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여행③ 뾰족부전나비
나비여행③ 뾰족부전나비
  • 담양자치신문
  • 승인 2021.04.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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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기후변화 나비여행③-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은날개는 온풍을 타고, 뾰족부전나비
뾰족부전나비, 정읍 내장산 갈재, 2019.9.18.
뾰족부전나비, 정읍 내장산 갈재, 2019.9.18.

은날개는 온풍을 타고, 뾰족부전나비

기후 온난화로 남부지방서 성충으로 월동해

봄에 알을 낳아 세대를 이어가는 정착종이 됐다

 

더우면 새하얀 은빛 날개 수직으로 접고

쌀쌀하면 흑색날개 펼쳐 빛 흡수해 체온조절

날 땐 현란한 날개짓으로 빛 반사 천적 따돌려

 

지질시대부터 기후변화와 천적에 대응하며

생존경쟁에서 버티며 살아오고 있다

 

 

뾰족부전나비(Curetis acuta)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만여년 전 신생대 제3기의 중기에 출현했다. 이후 한랭한 빙하기와 온난한 간빙기를 여러 번 거치며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기후대의 이동 등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이다. 일본, 대만, 중국남부, 인도 등지에 서식하는 온난대성 나비이다.

애벌레의 먹이식물(기주식물)은 칡, 등나무 등의 콩과식물로 칡꽃이 피는 늦봄에 깨어나 주로 칡꽃을 먹고 자란다. 성충은 봄부터 가을까지 2~3회 발생하므로 서식지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산란을 멈추고 월동 준비를 해 겨울에는 나비 상태로 혹독한 추위를 견딘다.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1947조선생물학회에 발표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 이 나비의 앞날개 끝이 뾰족한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뾰죽부전나비(훗날 뾰족부전나비로 정정)로 이름을 지었다. 덧붙여 그러나 이 나비는 조선서는 한두 마리밖에 잡힌 일이 없다.’고 하여 당시에 이 나비가 미접(迷蝶)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미접은 길 잃은 나비로 원래 한반도에 살지 않던 동남아시아의 남방계 나비가 태풍이나 선박 등을 통해 잠시 날아와 발견된 나비로 월동을 하지 못한 종을 일컫는다.

그 이후 불과 80여년 만에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현재 남부지방에서 성충으로 월동을 해 이듬해 봄에 알을 낳아 많은 개체수가 다음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정착종이 됐다. 환경부에서는 기온 등의 변화로 서식지 분포가 점차 북쪽으로 확대 예상이 되는 종으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중 후보종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마치 군대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뾰족한 수가 없는 관심병 처럼 기후생태환경 연구를 위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관심나비이다.

이 녀석은 우리나라 부전나비과 중에서도 날개가 가장 큰 나비로 애벌레 먹이식물이 한반도 전역에 널려있는 칡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온난화돼 가고 있는 기후와 함께 해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북행하고 있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제주도에서 온풍을 따라 전남 남해안 도서지방은 물론이고, 무등산과 담양을 지나 전북 순창 갈재를 넘어 정읍 월령습지에서도 발견한 적이 있다.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서 정읍시 내장동으로 넘어가는 내장산의 고갯길은 해발 350m의 갈재(葛岾)이다. 갈재는 칡갈, 고개재인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칡이 많이 있어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지금도 칡이 많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뾰족부전나비가 북상하며 넘어가는 접로(蝶路, 나비 길)임에 틀림없다. 애석하게도 이 갈재는 현재 추령(秋嶺)으로 개명돼 아쉬움이 남는다.

나비 날개의 진화과정에서 노출의 방향 설정은 곧 그 종의 멸종이냐 생존이냐의 중요한 갈림길이다. 뾰족부전나비는 노출면에서 양면 작전을 구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날개 색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뒷면의 눈부신 은색과 앞면의 흑색바탕에 암수의 청회색과 주황색 무늬로 위장하는 의태를 보여준다. 날씨가 더우면 태양광선에 뒷면의 새하얀 은빛 날개가 보이도록 수직으로 접어 빛을 반사하고, 쌀쌀하면 흑색바탕이 있는 앞면을 수평으로 펼쳐 빛을 흡수해 체온을 조절한다. 또한 날아갈 때에는 은색과 흑색을 번갈아 햇빛에 반사해 가며 좌우상하로 현란하게 날개짓하는 재주를 부리므로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적어 종족보존에 큰 역할을 해왔다.

천적이 볼 때에는 햇빛에 반사되는 은빛 날개가 눈이 부실 것이다. 마치 영화 적벽대전에서 유비군이 금속 방패 뒷면을 거울처럼 반짝거리게 닦아 조조군이 가까이 오면 햇빛을 향해 돌려놓아 강렬하게 산란(散亂)한 빛을 발사해 방어하는 방법과 같은 전법을 구사한다. 이 빛은 맹금류의 눈처럼 강렬하고 보다 더 크게 보여 나에게 접근하면 뭔가 보여 주겠다라는 신호처럼 보일 것이다.

뾰족부전나비는 지질시대부터 현생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와 천적에 대응하며 생존경쟁에서 꿋꿋이 버티며 살아오고 있다. 이런 은빛 날개 마술을 부리는 친구들이 생태도시 담양에서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온실가스의 주범인 자동차를 적게 타고 걷기운동의 작은 실천을 기대해 본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