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속 곤충여행⑬ 대숲의 살아있는 농약, 무당벌레
대숲속 곤충여행⑬ 대숲의 살아있는 농약, 무당벌레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2.07.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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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적게 받은 대숲 식물 건강성 떨어져
당연히 진딧물이나 응애 같은 해충으로 몸살

무당벌레는 일생동안 애벌레부터 성충까지
5천마리 정도 진딧물 잡아먹으며 살아가

때론 진딧물 배출 단물도 받아먹으면서
해충류 알 먹어 치우는 고마운 천적곤충
지칭개에 붙어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칠성무당벌레, 에코센터
지칭개에 붙어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칠성무당벌레, 에코센터

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대숲속 곤충여행대숲의 살아있는 농약, 무당벌레

대숲의 명소인 담양 죽녹원에 갔다 온 관람객에게 죽녹원이 어때요?’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대나무 이야기만 한다. 대나무만 보고 왔기 때문에 대숲에는 만 살고 있는 줄로 착각한다. 대숲에 사는 식물은 대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나무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키가 큰 나무인 교목은 주로 상수리나무와 밤나무, 아까시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가죽나무, 소나무들로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 10m 이상 자라는 대나무와 키 크기 경쟁을 벌인다. 이 나무들은 대부분 양지식물로 대나무보다 높이 자라야 하기 때문에 대숲에서는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만 자라는 특징이 있다.

반양지성의 키가 작은 나무인 관목으로는 차나무, 찔레, 쥐똥나무, 광나무, 산초나무들이 대숲 가장자리나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다. 대숲의 밑바닥에는 윗부분의 댓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햇빛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맥문동, 천남성, 둥글레, 비비추, 자주괴불주머니, 현호색, 뱀고사리, 쇠뜨기 등 반음지성 식물과 쑥 등 다양한 지피식물들이 살고 있다. 기타 덩굴성 식물로 인동덩굴, , 등나무, 댕댕이덩굴, 박주가리 등이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대를 감고 올라가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이와같이 대숲에 대와 함께 살아가는 식물들은 햇빛을 적게 받아 광합성량이 적기 때문에 양분이 부족해 다른 지역의 식물보다 건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진딧물이나 응애 같은 해충이 침범해 몸살을 앓고 살아간다. 진딧물이 나타나면 개미와 무당벌레가 뒤따라온다. 개미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를 쫒아주고, 진딧물은 그 대가로 꽁무니에서 나오는 단물(감로, 甘露)을 개미에게 제공한다. 개미와 진딧물과는 서로 도움을 주고 이득을 얻는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다. 하지만 무당벌레와 진딧물은 먹고 먹히는 천적(天敵) 관계다.

무당벌레(Ladybug, Harmonia axyridis)라는 이름은 무당의 옷을 연상 시키는 화려한 무늬와 점들 때문에 붙여졌다. 바가지처럼 생긴 날개의 개체변이가 심해 점무늬와 색깔이 다양한 무당벌레를 처음 연구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종으로 동정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자연계에서 1차 소비자로 연약한 무리이기 때문에 천적의 눈에 잘 발각되지 않도록 어두운색으로 치장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하지만 이 친구는 오히려 딱지날개를 눈에 잘 띄는 빨강과 노랑, 검정 등 원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천적이 나타나면 먼저 웅크리거나 벌러덩누워 죽는 시늉의 의사(擬死)행동을 한다. 천적이 무당벌레를 건드리면 몸에서 노란 액이 나오는데, 노란 액은 특유의 지독한 냄새와 쓴맛을 지니고 있다. 만약 천적인 새가 이 곤충을 쪼아먹었다고 하자. 곧바로 뱉어내고 나서 역한 냄새와 쓴맛과 현란한 무늬와 색깔을 기억하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 녀석을 잡아먹지 않을 것이다.

무당벌레는 일생동안 애벌레부터 성충까지 5천마리 정도의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때로는 진딧물이 배출하는 단물도 받아먹으면서 온실가루이, 응애류, 나방류의 알들도 먹어 치우는 고마운 곤충이다.

무당벌레과()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4500여 종이 조사돼 있고 국내에는 80여 종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 모두다 천적곤충으로 이로운 것은 아니다. 무당벌레나 칠성무당벌레처럼 진딧물이나 응애 등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육식성 무당벌레류와 흰가루병의 식물병원균을 먹는 노랑무당벌레 같은 균식성 무당벌레류는 농사꾼에게 이로움을 주는 익충이다.

반면에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와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 등의 초식성 무당벌레류는 가지나 감자, 토마토 잎을 갉아 먹어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도 있다.

최근 친환경농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농법은 벼농사에 오리농법, 미강농법, 우렁이농법 등으로 잡초를 제거한다. 또한 시설하우스 농사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무당벌레와 같은 천적곤충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이 도입되고 있다. 곤충으로서 또 다른 해로운 곤충을 제거하는 농법으로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 전법이 생각나는 농법이다.

살충제를 사용해 진딧물은 제거하면 농작물에 있는 잔류 독극물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우리 인간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그런 면에서 무당벌레는 해충의 생물학적 방제 측면에서 살아있는 농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다음호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곤충칼럼니스트 송국(宋鞠)

담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 졸업, 곤충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진곤충여행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담양에코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 및 평가위원과 각종 생태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검은물잠자리는 사랑을 그린다’,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교재’, ‘기후야 놀자’-··, ‘기후변화 나비여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