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여행 ②남방노랑나비
나비여행 ②남방노랑나비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1.04.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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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나비여행 ②온난화의 기후앞잡이, 남방노랑나비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남방노랑나비, 담양 가마골생태공원, 2020.8.28.
남방노랑나비, 담양 가마골생태공원, 2020.8.28.

진도 팽목항에서 경기도 안산까지 이어지는
노란 리본의 슬픈 사연처럼
이 애달픈 나비 역시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경기도까지 올라오는
기후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남방노랑나비는 계절·군집·분포변화 지표로서
한반도 나비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 온난화의 기후앞잡이, 남방노랑나비

남방노랑나비(Eurema mandarina)는 신생대 제3기의 전기에 출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6천만여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의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 온 종이다. 일본, 대만, 중국남부, 동남아시아, 히말라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널리 분포돼 서식하는 온난대성 남방계 나비이다.

노란색 바탕에 앞날개 끝만 검정으로 악센트를 주어 멀리서도 눈에 확 띄게 진화해 왔다. 노랑 자체만으로도 잘 보이는데 노랑과 검정의 배색으로 명시성이 높아 천적에게 가장 잘 띄는 색이다. 보호색으로 자신이 잘 보이지 않게 위장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나에게 다가오면 위험하다고 겁을 주는 모습으로 발달해 왔다. 노랑은 사람 뿐 만아니라 대부분의 동물들에게도 안전의 예비단계이므로 조심하고 주의를 요하는 경계색으로 치장했을 것이다.

날개를 편 길이가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로 흰나비과 중에서 가장 작은 날개를 가졌다. 날개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날지 못한다. 속력이 느리면 생존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만약 강렬한 노란색으로도 겁을 먹지 않는 배고픈 새가 쫓아오면 어떻게 대항하는가? 이 녀석은 항상 평지나 숲 주변의 길가에 살며 높이 날지 않고 지면 가까이에서만 배회한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일직선으로 날지 않고 상하좌우로 짧은 거리를 지그재그로 날개짓하며 풀숲의 덤불 사이로 들어가 피하는 전법을 펼친다. 마치 쫓기는 산토끼가 갈지자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천적으로부터 도망가듯이.

이 나비의 이름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나비들처럼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지었다.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 남조선에는 많으나 북행(北行)할수록 적어지고 경성(京城) 이북에서는 보기가 어렵게 되니 이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노랑나비앞에 왜 남방이 붙어 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선생이 1938년부터 1950년까지 작성한 유고집 한국산 접류 분포도를 보면 제주도와 호남, 영남의 중남부에만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동서 해안을 따라 경기도 서해안과 강원도 동해안까지 북상하며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남방노랑나비는 기후변화 지표나비 10종 중에 유일하게 환경부와 농촌진흥청 두 정부기관 모두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선정한 나비이다. 그 만큼 기후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감종으로서 농업생태계에서 계절과 군집, 분포변화 등의 지표로서 한반도 나비 중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친구는 겨울에도 성충인 나비로 월동을 하는 특이한 생태를 보여준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알이나 번데기 상태가 아닌 그냥 나비로 낙엽이나 덤불 속에서 겨울을 이겨내는 쪽으로 적응 진화해 왔다. 그래야만이 이른 봄에 애벌레의 먹이식물(기주식물)인 비수리와 싸리, 자귀나무 등 콩과식물의 새 잎이 돋아나면 그 곳에 곧바로 알을 낳아 부화한 애벌레가 빨리 자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비들은 연 1~2회 나타나지만 남방노랑나비는 일찍 알을 낳아 1년 중 3~4회의 발생으로 세대수를 많게 해 다른 나비들보다 자손번식을 많이 하는 생존전략을 보여준다.

남해안 진도 팽목항에서 서해안을 따라 경기도 안산까지 이어지는 노란 리본의 슬픈 사연처럼 이 애달픈 나비 역시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경기도까지 올라오는 기후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있는 5월이면 새로 태어난 나비들이 노란 리본처럼 팔랑거리며 바닷가에서 영혼의 춤사위를 보여준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비수리(일명 야관문)는 대나무처럼 비교적 따뜻한 곳을 좋아해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이 나비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비가 온 다음 맑은 날에는 길에서 무리지어 물을 빨아먹다가 가까이 가면 길을 따라 춤을 추는 노랑물결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깜찍하고 예쁜 이 노란 꽃나비를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있도록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고 개인 컵을 휴대하는 아름다운 실천을 기대해 본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