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농사 25년…은퇴하니 퇴직금도 주네요”
“딸기농사 25년…은퇴하니 퇴직금도 주네요”
  • 김정주기자
  • 승인 2023.09.2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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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농협, ‘원예농가 퇴직금제’ 도입 3년만에 첫 수혜자 탄생

 

딸기농사 25년 짓다가 올해 폐원했습니다. 그런데 은퇴했다고 농협에서 퇴직금을 주더라고요. 지금까지 없던 일인데, 엄청 기분이 좋았습니다.”

담양에서 딸기농사를 짓다 올해 은퇴한 김승수(70)씨는 최근 담양농협으로부터 퇴직금 140만여원을 받았다. 담양농협이 농민 복지를 위해 원예농가 퇴직금제를 도입한지 3년만에 처음으로 수혜자가 나온 것이다. 올해 퇴직금을 받은 농민은 모두 8명으로 담양농협이 이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총 2천만여원이다.

담양농협이 원예농가 퇴직금제를 도입한 것은 2020년이다. 고령 은퇴 농민의 소득과 노후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려는 제도로 전국 최초다.

대상은 농협을 통해 농산물을 출하하는 원예농가다. 농산물을 출하할 때 농가가 농협에 지급하는 출하수수료 0.9%와 농협이 추가로 출연한 0.2%를 합한 1.1%를 퇴직금으로 적립한다. 농민이 따로 내는 적립금은 없다. 예를 들어 담양농협에 연간 1억원의 원예작물을 출하하는 농민은 110만원의 퇴직금 적립금이 생기는 것이다. 농협에 출하를 많이 할수록, 출하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퇴직금을 받는 구조다.

2020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퇴직금 제도에 참여한 농가는 180여명이다. 매년 1억원 이상 적립해 지난해까지 3년간 쌓인 금액은 37천만원에 이른다. 농협에 출하하는 금액이 연간 1억원인 농가가 10년 후에 은퇴하면 받는 금액은 1100만원, 25년 농사를 짓는다면 2750만원을 받게 된다.

농가 반응은 좋다. 자동으로 퇴직금이 적립되는 직장인과 달리 농가는 은퇴 준비를 따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딸기농가 김성곤(60·담양읍)씨는 농민들은 농사지어 번 돈으로 다음 농사를 준비하기 바빠 은퇴 후를 생각하고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농협이 퇴직금을 적립했다가 챙겨준다고 하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폐원할 때 그동안 받았던 지원금이나 대출 등을 상환하고 나면 빈손이거나 오히려 빚이 남기 마련인데 이럴 때 받은 목돈이 경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은퇴를 앞둔 농가들은 이런 제도가 좀더 빨리 도입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할 정도다.

김범진 조합장은 원예농가 퇴직금은 중도 인출이 불가할 뿐 아니라 농가들이 파산하더라도 압류가 들어올 수 없도록 조치를 다 해뒀다면서 여유가 있는 농민은 퇴직금으로 더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테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가에는 그야말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양농협은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퇴직금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농가도 적립금을 내도록 해 퇴직금 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