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여행⑧ 소철꼬리부전나비
나비여행⑧ 소철꼬리부전나비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1.06.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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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기후변화 나비여행⑧ 상륙작전은 소철 따라, 소철꼬리부전나비-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소철 새순만 먹는 기주특이성 강한 나비
기온 변화로 소철 따라 상륙작전 펼치듯
남해안과 내륙으로 분포 확대가 예상돼
‘기후변화 생물지표 나비’ 후보종으로 지정

생물 종 다양성이 확보돼야 건강한 숲
잡초·잡목이 애벌레 먹이요 나비의 밀원
나비가 살아갈 수 있도록 숲 가꾸기 했으면…
소철꼬리부전나비, 제주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소철꼬리부전나비

소철꼬리부전나비(Chilades pandava)는 지금으로부터 약 25백만여년 전 신생대 제3기의 중기에 출현했다. 이후 신생대 제4기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여러 번 거치며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기후대의 이동 등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이다. 중국남부, 대만,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 서식한다.

소철꼬리부전나비는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소철과 꼬리모양돌기의 특징을 합쳐 이름이 지어졌다. 최근까지 미접(迷蝶, 길 잃은 나비)으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제주특별자치도 전역에 서식하면서 월동이 확인돼 정착종이 됐다. 기온 등의 변화로 인해 소철 따라 상륙작전을 펼치듯 남해안과 내륙으로 분포 확대가 예상이 돼 환경부에서는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나비후보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은 소철이다. 소철은 은행과 담양의 명품 가로수 길을 이룬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살아있는 3대 화석식물로 불리어져 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27천만년 전인 고생대 페름기부터 수많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꿋꿋이 살아온 전설적인 식물이다. 성충은 주로 7월부터 10월에 활동하며 나비 상태로 겨울을 지낸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자신들이 먹고 살아가는 주식이 없어지면 그 대신 다른 먹잇감을 찾아 배고픔을 해결하고 삶을 이어가는 생명의 영속성이 이뤄진다. 하지만 나비 애벌레들은 편식성이 강하기 때문에 먹는 식물만 먹는 기주 특이성이 있다. 특히 이 친구는 오로지 소철의 새순만을 먹고 자라 기주특이성이 아주 강한 나비이다.

대표적인 나비 애벌레와 먹이식물을 나열해보면 호랑나비는 탱자나무, 남방노랑나비는 비수리, 암끝검은표범나비는 제비꽃, 푸른큰수리팔랑나비는 나도밤나무 등을 먹고 산다.

애벌레가 한 장소에서 먹이식물을 다 먹어치우고 나면 허기진 배를 채우고파 그 먹이식물을 찾아 이리저리 온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닌다. 필자가 사육을 하며 관찰해 보면, 대형 종인 호랑나비과의 애벌레들은 먹이가 부족하면 하루 동안에 거의 100m 이상을 이동하며 발이 부르터지도록 먹이를 찾아 헤맨다. 무분별한 벌목, 채취 등으로 먹이식물이 점점 사라지면 애벌레의 먹이가 부족해져 곧바로 멸종의 위험 속에 노출된다.

먹이식물은 탄소동화작용으로 몸에 필요한 중요한 양분을 만드는 잎을 나비 애벌레에게 나눠준다. 갉아 먹히는 잎사귀의 처절한 아픔과 고통을 참고 나비 애벌레를 자라게 한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면 그 보답으로 먹이식물에게 꽃가루를 옮겨주어 자손 번식의 기회를 준다. 먹이식물과 나비는 종족보존의 성스러운 기회를 서로 나눠 갖는 특이한 생태를 갖는다. 어떻게 보면 먹이식물과 나비와의 관계는 자식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이면서도 자신들을 위해서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 애증의 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듯 모든 나비의 애벌레는 먹는 식물만 먹는 독특한 먹이생태 진화를 해왔다. 자연생태계에서 먹이경쟁을 최소화하며 먹이생태계의 평형을 유지하면서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적응 진화해 온 것이다.

숲 건강의 척도는 생물 종 다양성이 확보돼야 숲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숲에 식물종이 다양해야 곤충이 다양해지고 파생적으로 개구리와 뱀과 새, 여러가지 포유동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숲속 먹이생태계가 평형을 이룬다. 어느 한 두 종의 식물로 숲을 가꾸게 되면 병해충 대 발생이나 화재 등의 재해에 자연적 치유 능력이 떨어져 숲이 일순간에 황폐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소나무나 편백나무 등 어느 특정 식물이 경제림이고 치유와 힐링을 위한 식물이라고 해서 편향된 간벌과 육림은 위험천만한 재앙 초래한다.

숲의 모든 식물들은 경제, 문화, 사회, 교육, 의료적 가치가 있고 치유와 힐링을 공유하는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더부살이 공동체이다. 생물다양성을 통한 자연보존의 소명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세칭 잡초와 잡목이라고 제거하는 식물들은 모두 다 애벌레들의 소중한 먹이식물이요, 나비들의 밀원식물이다. 비록 기후온난화 때문이지만 곧이어 자주 마주치게 될 이 친구들이 담양의 숲속에서 다양한 나비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숲 가꾸기에서 간벌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펼쳐질 것을 기대해본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