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평볍씨마을학교-“농부 아저씨 땀방울 알 것 같아요”
창평볍씨마을학교-“농부 아저씨 땀방울 알 것 같아요”
  • 조 복기자·고재한 창평담당기자
  • 승인 2022.07.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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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요” 손모내기 참여한 학생들
쌀역사·문화·생태와 정규교과 학습

농촌지역에 대한 감성이 길러져
사회에 나가 내 고향·농업에 대한
애정을 갖는 소중한 기회 기대

 

줄이요.”

송희용 삼천리마을 이장의 구령에 줄이요를 함께 외치며 뒷걸음질 하며 다음 모를 심을 준비를 하는 창평초 창평초 5·6학년 학생들의 표정이 마냥 밝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3~5 가닥의 모를 쥐고 가지런히 심으려는 학생들의 모습이 시골농부 같다.

지난달 7일 창평볍씨마을학교에 참가한 창평초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마을학교 활동가들과 손모내기를 하는 현장은 40~50년전 농경사회에서 흔하게 봤던 옛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고학년 언니오빠들이 모심는 모습을 지켜본 저학년 학생들도 송희용 이장의 시범에 따라 양팔간격 일렬횡대로 늘어서서 한줄 한줄 모를 심어나갔다.

생소한 모내기 동작에 힘들어하면서 우왕좌왕 하다가도 마을학교 선생님들의 설명을 금방 습득하며 차분하게 모내기를 마쳤다.

고재한 유천마을 이장이 다리에 거머리가 물리자 놀란 아이들이 논 밖으로 뛰쳐나가는가 하면 호기심에 거머리를 보려고 몰려들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옛날에는 흔하던 거머리가 농약을 사용하면서 점차 사라지다 친환경농법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잡초를 먹고 사는 우렁이를 뿌려 넣어 무더위에 농부가 풀을 뽑는 수고를 덜게 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볍씨마을학교는 아이들이 벼의 생육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이론과 체험이 겸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서 벼와 함께 생활하는 거미와 메뚜기, 나방 등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다.

앞으로 벼 이삭이 차오르고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수시로 관찰하고 기록하며, 벼의 생장과정을 그린 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벼의 낟알이 차기 시작하면 참새가 먹지 못하도록 논 곳곳에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허수아비를 설치하는 재미있는 체험도 하게 된다.

벼가 누렇게 익으면 5~6학년 학생들은 낫으로 벼 포기를 베고, 다른 저학년 학생들은 이삭과 낟알을 분리하는 홀태·풍구·풍작 등 다양한 도구로 수확하는 체험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학생들은 모내기하고 벼를 수확하며 농부인 엄마 아빠의 땀방울을 알게 되고, 농촌지역에 대한 감성이 길러져 사회에 나가서도 내 고향과 농업에 대한 애정을 갖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창평볍씨마을학교는 창평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쌀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정규교과들과 결합시킨 학습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음악수업의 일환으로 꽹가리··장구·북으로 구성된 사물놀이를 통해 벼가 생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천둥과 바람·구름·비를 표현하기도 하고, 민요를 통해 힘든 노동을 잊게 한 노동요와 공동체의식에 대해서도 배우게 하고 있다.

미술수업과 관련해서는 조선대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허수아비를 만들어 설치하고, 벼 이삭을 자세히 그려보는 세밀화 그리기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벼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우렁이의 산란과 개구리의 성장과정, 메뚜기 등을 관찰하고, 24절기를 한자로 적은 카드놀이를 통해 한자와 절기를 배우는 수업도 진행한다.

이처럼 학교교육과 다른 교육을 위해 김승애 이올농장 대표, 송희용·고재한 이장, 조성애 창평면 부녀회장, 이광남 창평면 적십자 회장과 청년활동가, 주민 등이 열성을 보이고 있다.

고영근 창평권역사업추진위원장은 자신의 유기농 논을 매년 벼농사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토록 하는 등 볍씨마을학교의 알찬 운영을 위한 밀알이 되고 있다.

김승애 마을학교 대표는 볍씨 한 알에는 우주가 들어있다는 의미를 일깨우고자 볍씨마을학교라고 이름을 지었다벼가 누렇게 익어 수확하는 시기에는 창평의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는 추수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볍씨마을학교에서 재배된 유기농 쌀은 창평초·중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