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 곤충여행⑮ 대숲길 반려곤충, 길앞잡이
대숲 속 곤충여행⑮ 대숲길 반려곤충, 길앞잡이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8.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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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길에 앉아있는 길앞잡이, 메타프로방스
양지바른 길에 앉아있는 길앞잡이, 메타프로방스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 속 곤충여행대숲길 반려곤충, 길앞잡이

담양에는 어느 곳이나 대숲이 있는 곳이면 마을이 있다. 왜 대들이 인가 옆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을까? 대는 일부 씨앗으로도 번식하지만 대부분 땅속줄기(지하경, 地下莖)에 난 눈이 자라 새로운 대로 올라와 군락을 이루는 영양생식을 한다. 사람이 옮겨 심지 않으면 지금처럼 각 고을에 넓게 퍼져 대숲이 우거져 있을 수가 없다. 대를 이용한 생활용품과 음식, 집 짓는 재료, 바람막이 등 다방면에 이용되기 때문에 가까이 심고 애용하고 있다. 그만큼 담양에서 대는 동네 사람과 끈끈한 정으로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대숲은 보통 마을 좌우 양옆과 뒤켠에서 동네를 휘돌아 편안하게 감싸는 형상으로 의례히 대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다. 울타리 옆에는 대숲의 오솔길이 나 있고 길은 길에 연()해 마을 길인 고샅으로 통한다. 이 호젓한 대숲의 오솔길을 걷다 보면 저만치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어여쁜 곤충, 바로 우리의 주인공인 길앞잡이(Cicindela chinensis)와 마주치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길앞잡이는 곤충강 딱정벌레목 길앞잡이과의 한 종으로 몸길이 2가 조금 넘는 중간 크기의 곤충으로 영어로 ‘Tiger beetle(타이거 비틀)’이라고 한다. 번역하면 호랑이딱정벌레. 이것은 겉날개인 딱지날개의 무늬가 호랑이와 비슷하게 얼룩 줄무늬가 있고, 육식성 곤충으로 호랑이처럼 포악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이 곤충은 딱지날개의 오색 영롱한 색이 모자이크처럼 장식돼 있어 우리나라의 딱정벌레목 중에 화려한 곤충에 속한다.

길앞잡이는 길 위에 앉아 있다가 사람이 다가오면 포르릉~’ 날아 5~6m 앞의 길 위에 앉아 주변을 경계한다. 또다시 가까이 가면 저만치 날아가 길 위에 앉아 기다리는 것과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마치 길 앞에서 길 안내를 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친구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준 곤충학자는 아마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비록 인간이 보기에 하찮은 벌레이고 미물이지만 이름하나 짓는데도 이렇게 사려깊은 이름을 짓다니. 하지만 이 녀석은 길에서 사람이 다가가니 그저 놀라서 도망갔을 뿐인데.

2018년에 필자가 쓴 책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에서 길앞잡이는 산길을 가는 외로운 나그네에게 길동무가 돼주는 곤충으로 반려곤충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적이 있다. 그때의 반려(伴旅)여행의 동반자라는 의미로 기술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낱말인 반려라는 말이 요즘 반려동물, 반려견, 반려묘, 반려식물 등 유행처럼 번져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반려(伴侶)’라는 말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짝이 되는 동무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에서 반려곤충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반려곤충이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곤충을 사육하며 관찰하는 경우는 반려의 의미와 성격이 다르다. 잠시 곤충 몇 마리 사육통에 사육해서 자기 기분 만족하고 죽으면 버리는 행위를 반려곤충이라고 한다면 좀 그렇지 않는가? 생명체인 곤충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생물과 인간이 서로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자유롭게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서로 존중하는 관계 설정 즉, ‘짝이 되는 동무라는 개념이 반려라고 생각한다.

길앞잡이는 주변온도가 변하면 자신의 체온이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체온이 따뜻해져야 에너지가 활성화 돼 잘 날거나 기어 다닐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몸이 빨리 데워지기 위해서는 몸을 햇빛에 노출시켜 일광욕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아 빨리 생체 복사열로 전환되는 산길 위의 따뜻한 돌이나 자갈 위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냥을 하거나 천적이 지나갈 때 몸이 빨리 활성화 돼 잘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몸이 후끈 달아올라 경주마처럼 마력(HP,PS)이 센 폭발력 있는 생체엔진이 기동된다.

길앞잡이는 상공에서 직접 내려 쪼이는 햇볕의 열에너지와 돌이나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에너지인 적외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요즘 신재생에너지로 인기가 있는 태양열에너지와 지열복사에너지를 함께 받아들여 사용하는 융합에너지로 활동하고 있다. 열효율이 높은 융합된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기 때문에 민첩한 행동을 할 수 있어 다른 딱정벌레보다 잘 날고 달릴 수 있게 진화해 왔다. 그늘진 숲속으로 날아가지 않고 길 위에 앉아 우리를 안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