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과 지질공원 ⑤부안·고창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국립공원과 지질공원 ⑤부안·고창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 김정주기자
  • 승인 2021.06.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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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이남 화산·퇴적 정보 간직한 타임캡슐

원생대~신생대 제4기 화산체…자연학습장 최적
지오파트너로 마을·음식·학교 참여 활성화 도모

부안군, 지질 6곳·비지질 10곳 연계 중점 활용
적벽·채석강, 호수 밑 퇴적된 격포리층 융기·침식

고창군, 운곡 람사르습지 중심 생태·지질공원 육성
선운산 유문암 넓게 분포, 갯벌 등 지질명소 가득

부안·고창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일원 520.3를 차지하는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은 고창군과 부안군 각각 6개소의 지질명소를 묶어 2017910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드넓은 서해와 아득히 긴 갯벌이 펼쳐진 곳곳에는 원생대부터 신생대 제4기까지의 암석과 퇴적물이 산재해 지질의 발달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학습장이다.

지질명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들은 한반도 이남에서 발생한 화산의 분출작용과 퇴적작용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곳에서 나타나는 구 또는 타원모양의 화산암 덩어리들은 백악기에서 신생대에 형성된 우리나라 화산암 종류에서도 화산체 형태가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안 지질명소

적벽강은 백악기 후기 거대한 호수 아래 퇴적된 격포리층이 솟아올랐다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

진흙 같이 알갱이가 작은 것이 굳어진 이암 중에서 층리가 얇은 셰일, 물기가 많고 굳어지지 않은 퇴적물에 뜨거운 용암이 덮이거나 흘러들면서 퇴적물 속 수분을 급격히 끓어오르게 해 수증기의 폭발로 퇴적물과 용암이 뒤섞여 만들어진 페퍼라이트, 유문암 주상절리 등을 볼 수 있다.

채석강은 7천만년전 중생대 백악기부터 바닷물의 침식을 받으며 쌓인 퇴적암이다.

격포리층 퇴적암으로 역암 위에 역암과 사암, 사암과 이암의 교대층, 셰일, 화산재층으로 이뤄져 아득한 옛날 깊은 호수 밑바닥에 화산분출물이 퇴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절벽에서는 단층과 습곡, 관입구조, 물결의 침식 작용으로 바다 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평탄한 암반면인 파식대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바닥에는 지각과 파도가 만들어낸 돌개구멍이 발달해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고여서 생긴 조수웅덩이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솔섬은 백악기 후기 석포응회암으로 구성돼 있으며 응회암 안에는 물에 뜨는 돌(부석)조각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퇴적구조를 띠고 있다.

또 솔섬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원통형 내지 널빤지 구조의 파이프 형태는 정확한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모항은 백악기 화산쇄설물(화산의 폭발적 분화에 의해 파쇄·방출된 바위 파편)이 퇴적된 화산력응회암으로 이뤄졌다.

이 화산력응회암 안에 2개의 석영맥이 교차해 생선뼈처럼 보이는 광맥계도 나타나며, 서서히 식어가는 화산쇄설물에 고온의 마그마가 흘러들어 적벽강과는 다른 페퍼라이트가 생성됐다.

직소폭포 주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이 주상절리들은 최대 1m 미만의 오각 또는 육각형으로 수직으로 수십m 이상 줄지어 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표에 노출된 주상절리 내 절리면이 쉽게 풍화되고 침식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으며, 주변의 응회암에서 볼 수 있는 응결조직과 물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폭포의 형성원리도 이해할 수 있다.

위도는 대리안산암, 망령봉 응회암, 벌금리층, 딴달래응회암, 유문암과 이들 암석을 꿰뚫고 흘러든 맥암류(암맥을 구성하는 암석)로 이뤄졌다.

위도의 북부해안을 따라 관찰되는 벌금리 퇴적암은 두께가 1m 이상으로 추정되며, 소리마을에는 안삼안과 유문암질 화산력 응회암의 경계, 화산력 응회암의 하부에 나타나는 고체의 변형과 액체의 흐름이 나타나는 유변성 조직, 안산암의 자가각력암, 중성암맥 틈으로 들어간 구조가 관찰된다.

 

고창 지질명소

선운산은 도솔산으로도 부른다.

산마루는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며 동쪽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인천강에 유입돼 곰소만으로 흘러든다.

