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여행⑦ 물결부전나비
나비여행⑦ 물결부전나비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1.06.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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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기후변화 나비여행⑦ 물결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물결부전나비-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애벌레 먹이는 편두, 칡, 팥 등 콩과식물
성충으로 자라면 꽃에서 꿀을 빨며 생활
나비 상태로 낙엽이나 덤불 속에서 동면

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내륙보다 따뜻하고
해변 벼랑에 심은 콩과 자생한 편두 많은
물결치는 바다 섬마을 어귀에 많이 서식
물결부전나비, 전남 여수
물결부전나비, 전남 여수

나비여행⑦ 물결부전나비

물결부전나비(Lampides boeticus)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만여년 전 신생대 제3기의 중기에 출현했다. 이후 빙하기와 간빙기를 여러 번 거치며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이다. 일본, 대만, 중국남부,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온난대 지역에 넓게 분포해 서식하고 있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은 편두, , , 고삼 등 콩과식물이다. 특히 봄부터 늦가을까지 자라는 편두(일명 제비콩, 까치콩)의 꽃과 콩깍지 속의 콩을 먹고 자란다. 성충은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여러 번 발생하며 꽃에서 꿀을 빨며 생활한다. 겨울에도 역시 나비 상태로 낙엽이나 덤불 속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동면한 후 이듬해 봄에 깨어난다.

제주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남해안 도서지역에 서식했으나 기온 등의 변화로 인해 충청남도 태안반도와 인천 강화도, 경상북도 울진 등을 거점으로 해안가에 국지적으로 서식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경기도 내륙까지 분포 확대가 예상돼 환경부에서는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나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물결부전나비는 물결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의 어귀에 많이 살고 있다. 해안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내륙보다 따뜻해 온난대성 나비인 이 친구가 기후에 적응하기 수월할 것이다. 또한 해안가 마을에는 주로 벼랑에 밭을 일궈 척박한 땅에 지력을 높이고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 밭작물로 콩을 심는다. 콩 뿌리와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뿌리에 고정해 땅을 기름지게 한다. 특히 애벌레가 좋아하는 먹이 중에 편두는 해변에 야생으로도 많이 자생하고 있어 서식지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결부전나비의 이름은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날개 안쪽에 갈색의 물결무늬가 있는 것을 특징삼아 지었다. 우리나라에는 물결이란 이름이 들어간 나비들은 물결나비, 석물결나비, 애물결나비를 포함해 4종이 있다. 모두 다 날개를 접고 앉았을 때 물결무늬가 잘 보이도록 날개 뒷면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 녀석은 주변 나뭇잎이나 꽃에 앉아 있을 때 가만히 있지 않고 뒷날개를 위아래로 천천히 비벼대는 습성이 있다. 이 모습은 미풍에 흔들리는 잎이나 꽃과 혼연일체가 되어 천적인 새의 눈을 홀려 피사체가 잘 띄지 않는 효과를 낸다.

설령 새의 눈에 발견되었다 해도 2차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뒷날개의 검은색 꼬리 끝에 흰색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마치 더듬이처럼 보일 것이다. 이 더듬이처럼 위장한 1쌍의 꼬리 아래 주황색바탕에 검은색 눈알무늬가 있는데 천적이 볼 때에 이 부위를 머리로 착각하게 한다. 새는 나비의 머리 쪽을 공격해 일시에 제압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곳을 쪼게 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날개만 일부 떨어져 나가게 하고, 그 대신 몸을 보호해 자손번식을 꽤하는 생존전략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잡혔을 때 꼬리를 떼어내고 도망가듯이.

석주명 선생은 나비 이름을 지을 때 나비의 무늬와 색깔, 모양, 특히 한국의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낱말들을 사용했다. 무늬 표현에서는 물결, 알락, , , , 박이등을 낱말 앞뒤에 붙여 나비의 특징을 살렸다. 나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나비 이름만 들어도 나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물결무늬와 비슷한 의미인 줄무늬 문양을 한 동물들이 있다. 특히 초식동물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얼룩말, 육식동물의 호랑이, 어린 멧돼지 새끼들, 푸른 큰수리 팔랑나비 애벌레, 열대어인 나비고기 등 무수히 많다. 또한 군대에서 이런 생물들의 의태를 본 따 특수부대 전투복으로 개발된 해병대나 공수부대 얼룩무늬 위장복이 대표적이다. 모두 다 생존을 위한 무늬진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생물들은 기후변화에 의해 주변 환경이 바뀌면 자신의 모습도 따라 변화시키며 터를 잡고 살아왔다. 수많은 야생생물들이 군민과 부대끼며 자연과 함께 살아 왔기 때문에 생태도시 담양이다. 가끔 사람의 식량을 훔쳐 먹는 동물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올가미나 덫을 놓는다.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우리 모두 더불어 살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