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⑰ 대바람은 소리를 몰고, 말매미
대숲 속 곤충여행⑰ 대바람은 소리를 몰고, 말매미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9.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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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 높이의 느티나무에서 탈피한 말매미 탈피각, 담양읍.
1.5m 높이의 느티나무에서 탈피한 말매미 탈피각, 담양읍.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대바람은 소리를 몰고, 말매미

대숲에 들어서면 대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바람은 한자어로 표기하면 죽풍(竹風)일 것이다. ‘죽풍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이라고 나와 있다. , 대숲에 이는 바람이다. 참고로 대바람은 이 칼럼에서 처음 등장하는 낱말로 필자가 지어낸 신조어다. 죽풍보다는 정감이 있는 새 낱말로 여겨져 많이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숲에 들어가 가만히 서 있노라면 부드러운 무엇인가가 다리 사이를 지나 겨드랑이, 목덜미를 시원하게 자극한다. 이 대바람은 빛과 그림자가 만든 틈새 숨결이다. 댓잎에 햇볕이 가려진 음지, 댓잎 사이로 들어와 햇빛이 쬐인 양지, 두 곳의 태양 복사열 온도 차이에 의한 미세한 기압변화로 일어난 미미한 바람이다. 대바람은 대나무 사이를 지나며 쪼개지고 흩어지다 다시 만나 더 크게 부채질하며 생명의 소리를 만들어 낸다. 바닥의 작은 식물을 어루만지며 원줄기를 타고 올라가 곁가지를 일깨우고 일직선으로 솟구친 대나무 끝단을 용오름으로 흔들어 땅의 이야기를 하늘에 전한다.

대나무는 다른 나무들처럼 껍질을 벗지 않는다. 부름켜(형성층)가 없어 부피생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살이 트고 껍질이 생길 리가 없다. 평생 더우나 추우나 탈피를 하지 않는다. 속이 텅 비어 있어 속살을 찌울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나무는 겉과 속이 매끈하다. 굴곡이 없어 한결같이 곧고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낼 수 있다. 대통의 굵기와 길이, 구멍의 개수와 위치에 따라 소리의 굵기 높낮이에 따라 대금, 중금, 소금 등 여러 가지 관악기와 두드리는 타악기로 노래를 하고 있다.

이 대숲에 한여름 더위를 몰고 다니며 목청껏 사랑노래를 부르는 곤충이 있다. 몸길이가 4가 넘고 날개를 편 길이가 무려 12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 수컷의 발성기관은 좌우 폭이 18로 공명실이 커서 소리 또한 압권이다. 자동소총 속사포처럼 반복되는 단음으로 대숲을 노래한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20~25초 정도다. 아무리 길어도 한 소절이 30초를 넘기지 않는다. 또한 계속적으로 발성할 때에는 쉬는 시간이 20초 이내로 짧아 연속적으로 발성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더군다나 말매미 소리는 사람이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주파수대에 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는 202이다. 그중에서 2~6의 소리를 가장 잘 듣는데 말매미 소리의 주파수가 이 범위에 속한다. 소리의 세기는 단위가 (데시벨)이다. 말매미는 약 85이고 참매미는 약 80이다. 이 소리의 세기는 진공청소기나 자동차 경적 소리와 맞먹는다. 애매미는 약 70, 풀매미는 약 60이다. 사람은 120이상의 소리에 노출되면 고통을 호소한다.

말매미의 발성기관은 수컷의 배에 있다. V자형으로 되어있는 두 다발의 발음근에서 팽팽하게 연결된 제1배마디 양쪽에 얇은 발음막이 있다. 발음근이 수축했다 이완하면 연결된 발음막이 당겨져 움푹 들어갔다 펼쳐진다. 이때에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미약하지만 뱃속에 텅 빈 공명실이 있어 소리를 크게 증폭시킨다. 이 증폭된 소리는 배밑판을 감싸고 있는 울림판이 떨리면서 다양한 울림의 소리를 다듬어 밖으로 내보낸다. 현악기인 바이올린이나 첼로 줄의 떨림을 몸통에서 증폭시키는 원리와 비슷하다. 발성기관 내부의 발음근과 발음막, 공명실, 외부의 울림판(배판)과 등판 형태의 차이는 매미 종을 분류하는 중요한 키(Key)이다.

울림은 수컷끼리의 영역 다툼과 새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지킴이 역할, 암컷을 유인하는 수컷의 사랑표현이다. 사람들은 말매미가 따르르르하고 소리 내어 운다고 한다. 우는 것이 아니고 노래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보다 더 정확히 정의를 내리면 매미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하는 발성이요 울림이다. 암컷은 울림소리가 더 큰 수컷에 호감이 가서 구애를 하며 짝짓기를 허락한다. 수컷은 자신의 자손번식을 위해 경쟁적으로 더 크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혼자 외따로 있을 때보다 동료가 여럿이 소리를 지를 때 더 크게 발성한다.

한여름에 푹푹 찌는 더위를 시원스럽게 날려 보내는 것이 말매미 소리이다. 최근 말매미 소리가 담양 대숲의 명소인 죽녹원에서 많이 들리는 이유는 매미 애벌레의 기주식물인 플라타너스와 벚나무 등이 죽녹원 인근 담양천변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