 못살며, 대는 바둑돌부전나비가 있어야 고통을 덜 받고 살 수 있다. 유연관계가 먼 나비, 진딧물, 대의 3종 생물이 애증의 삼각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와 진딧물과 나비가 연결고리로 공존해야만 살 수 있다.

바둑돌부전나비는 이와 같은 특이한 생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은 대나무의 북한계선인 따뜻한 중부 이남 지역과 강원도와 경북 해안가에 서식한다. 멀리 그리고 높이 날지 않기 때문에 대숲 주변에서만 관찰된다.

특히 대숲의 고장이요 필자의 고향인 담양에 오면 이 나비를 발견할 수도 있다. 담양에서 바둑돌부전나비를 보면 운수대통이다.

대의 고장인 담양에는 국내 유일의 한국대나무박물관이 있고 이곳에는 154종의 희귀한 대나무를 식재해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특성을 연구하는 대나무 품종원이 있다. 대나무 품종원에는 바둑돌부전나비처럼 작고 소박한 대가 있다. 바로 어려도죽(Pleioblastus distichus)’으로 매우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키가 약 10~50cm로 자세히 볼수록 미쁘고 대견하여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 너 참, 어려도 대는 대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