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나무이야기] ​​​​​​3. 담양읍 객사리 관방제림
[담양 나무이야기] ​​​​​​3. 담양읍 객사리 관방제림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4.04.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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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에는 늙은 나무가 산다

수해 막기 위해 제방 쌓고 나무 심기 시작한지
400년 세월 끄떡없이 마을을 지켜온 나무들은
천연기념물 되고 ‘아름다운 마을 숲’ 대상 받고…

울뚝불뚝 뿌리로 온 힘 다해 흙을 움켜쥔 나무들
허리가 휘도록 길어지는 가지로 그늘을 늘이고
시름을 풀어줄 의자가 돼 우리를 기다려준다
담양읍 객사리 관방제림 / 김정한 사진작가
담양읍 객사리 관방제림 / 김정한 사진작가

객사리는 현 담양동초등학교 일대로 조선조 때 객사가 있었기 때문에 부르게 된 이름이다. 조선조 때 임금의 명을 받아 지방에 내려오는 관리를 접대한 곳을 객사라 한다. 담양에 처음 객사가 건립된 것은 선조 35(1602)이다. 그 후 부사 김이가 동상헌을 객사 동쪽에 건립하여 모든 공사를 관에서 처리하며 심장부 역할을 한 곳이 지금의 객사리다. 아름다운 마을 숲 관방제림의 중심부가 바로 객사리에 있다.

 

담양군민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문화유산을 물으면 예나 지금이나 단연 1순위가 관방제림이다. 담양읍을 감돌아 흐르는 담양천의 북쪽 언덕에 따라 관방제림이 조성되어 있는데, 높이 약 5m 되는 제방을 따라 각종 노거수가 줄지어 서 있다. 담양읍 남산리 동정자마을부터 시작해서 담양읍 천변리까지 이어지는데 현재는 수북면 황금리를 거쳐 대전면 강의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말하는 관방제는 천변리의 옛 우시장까지를 말하고 그 길이는 약 2에 이른다.

 

관방제림은 조선 인조 26(1648)에 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으며, 철종 5(1854)에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이 제방을 다시 늘려 쌓으면서 숲을 조성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조선 영조 32(1756)에 당시 담양 부사 이석희(李錫禧)가 편찬한 추성지(秋成誌)’에는 관방제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북천(北川)은 용천산(龍泉山)에서 물이 흘러내려 담양부의 북쪽 2리를 지나며 불어 넘쳐 해마다 홍수가 나, 내와 담양부 사이에 있는 60여 호를 휘몰아 사상자가 나오므로, 부사 성이성이 법을 만들어 매년 봄에 인근 백성을 시켜 제방을 쌓아 수해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관방제림은 이 관방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숲이다. 관방제를 따라 1.2이어져 있는 숲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의 종류로는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후박나무, 갈참나무 등이 있다. 큰 나무는 300400년 전에 심어진 것이고, 작은 나무는 철종 5(1854)에 황종림 담양부사가 심은 것이라고 한다.

관방제림은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인공림으로, 우리 선조들의 자연재해를 막는 지혜를 알 수 있는 역사 및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인정되어 19911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산림청이 주관하는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대상을 수상받기도 하였다.

 

관방제림 나무들은 오랜 세월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 해왔다. 수해를 막아줌은 물론이고 농사에 지친 주민들의 그늘이 되고 소풍지가 되었다. 해마다 겨울이 가고 날이 풀리면 관방제림의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은 그늘을 만드느라 분주해진다. 온 힘을 다해 늙은 몸속에서 이파리를 토해낸다. 그러면 작년보다 더 굽어진 나무들의 등에서 깊고 넓은 그늘이 쏟아진다.

벼락에 절명한 엄나무는 그루터기만 덩그렇고, 오래 앓던 푸조나무도 끝내 쓰러졌지만, 홍수에도 가뭄에도 끄떡없이 마을을 지켜온 나무들은 변함없이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한다. 늙은 몸에 꽃을 피우고 부끄럽다던 벚나무가 에라 모르겠다면서 이파리 사이로 버찌까지 매달기 시작하면, 질세라 팽나무도 동글동글 푸른 열매를 달기 시작하고, 몹쓸 병에 걸린 느티나무는 수액주사를 단 채로, 며칠 전 바람에 넘어진 후박나무는 각목으로 깁스를 한 채로 부러진 어깨 위에 잎을 돋워낸다.

 

아이들은 관방제림 가운데 밑동만 남은 나무를 사랑의 나무라고 불렀다. 모든 것을 내준 나무의 마지막을 사랑이라고 이름 짓는 것은 어디서 배운 것일까. 이곳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이곳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무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푸른 그늘을 늘여가고 있다.

아름다운 숲에는 이렇게 늙은 나무가 살고 있다. 세월의 부산함도 외로움도 다 견뎌온 나무들, 울뚝불뚝 뿌리로 온 힘 다해 흙을 움켜쥔 나무들, 허리가 휘도록 가지를 길러내며 그늘이 깊어간다. 해마다 더 길어지는 가지로 그리움의 그늘을 늘이고, 시름을 풀어줄 의자가 되어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
글: 문학작가 심진숙(沈眞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