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담양과 2020년 오월에 대한 제언

윤영민 5·18 40주년기념 담양군준비위원장

2020-05-06     담양자치신문

 

오월은 농부에게 무척 바쁜 시기입니다. 벼 모종을 하고, 노지에 고추도 심고, 하우스에는 여러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때입니다. 바로 40년 전 광주의 오월에도 여전히 농부들은 농사로 분주한 상황이었고, 학생들은 시험을 앞둔 상황이었지요. 이런 속에서 항쟁의 불꽃이 타올랐습니다.

오월에 대한 여러 기억들이 새록새록 어제의 일처럼 떠오릅니다.

저는 당시 전남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중간고사 시험이 515일부터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일 가두행진이 벌리며 시민과 함께하는 가운데, 군부세력들은 계엄을 확대하고 이를 탄압하는 비상한 상황에 대한 총의를 모으기 위해 3학년들은 학급별 비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학급회의에서 우리는 중간고사를 거부하고 대학생들과 함께 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지에 우리들은 계엄해제라는 답안지를 써서 제출하고 바로 학교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3학년들이 민주화의 요구에 계엄으로 맞서는 시국을 애기하며 거리로 나가려는 상황에서 교문밖에는 최루탄을 앞세운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을 맞이했는데, ‘광주여 무등이여를 쓴 시인 김준태 선생님, 당시 학생처장이신 오종열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이날 우리에게 전해진 교육청인지 교장 재량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3학년 전원 휴교라는 고등학교 초유의 일을 맞이합니다. 다음날도 휴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2학년 후배들이 앞장서서 1·2학년 전원이 가두행진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16일 전남대에서 출발한 민주화대성회에 합류했습니다. 이후에 도청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하며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오월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아직도 온전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채, 5·18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국가기념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다행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두환의 광주재판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고, 광주 오월을 음해하는 세력들이 횡횡하는 것은 들으며 아직도 광주는 계속 진행 중임을, 다시는 이런 상황에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도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등 역사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오월은 세상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촛불을 든 어린 학생들의 함성 속으로, 인권의 시각지대에 훈훈한 인권으로, 마을과 지역의 자치로, 민주로, 평화와 통일 세상의 밑거름으로, 노동·농민·여성의 해방으로, 그리하여 마침내 함께 잘 어울려 사는 남도의 오래된 꿈인 대동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도 차이를 넘어 하나로! 대동의 문화로오월은 살아있습니다. 최근 외국의 항쟁 속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우고 있는 상황은 이제는 오월이 세계를 밝히기에 충분한 에너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담양은 오월 광주로 통하는 관문입니다.

계엄군들이 담양과 장성을 전국으로 확산을 막는 저지선이자 광주교도소를 막기 위해 23중의 방어망을 치며 광주를 고립시켰던 곳이었지만, 오월의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가야 할 관문입니다. 택시운전사에서 외신 기자가 방어선을 뚫고 광주로 들어가 취재를 하고 이를 서방에 알렸듯이 이제는 담양이 오월 광주의 참 가치를 잘 살려 전국화하고 세계를 밝히는 역할을 할 때가 됐습니다.

 

담양에서는 그동안 3회에 걸쳐 학생들과 함께 하는 5·18내일학교를 운영했고, 2019년에는 창평 유천리에 있는 녹천 고광순의병장 기념관에서 처음으로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기념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군수님과 함께 4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는 담양에서 군민이 함께 하는 기념식과 오월에 대한 기록 활동 등을 추진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음양이 조화로운 땅, 담양에서 오월이 활짝 꽃 피우는 아름다운 대동공동체를 살려 갑시다. 마을에서는 마을 민주주의와 자치가 살아있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에서 주민자치회가 제 역할을 다하며 지역의 미래를 가꾸고 있습니다. 성별의 차이, 세대의 차이, 종교의 차이를 넘어 함께 대동의 가치에 부합하게 대동단결의 문화를 살리는 일, 생태도시 담양이 인문학의 거점이 되기 위한 노력들, 그리고 최근에 코로나19에 맞서 대동단결해 청정한 고을을 지키고 가꾸는 우리들이 오월의 주인공입니다.

 

올해 사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심전심으로 대동 공동체를 가꾸고 계신 담양의 사회단체, 농민단체, 주민자치회와 마을들 그리고 소규모 공동체와 협동조합, 종교단체, 교육단체 등이 망라 된 50개 이상이 참여하는 행사추진위원회를 만들어갑시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몇가지 사업을 알차고 의미있게 추진하고자 합니다. 소통의 문이 열려있습니다. 이제까지 멋진 담양을 가꾼 분들이 앞장서고, 미래 세대인 젊은이들과 함께 소통을 넘어 대통의 길에서 함께 만납시다. 대덕면 공식인사말로 인사드립니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