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여행⑨ 배추흰나비
나비여행⑨ 배추흰나비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1.06.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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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기후변화 나비여행⑨ 농업 생태계의 바로미터, 배추흰나비-송국 담양에코센터장

“♬~ 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갈까요 님 찾는 하얀 나비 ♬~.”

이른 봄 농경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흔하고 널리 분포돼 있는 온대성 나비

기후따라 출현·군집·분포변화 달라져
기후변화 지표나비로 지정 관리
배추흰나비, 담양 금성산성
배추흰나비, 담양 금성산성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나비여행⑨ 배추흰나비

배추흰나비(Pieris rapae)는 지금으로부터 약 6천만여년 전 신생대 제3기의 전기에 출현했다. 이후 신생대 제4기의 한랭한 빙하기와 온난한 간빙기를 여러번 거치며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기후대의 이동 등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이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살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농경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흔하고 널리 분포돼 있는 온대성 나비이다.

배추흰나비로 이름이 지어진 것은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1947조선생물학회에 발표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 이 종류는 조선에 가장 풍산(豊産)할 뿐만 아니라 북반구 온대지방에는 어디나 있어서 배추에 해를 주니 배추흰나비라고 부르기로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애벌레는 배추, , 케일, 유채 등의 십자화과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란다. 성충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5~6회 발생하며, 겨울에는 번데기 상태로 혹독한 추위를 견딘다.

마을 주변 농경지에서 쉽게 관찰되는 나비로 이른 봄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부터 나타난다. 남부와 중부지방에서는 북부지방보다 2주 정도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발생 횟수도 많으며 개체수도 풍부하다. 기후변화에 따라 계절에 따른 발생횟수와 출현시기, 군집변화, 분포변화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 농촌진흥청에서는 기후변화 지표나비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이 친구는 주로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배추, 무 등의 잎에 알을 낳고 꽃밭에서 사랑과 슬픔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하얀 나비이다. 꽃줄기에 피는 장다리꽃 중에 배추는 노란색으로, 무는 연보라색으로 핀다. 아래에서부터 꽃자루가 어긋나게 피어 올라가는 총상화서(總狀花序)이다. 각각의 꽃들은 그리 오랜 동안 피지 않고 일찍 시들어 곧바로 기다란 열매를 만들고 다음 세대를 위해 씨앗을 준비한다.

 

~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 -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

- 어디로 갈까요 님 찾는 하얀 나비 ~.”

 

담양에코센터에는 젊은 시절에 나비 따라 하늘로 간 가수 김정호가 기타를 치고 있는 동상과 하얀나비노래비가 있다. 이 하얀 꽃나비는 노랫말처럼 꽃잎이 일찍 시들어도 슬퍼하지 않는다. 장다리 꽃밭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이름 모를 소녀임에 틀림없다.

꽃과 함께 그려진 나비를 품에 안거나 집안에 걸어두고 보면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고 믿어 생활용품에 꽃과 나비를 장식해 행복이 가득한 가정이 되기를 기원했다.

5천원권 지폐에 도안된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 ‘초충도에 그려진 나비는 종을 특정할 수가 없다. 학술적으로는 종 동정이 불가능한 국적불명의 나비이다. 아마 당시에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중국에서 들여온 화책을 보고 그린 그림들일 것이다.

남나비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남계우(南啓宇, 1811~1890) 화백은 나비를 직접 채집해 실물을 보고 그렸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년 전 서울 경기 지방에 서식하는 나비들을 그림으로 남겨놓았다. 작품성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의한 나비의 서식 분포와 생태, 개체변이 등을 알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곤충학의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이다. ‘화접도군접도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들은 농촌진흥청에서 기후변화 지표나비로 지정한 배추흰나비와 호랑나비, 노랑나비가 있다. 3종의 암컷과 수컷의 날개 색상과 크기, 형태, 문양, 앉아있는 자세, 나는 모양 등 지금도 금방 종을 알아 볼 수 있도록 실물과 거의 똑같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석주명 선생도 남계우가 그린 37종의 나비들은 암수까지 구별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 서식한 나비 종 연구를 위한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했다. 특히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圓山應擧(마루야마 오우쿄, 1733~1795)곤충도보(昆蟲圖譜)는 남계우의 나비 그림과 비교가 되지 못한다.’고 고려시보(高麗時報, 1941)에 기고했다.

생태도시 담양에서 수천 년 동안 농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농업 생태계의 바로미터로 살아온 배추흰나비가 살충제에 슬퍼하지 않도록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독극물 살포를 자제하는 작은 실천을 기대해 본다.

다음 호에 계속

 

이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