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농촌살이 庭園가꾸기 ④순천 이씨고택정원
전원농촌살이 庭園가꾸기 ④순천 이씨고택정원
  • 조 복기자
  • 승인 2021.06.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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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숨결 고스란히…스토리가 있는 정원

적산가옥·5칸짜리 안채 범상치 않은 옛집
이형석씨, 10년전 귀촌 결심 여생 보낼 터 구해

두터운 시멘트 마당 걷어내 잔디심고 나무심고
마르지 않은 샘물 활용해 만든 생태연못 ‘일품’

돌담·큰 바위 등 자연경관 살려 운치있게 설계
고택과 조화이룬 대숲 차경(借景)은 ‘한폭의 그림’

순천 이씨고택정원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가까이에 이씨고택 정원이 자리한다.

이씨고택 정원이 있는 두능마을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좌청룡 우백호의 기세가 등등하다. 제석산과 호사산 아래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대나무밭에 기운이 흘려 명당이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

이씨고택을 찾아가니 먼발치에서 범상치 않게 짐작됐던 바로 그 터다.

뒷산의 동백나무와 대나무숲의 정기, 그리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까지 있어 좋은 자리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옛날 집 주인은 4대째 천석꾼으로 살았단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이형석씨는 한때 부유하게 살았던 어느 노부부의 낡은 집과 터를 어렵게 구입했다.

2012년 귀촌을 결심하고 여생을 보낼 집을 마련한 이씨는 본격적으로 단장하기 시작한지 3년만에 현재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70대 중반의 이씨가 어떻게 짜임새 있고 구성지게 정원을 가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평생 서울에서 굴지의 건설회사를 다녔다는 말을 듣고 곧장 고개가 끄덕여 졌다.

1500평의 넓은 대지에 이르는 이씨고택 정원은 이씨와 그의 아내의 땀방울이 배어있다.

 

이씨의 집은 1920년대에 건축됐다.

한 채는 일제강점기때 지어진 적산가옥으로, 낡은 문과 벽체 등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 이국적인 집으로 재탄생돼 민박으로 사용된다.

다른 한 채는 남부지방의 전형적인 한옥이다.

천석군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았을 옛 주인이 수분함량이 적고 튼튼하기로 유명한 춘양목으로 지은 집이다. 허물지 않고 생활하기 편리하게 약간의 개조 정도로만 수리해 원래의 나무모양 그대로 자연스럽고 고풍스러운 휜 기둥과 대들보, 서까래가 보존돼 있다.

5칸 구조의 안채와 적산가옥의 지붕은 지금까지 6차례 페인트 칠해 윤기가 날 정도로 코팅 방수가 돼 전혀 비가 새지 않는다. 고택의 운치와 청색 페인트 지붕은 어색한 듯 하면서도 나름의 조화를 이룬다.

 

이사올 당시 마당은 두터운 시멘트로 덮여있었다. 이씨는 곧바로 시멘트를 걷어내고 마사로 복토해 잔디를 심었다. 현재 정원에는 1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감나무와 매화나무를 제외한 소나무, 초화, 관목은 전지해서 작게 키우고 있다. 집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여백의 미와 조망이 잘 되도록 정원수의 키를 낮춘 것이다.

이씨고택의 정원은 100년의 역사와 같이하는 돌로 탄탄히 싸여있는 돌담이 운치를 더한다. 담장위에는 덩굴식물인 백화등으로 덮여있다. 담장의 상단을 70가량 헐어내 봄에 하얀꽃이 핀 백화등 너머로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정원에는 옛날 우물 구실을 했을 샘이 있다.

이씨는 맑고 풍부한 샘물로 담장 옆으로 상지, 중지, 하지 등 3개의 생태연못을 조성해 수생정원의 정취를 살렸다.

우선 샘 밑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바닥에 마사토를 깔았다.

작은 연못에서 걸러진 물이 그 아래 제법 큰 연못을 걸쳐 맨 밑에 있는 조그마한 연못에서 다시 걸러지게 해 담장 밖 하천으로 흘러 보낸다.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로 청정한 생태연못을 탄생시키고, 연못 주위에는 수생식물인 수국과 창포, 부들, 연꽃 들이 자라고 있다.

집밖으로 흐르는 물이 눈에 띄지 않게 설계하고, 안채 정면 옆으로 우물을 배치하는 등 이씨의 지혜가 엿보이게 한다.

 

 

이씨는 대문에서 안채가 들여다보이지 않게 마당 중앙에 작은 동산을 조성했다.

또 안채 뒤편 울창한 대나무숲을 절개해 화훼류와 유실수, 녹차를 심고 가꾸며 키친가든을 조성하고, 키친가든 옆 경사지에 과일이나 채소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도 만들었다.

대숲을 파내면서 발견된 흙속에 파묻혔던 신령스러운 큰 바위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그 바위 틈에서 100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자란 천연분재 같은 백화등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주변에서 구한 자연석으로 두른 화단 경계,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은 부처를 닮은 할매바위, 소나무·감나무·다알리아를 심어 조성한 정원동산과 뒷산 대숲과의 차경(借景)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적산가옥과 5칸 짜리 안채와 조화를 이룬 이씨고택 정원은 지난해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우수상 수상했다.

그럼에도 이형석씨는 집 주변의 낡은 집과 뒷산 임야를 매입해 정원을 확장해 누구라도 편히 둘러볼 수 있는 숲정원과 산책로를 만들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씨고택 정원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