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농촌살이 庭園가꾸기 ③순천 화가의 정원
전원농촌살이 庭園가꾸기 ③순천 화가의 정원
  • 조 복기자
  • 승인 2021.06.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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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정원…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예쁘다

 

화가 부부 30년 가까이 1천평 정원 가꿔
뒷산 3천평 구입해 산책길 꽃동산도 조성
나무·초화류·조각상·소품들…자연스레 조화

 

수목 식재는 조경학 박사 남편의 영역
화가 아내는 정원을 캔버스로 여기고
구도·색상 고려 사계절 꽃피는 정원 가꿔

 

 

③순천 화가의 정원

순천시 별량면 송학리 장학마을 골목길을 걷다보면 화가의 정원이란 이름표가 달린 집이 발길을 잡는다.

라일락꽃과 관목으로 담장이 이뤄져 있고, 그 안에는 수백가지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2019년 순천시 개방정원 1, 2020년 전남도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화가의 정원이다.

집 마당에 펼쳐진 널따란 정원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까지 이어지는 면적이 1천여평에 이른다.

화가의 정원은 민명화 화가와 남편인 남웅 조경학 박사가 자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민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시골집을 26년전 구입하면서 탄생하게 된다.

 

민 화가는 정원을 캔버스로 여기고 구도, 색상을 고려해 정원을 꾸몄다.

정원 입구에서, 작업실 테라스에서, 식탁에서, 뒷산 산비탈에서 보는 위치에 따라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민씨 부부는 사계절 꽃피는 정원을 가꾸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백합, 나리, 수국 등 여름꽃이 지면 가을꽃이 피어나고, 겨울에 피는 닥나무와 동백나무를 심어 사계절 내내 꽃피는 정원으로 일구었다.

지금은 100여종의 나무와 200여종의 화초가 만발하는 정원으로 거듭났다.

 

화가 민씨는 산책을 하다 느낀 감동을 그림에 담아내고, 그림을 그리다가 얻은 영감을 다시 정원에 옮기고 있다. 화가의 정원은 한 폭의 그림이 된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에서 그려지는 작품은 보지 않아도 자연을 품은 영혼이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가 민씨는 집 한쪽에 마련된 화실에서 정원을 화폭에 담는 게 일상이란다.

마당 정원을 빙 둘러보고, 또 둘러보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 마당의 다양한 초화류와 조각상, 군데군데 있는 소품들이 정원의 품격을 높여준 것 같다.

정원의 소품조차도 긴 세월 속에 하나의 자연인 듯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한쪽에 활짝 핀 화려한 꽃들도 정원이 지닌 아름다운 색깔로 은근히 조화를 이룬다.

안집이 정원인지, 정원 자체가 안집인지 모를 정도로 적당한 크기의 나무들과 예쁜 초화류 꽃들로 둘러싸여 있다. 안집은 마치 동화책 속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는 궁궐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안집에서 나지막한 수목과 화초의 풍경사이로 멀찍이 보이는 운천저수지가 장관이다.

 

마당정원에 놓인 하얀 징검다리 돌길을 따라 뒷동산 산책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씨 부부는 더 넓은 정원을 꾸미고자 뒷산 3천여평을 구입해 꽃동산 산책길을 단장하고 있다.

수목 식재는 조경전문가 남편, 야생화 등 화초가꾸기는 화가인 아내의 영역이다.

이사 오면서 언덕배기에 심은 가시나무가 10m 남짓 울창하게 자랐다. 옆에 자생한 후박나무, 팽나무가 숲을 이루고 숲 아래에는 꽃과 잎, 수피가 독특한 음지식물이 가득 심어져 있다.

마당정원에서 뒷산으로 이어진 오솔길에 호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숲공원이 태어나게 된다.

산마루에 오르면 정원같은 마을과 운천저수지가 더 가까이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별량 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화가의 정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넋을 잃은 느낌으로 탄성과 함께 저절로 카메라에 추억을 남기게 된다.

 

민씨 부부는 가족의 공간을 외부에 조금씩 개방하기 시작했다.

대문이 아닌 마을 당산나무가 있는 옆문을 이용해 숲 산책길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정문이 아닌 옆쪽 주차장에 도착해 정원 뒷 동산 산책길로 발걸음을 내딛다보면 자연정원과 첫 만남을 하게 된다.

마을주민들은 주차장 옆쪽으로 들어와 뒷산 산책길을 걷고, 가시나무숲 아래 쉼터에서 머물고, 마당 정원도 한바퀴 돌면서 힐링을 하고 있다.

화가의 정원은 누구와도 공감을 나누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화가의 정원의 모습은 딱 한마디로 아름답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