선운사 뒤편에 약 4에 걸쳐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84)이 펼쳐져 있어 봄이면 꽃으로 둘러싼 병풍같고, 사찰 앞 아름다운 계곡이 절경을 이룬다.

자연과 역사, 지질 이야기가 가득 찬 명소다.

유문암질 응회암이 퇴적된 이후 냉각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절리동굴이 있다.

또 낙조대와 천마봉 일대는 유문암과 응회암이 서로 다른 풍화작용을 받아 주로 유문암에서 형성된 수직에 가까운 암석절벽을 볼 수 있다.

소요산에서는 선운산 화산암의 마지막 유문암이 지속적으로 흘러들면서 마그마가 양파처럼 켜를 이룬 용암돔의 내부구조를 볼 수 있다.

또 유문암질 용암의 상승작용에 따라 수직방향으로 발달한 유동구조도 관찰된다.

아산면 반암마을 병바위는 유문암이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타포니 구조도 관찰된다. 이 바위는 주변의 화산력응회암보다 단단하고 치밀해 오랜 시간의 풍화작용을 이겨내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다.

또 병바위 주변의 암석들은 쉽게 부서지지 않고 큰 절리로 쪼개지는 까닭에 절벽을 이루는 기암괴석이 발달했다.

고창갯벌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곰소만 갯벌의 일부다. 머드와 같은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을 공급하는 강과 하천이 가까운 곳, 조석간만의 차가 큰 완만하고 평탄한 해안에 형성된다.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 연안과 아마존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에 포함된다.

육지에서 흘러온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로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전갯벌과 만돌갯벌은 서해안 갯벌연구의 중심지로 람사르습지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이 되고 있다.

명사십리는 8.5가량의 직선해안으로 평균 4m 이상의 조수간만의 차를 보인다. 물이 빠지면 모래바닥의 퇴적층을 구경할 수 있다.

모래나 자갈이 퇴적된 지형 주변에는 풍성 해안사구(모래언덕)가 발달해 바람과 해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완충지가 되고 있다.

운곡습지는 산지형 습지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학적으로 우수한 곳이다.

과거 계단식 논으로 경작에 사용되다 농사를 짓지 않게 되자 생태계가 회복되며 습지로 자연 복원됐다.

습지 주변은 선운산 화산암체의 일부인 유문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습지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시대의 무덤양식인 고인돌은 유문암 또는 유문암질 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근의 고인돌 채석장에서는 큰 바위를 채굴하고 이동한 과학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으며, 20여곳의 채석장에는 쐐기구멍으로 추정되는 곳 등 다양한 흔적이 남아있다.

 

지질공원 활용

부안군과 고창군은 각자의 형편에 맞춰 국가지질공원 브랜드를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부안군은 지질명소 6개소 외에도 변산8, 누에타운, 줄포만갯벌생태공원, 개암사, 청림청문대, 석정문학관, 매창테마관, 새만금홍보관, 신재생에터지테마파크, 마실길 등 비지질명소 10곳을 운영하는 등 지질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부안으로 떠나는 지질탐사여행 채석강·적벽강, 솔섬·모항·직소폭포, 위도, 문화·역사가 함께 하는 지질공원이라는 교육프로그램과 내가 만드는 채석강 이야기, 채석강 층층이 쿠키 만들기, 고형오디잼 만들기, 모항 갯벌체험 등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오파트너로 소노벨변산·모항 해나루가족호텔·NH농협변산수련원·바다호텔, 지오빌리지로 유유마을·모항마을, 지오스쿨로 전북대 과학영재교육원의 탐방교육도 참여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지오레스토랑으로 유유마을 한상차림·향토바지락죽·별장횟집, 지오카페 슬지제빵소, 지오프로덕트 층층이쿠키·오디고형잼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와 달리 고창군은 본청이 아닌 고인돌군과 가까운 곳에 생물권보전지역관리센터를 설치하고 환경과 지질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상주시키고 있다.

특히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운곡습지를 중심으로 생태와 역사와 결합한 지질공원을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질해설사와 함께 하는 선운산 지질과 역사이야기·지질과 자연이 어우러진 운곡습지 탐방해설이라는 교육프로그램과 나도 지질박사·지층 테라리움 만들기·도자기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오파트너로 람사르운곡습지 유스호스텔이, 지오빌리지로 호암마을이, 지오스쿨로 아산초교가 참여하고 있다.

지오레스토랑마을 용계마을·호암마을 생태밥상과 지오프로턱트 보리빵도 유명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