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⓵ 대숲의 더부살이 곤충들-송국 담양에코센터장
대숲 속 곤충여행⓵ 대숲의 더부살이 곤충들-송국 담양에코센터장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3.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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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잎에 앉아있는 연노랑풍뎅이, 담양 금성
댓잎에 앉아있는 연노랑풍뎅이, 담양 금성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 대숲의 더부살이 곤충들

()는 말이 없다. 단지 지나가는 안개, , , 바람이 말을 만들었을 뿐이다. 대는 속이 없다. 나이테를 만들 공간이 없어 나이도 없다. 햇빛은 하루에 한 번 댓잎 틈새를 왔다 갔을 뿐이고, 그림자는 열심히 따라다니며 먹그림을 그리고 티끌 한 점 흔적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대숲을 보고 수천 년 동안 말을 만들고 뭔가 끄적거려 왔다. 대가 대 아닌 헛것을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대에게 쓸데없는 헛소리를 하지 않았는가 반문해본다. 대는 그냥 그렇게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을 뿐이다.

대는 최근에 대나무로 많이 불리어지고 있지만 학술적으로는 대(Bamboo, )이다. 벼과식물(화본과식물, 禾本科植物)로 형성층(부름켜)이 없어 부피생장을 못하니 풀(草本, 초본)이고, 단단하게 목질화 되어 있고 여러 해를 살기 때문에 나무(木本, 목본)이기도 하다. 그러니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다. 이미 400여년 전에 대단한 생태학적 식견을 가진 고산 윤선도 시인이 오우가에서 대를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라고 노래했듯이. 그렇다고 풀이면서 나무라고 하기도 껄끄럽다.

대는 열대나 아열대 기후에 잘 적응하며 진화해온 식물이다. 대가 위도상 온대 기후에 속하는 담양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담양은 400~600m의 나지막한 산지로 빙 둘러싸인 사발모양의 분지형 도시이다. 태풍 같은 큰 바람의 방패막이가 되고 태양광선에 의한 지표면 복사에너지가 도시 밖 사방으로 나가지 못하여 온난한 기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쪽에는 해발고도 731m의 추월산이, 서쪽에는 담양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해발고도 822m의 병풍산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고 있다. 더불어 남동쪽 분지 안쪽의 담양 뜰을 따뜻하게 해주는 푄현상(Föhn phenomenon)이 일어남으로써 난대성 기후 조건을 만들어주어 대의 생육에 적합한 천혜의 고장이다. 연평균기온이 14.6, 연평균 강우량 1300내외로 대가 자라기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대와 같은 과()인 벼 역시 따뜻한 날씨 탓에 벼농사도 잘 되기 때문에 쌀로 만든 엿이나 한과, 막걸리 등이 담양의 특산물로 유명한 이유가 된다.

대는 장소와 토양, 날씨 조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하루에 최대 1.2m까지 자라는 빠른 성장속도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20m 크기의 나무가 벌목되면 같은 크기로 자라기까지 60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대는 60일 내에 20m까지 자라는 식물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기후변화 대응식물로 지구를 지키는 환경지킴이다. 더불어 대는 다양한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그 배경에는 1차소비자인 곤충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이 있으면 은신처인 대숲에서 2, 3차 소비자인 개구리와 뱀이, 그리고 그 상위 소비자들이 연쇄적으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어 자연스럽게 생물다양성이 유지되어 생태적 가치가 높다.

 

댓잎의 프로기사 바둑돌부전나비, 댓가지 마술사 대벌레, 대 뿌리 곁방살이 외줄면충, 대 그루터기 사랑 흰줄숲모기, 대통 속 아기방 뿔가위벌, 바지랑대 묵상 큰밀잠자리 등은 대의 뿌리, 줄기, 잎에서 대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곤충들이다. 대숲의 세레나데 베짱이, 대밭의 기후 사냥꾼 넓적배사마귀, 대숲길 반려곤충 길앞잡이, 사시사철 푸른 풀색노린재, 대바람 소리를 몰고오는 말매미, 대울타리 도랑따라 소금쟁이, 사랑을 그리는 검은물잠자리, DNA로 연결된 대와 각시메뚜기, 대숲의 CSI 명탐정 금파리, 백 년을 하루같이 동양하루살이 등은 대숲 생태를 보여주는 친구들이다. 어둠을 먹고 사는 멋쟁이딱정벌레, 대숲사이 별빛 따라 늦반딧불이, 대밭의 청소부 산바퀴, 대숲의 그림자 먹그늘나비 등은 대숲의 어둠 속에 사라가는 은둔자들이다.

필자는 연재 칼럼에서 대숲 생태와 그 속에서 수억년 동안 더불어 살아오면서 적응 진화해 온 곤충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와 곤충과 인간의 삼각관계 속 애증의 연결 고리를 파헤쳐 기후 환경 생태를 학술적으로 풀어내 독자에게 흥미를 배가시키고자 한다. 여기에서 기술하고자 하는 20종의 곤충들은 분류학상 중복되지 않도록 각 목()별로 한 두 종씩 골고루 선정하였다. 또한 우리가 대숲을 걷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친근한 곤충들을 지면 위에 올려놓았다. 독자가 읽다보면 아하! 그 때 그 녀석이네하고 쉽게 알 수 있는 대숲과 함께 살아온,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더부살이 곤충들이 대숲여행을 안내할 것이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