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들, 봉산초교 6명·금성초교 1명 농촌유학 오다
서울학생들, 봉산초교 6명·금성초교 1명 농촌유학 오다
  • 조 복기자
  • 승인 2021.03.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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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맘껏 뛰 놀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지저귀는 새소리 들리고
선생님, 누나와 형들
어르신, 경찰아저씨까지
친절하게 대해줘서
즐겁고 신이 나요”
봉산초교는 3월 개학과 동시에 서울 남산초교 함규빈 학생, 위례별초교 박도은·장채은·장주영 학생, 서울 신동초교 김준우 학생, 유치원생 함규리 양 등 농촌유학을 온 6명의 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어 놀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함께 지내는 누나와 형들도 친절하게 대해줘 외롭지 않고 즐거워요.”

서울학교 학생들이 3월 새 학기에 봉산초교(6)와 금성초교(1)에 농촌유학을 왔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시골학교들의 애로를 해소하고자 전남도교육청과 담양교육지원청이 추진한 최소한 1학기 시골에서 살아보는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의 첫 결실로 이어져 주목된다.

여기에 전남도교육청이 서울시교육청과 손잡고 농촌 유학을 권장한 것도 시골학교에 활력이 넘치게 하는데 한 몫 했다.

봉산초교로 유학 온 서울 학생은 유치원·1학년·3학년·4학년 각 1명과 5학년 2명 등 모두 6명이다. 금성초교에는 5학년생이 유학을 왔다.

이들은 엄마와 함께 생활하거나 친척을 따라, 또는 가족들 곁을 떠나 혼자 용감하게 농촌유학을 결심했다.

숙소는 담양교육지원청에서 사전에 신청을 받아 배정했다.

엄마나 친척과 함께 유학 온 학생들에게는 한옥 한 채를, 홀로 유학생에게는 위탁농가를 연결해줘 가족단위로 내려오건 혼자 내려오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학교는 물론 지역주민, 치안센터까지 나서 이들을 반기고 있다.

봉산초교는 유학생들에게 시골학교만의 매력있는 방과후수업을 체험 위주로 편성하고, 건강과 안전을 보살피고 있다.

학생들이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은 대도시 생활을 접고 낯선 시골생활을 선택한 학생과 가족들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돌게 됐다며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봉산치안센터는 매일 등하교 시간에 학교에 나와 유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챙기고 있다.

이처럼 자상한 선생님과 지역사회, 다정한 친구들 덕분에 농촌 유학생들은 처음엔 서먹했던 학교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농촌유학생들의 하루

봉산초교에 유학 온 서울 학생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너무나 즐겁다.

이들은 온라인수업으로 인한 온종일 집콕생활에서 벗어나 날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데다 앞으로 있을 현장 체험학습을 손꼽아 기다린다.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예전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서울과는 달리 아침마다 들려오는 새소리와 학교를 오가며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봤던 대나무를 집이나 길가에서 흔하게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학교 체육관과 달리 늘품관은 늘 열려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신이 난다.

처음엔 시골 친구들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매일 만나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다 보니 금방 친해지게 됐다. 매일 나갈 수 있는 학교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이 가장 맘에 든다.

시골이라 그런지 차량통행이 한산해 축구장이나 농구장 같은 놀이공간을 가려고 위험한 도로를 건널 필요도 없고 학교를 오갈때도 교통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골 친구들과 매일처럼 피구도 하고 방과후 수업으로 관악부에서 처음 배우는 튜바와 드럼도 마냥 신난다.

학생수가 적어서인지 선생님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

남자 선생님들이 많아 체육시간이 더 즐겁고 앞으로 있게 될 자연체험이나 문화체험활동도 기대가 된다.

한옥에서 처음 생활해보는데도 화장실과 욕실, 부엌과 거실도 실내에 있어 생활하는데 불편을 못느낀다.

홀로 농촌유학길을 선택한 김준우(5학년) 군은 큰아빠 큰엄마로 부르는 위탁학부모는 물론이고 큰아빠네 누나들과 형들도 잘 대해줘 전혀 외롭지 않다면서 넓은 마당에서 강아지랑 고양이 등 동물들과 놀 수 있고, 틈틈이 큰엄마랑 하는 배드민턴도 즐겁다며 시골생활에 만족해했다.

 

#유학생 맞은 봉산초교

봉산초교(교장 임금순)는 앞으로 서로 다른 환경의 아이들이 소통하며 학교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어 기회가 닿는다면 농촌유학을 확대 운영할 생각이다.

자기표현을 잘하고 발표력과 논리력이 좋은 서울 아이들과 자연에 익숙한 시골 아이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친해지는 모습에서 도농상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유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날씨가 풀리는 대로 면앙정, 송강정 등 주변의 문화유적은 물론 영산강과 담양의 인물 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각종 체험학습도 준비하고 있다.

또 관내 마을학교들과도 연계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담양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농촌유학생 농가에 인증패

담양교육지원청은 지난 23일 담양군 자치행정과장과 학교장 등 지자체 및 교육관계자 20여명과 함께 서울 유학생을 따뜻한 가족으로 맞은 담양 봉산초와 금성초의 농가를 방문, 전남농산어촌 유학 농가 인증패를 부착했다.

전남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은 전국 최초의 도교육청 주관 프로그램으로 전남 이외의 도시 학생들이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온마을 돌봄을 연계한 생태·환경 체험을 위해 6개월 이상 전남으로 전학을 와서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봉산초·금성초 농촌유학생 농가는 유학생이 집에 온 이후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쳐나며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바른 인성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봉산초 농촌유학생 박모(5)군은 지난해 서울에서는 원격수업하는 날이 많아서 친구들과 만날 수 없어서 답답했는데, 여기에서는 매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금성초 농촌유학생 정모(5)양은 담양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후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흐뭇해했다.

김철주 교육장은 서울 유학생을 맞이한 두 농가 부모가 고맙다면서 서울에서 온 농촌유학생이 마을-학교-지역사회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빛깔과 향기가 다채로운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