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나무이야기] ​​​​​​1. 담양의 나무 이야기를 시작하며
[담양 나무이야기] ​​​​​​1. 담양의 나무 이야기를 시작하며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4.04.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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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사람이 공존해온 담양의 문화전통

 

선인들은 나무를 아끼고 숭상하며

자주 찬양하여 시로 노래했다.

그러한 문화전통을 간직한 곳이 바로 담양이다.

 

아름다운 계곡에 누정을 짓고

시가문화와 가사문학의 정수를 이뤄온 담양에는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았다.

 

여행자의 도시로 명성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마을 따라 길 따라 이어지는 나무들이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우리 민족의 시조이자 고조선의 창업왕인 단군신화에는 신단수(神檀樹) 이야기가 등장한다. 천신(天神)의 아들 환웅(桓雄)이 무리 3천명을 이끌고 백두산 신단수 밑에 내려와 신시(神市)라 이르고 인간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후에 곰에게서 사람 몸을 받은 웅녀가 아이를 갖고자 축원을 올린 것도, 환웅이 잠깐 몸을 바꿔 단군을 수태한 것도 바로 이 나무 아래서다. 단군은 1908세 되던 해에 산신이 되었는데 이는 곧 숲의 신, 수목 정령(精靈)이 된 것을 의미한다.

 

성경 창세기의 에덴동산에 지혜의 나무라는 사과나무가 등장하는 것도, 불교의 석가모니가 무우수 아래서 태어나고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유교의 공자가 행단 곧 살구나무 그늘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것도 모두 나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자크 브로스는 나무의 신화라는 책에서 석가모니 이전의 힌두교도 신앙을 보면, 나무와의 접촉은 나무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선조에 대해 잊고 있던 기억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나무를 통해 인간은 삶에 이르고, 생의 기원을 재발견하며, 동시에 불멸에 이른다. 더욱이 땅속뿌리의 가는 줄기, 넓게 드리워진 잎사귀와 더불어 나무는 무상보리(無上菩提)에의 도달 과정 그 자체를 가장 완벽하게 형상화한다고 했다.

 

선지자들과 현자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예로 들지 않고도 다음의 단순하고 소박한 시() 한 수면 나무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이 된다.

 

한 그루 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나는 다시 보지 못하리

대지의 단 젖줄에

주린 입을 꼭 댄 나무

종일토록 하느님을 보며

무성한 팔을 들어 비는 나무

여름이 되면 머리털 속에

울새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나무

가슴에는 눈이 쌓이고

비와는 정답게 지내는 나무

시는 나 같은 바보가 써도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드시나니.

-조이스 킬머, 나무

 

겸손한 시인 조이스 킬머는 시는 자신 같은 바보가 써도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드신다고 했다. 땅과 하늘을 잇는 나무, 그 가슴에 각종 새를 쉬게 하고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나무, 비와 눈 같은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며 사는 나무, 존재의 구원과 사랑을 모두 수렴하고 있는 나무는 하늘이 쓴 시다.

 

그래서 선인들은 나무를 아끼고 숭상하며 자주 찬양하여 시로 노래했다. 그러한 문화전통을 간직한 곳이 바로 담양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으로 영산강 시원 골짜기마다 형성된 아름다운 계곡에 누정을 짓고 시가문화(詩歌文化)와 가사문학(歌辭文學)의 정수를 이뤄온 담양에는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았고, 지금도 여행자의 도시로 명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마을 따라 길 따라 이어지는 나무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담양은 나무로 먹고사는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나무공예로 이름을 떨치던 근대 담양에서 대나무밭은 생금밭으로 불렸고, 대나무 가내수공업을 하지 않은 집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대나무공예산업이 쇠락한 지금도 대나무숲인 죽녹원이 담양관광 1번지이다. 죽녹원 맞은편의 천연기념물 관방제림은 노거수 아래 펼쳐진 국수거리와 함께 역시 담양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힐링 관광지이다.

 

그뿐인가. 담양을 가장 먼저 관광지로 알린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은 국도확장공사로 베어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가로수 살리기 군민연대의 힘으로 살려낸 사연과 함께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렇게 나무를 사랑하고 공존해온 담양의 문화전통이지만 마을의 당산나무들은 사정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마을에 풍물을 칠 젊은이들이 없어 당산제가 그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마을숲이 많이 사라졌으며 주변 풍경이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 백 년을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나무들은 한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나무와 공존해온 담양 지역의 문화전통과 변화상, 그리고 나무에 담긴 여러 가지 전설과 사연들에 대해서 기록하고자 한다. 지면의 한계가 있음에 아쉬움이 많지만,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담양의 나무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하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