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담양사람 담양에서-이병노 담양뉴비전연구소장
[특별기고] 담양사람 담양에서-이병노 담양뉴비전연구소장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1.09.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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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성을 쓰시는 올해 89세 되신 할머님이 계십니다. 집에 혼자 계시지만 정신도 맑으시고 무릎만 썽썽하시다면 뛰어다니기도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할머님은 대전에 사는 딸집에 잠깐 계시다 이내 고향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딸내집서 편히 계시지 왜 내려오셨어요?”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딸이랑 사위가 겁나 잘하지만 내집이 좋제. 옆집 순덕이네랑 김샌댁이랑 말도 하고.”

필자는 2003년부터 용면 두장리에 터전을 마련해 살고 있는데 그동안 알고 지내시던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아 소식을 물으면 외지 사는 자식들이 요양원에 모셨다는 소식을 간간히 듣게 됩니다. 실은 간간히 듣는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 그런 소식입니다.

그럴 때마다 평생 사시던 고향을 떠나 얼마나 외롭고 힘드실까하는 생각에 늘 안타깝고, 수년째 소식 없던 분들이 부고와 함께 덩그러니 영정만 돌아오는 걸 볼 때면 찢어지는 가슴을 가눌 길 없습니다.

저는 담양군 주민복지실장을 지내며 여러 가정사를 알게 됐고 많은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 어르신들을 위한 일은 나라에서도 못하고 대형병원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고, 그때부터 사명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한뙈기 논밭이지만 조상대대로 내려온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지킨 우리내 어머니 아버지들은 1920년생부터 1940년대 생들이 많으십니다. 전쟁과 산업화 등 실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변혁을 겪으신 분들이시죠.

이제 그분들이 하나둘 떠나시는데 고향이 아닌 자식들 사는 타향에서 외롭게 계시다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부끄러운 자화상이고 꼭 힘 모아 극복해야할 사회적 문제입니다.

자식들 입장에선 남들 눈 부끄럽다고 부모님을 대처로 모셔 가지만 어디 고향만한 곳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평생 지켜온 마을을 떠나지 않고 또 친구분들과도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방안을 만드는데 늘 고민해 왔습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부모님 마음을 달래드리고 동시에 어르신들의 뜻을 받들 수 있는 효도행정을 연구하고 마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는 40년의 공직생활과 노부모님을 가까이 모시고 느낀 점을 토대로 실현가능한 방안을 강구해 이를 두고 향촌복지라 이름하였습니다.

구순을 넘기신 제 양친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시대와 우리가 사는 담양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깊이 성찰한 결과였습니다.

요즘엔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치매가 오면 대부분 요양병원에 입소하시게 됩니다. 노인요양병원이 많이 생겨 어느 정도 해결책은 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 마음이 안 놓이고 그마저 대부분 도시외곽에 있어 문병 한번 가려해도 찾아가기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원하다 보니 평생을 함께 한 이웃과 헤어지게 되고 그리운 얼굴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결국엔 외롭고도 괴롭게 여생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겁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산이 보이는 곳에서 마을사람들이 문병 오기도 편하고 같이 입원하여 평상시 같이 생활하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그런 향촌복지를 실현해 담양사람 담양에서라는 말이 실감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자식들도 마음 편히 지내고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실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면상 세세히 설명드릴 수는 없으나 지역을 권역별로 나눠 기존시설만 잘 활용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담양군에서만큼은 외로운 여생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우리 모두 제도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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