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무리 생각해도 메타랜드 홍살문은 생뚱맞다
[칼럼] 아무리 생각해도 메타랜드 홍살문은 생뚱맞다
  • 김정주 편집국장
  • 승인 2020.07.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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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정주 편집국장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신성한 곳일까, 아니면 즐겁고 편안하게 쉬다 가는 관광지일까?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담양군이 최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초입 부분에 홍살문을 설치하면서 가로수길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됐다.

우연히 만난 메타랜드 관광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중얼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본지는 외래수종 메타세쿼이아가 쭉쭉 뻗은 가로수길의 이국적인 풍경에는 홍살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취지로 메타길 입구에 설치된 생뚱맞은 홍살문이라는 기사<720일자 2>를 게재했다.

이 기사를 쓴 계기는 보호해야 할 신성한 곳이라는 논리로 메타길에 홍살문을 설치했다면 같은 이유로 여기저기에 홍살문을 설치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담양군 관계자는 자신의 SNS홍살문이 설치된 곳 안에는 중요시설 또는 보호해야 할 신성한 시설물이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담양의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보호하고 신성시해야 할 메타길 입구에 홍살문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 글을 접하고 어리둥절했다.

일견 타당한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견강부회식 억지 논리라는 생각이 든다.

메타길이 아끼고 보전해야 할 담양의 소중한 자연유산임에는 틀림없다. 메타길은 우리 모두가 정성들여 가꾸고 잘 보존해서 후손에 물러줘야 하는 자연유산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신성한 장소는 아니다. 즐거움과 힐링을 제공하는 관광지라는 사실은 누구에게 물어도 자명하다.

자연유산에 홍살문을 설치한다는 논리라면 관방제림과 추월산은 물론 병풍산, 삼인산, 가마골계곡, 대전천 습지, 한재골 계곡 등 모든 소중한 자연유산들에도 홍살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말인가?

신성시하다는 말은 국어사전에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다로 정의돼 있다.

그렇다면 메타길이 거룩한 대상이고, 성스러운 대상인가. 메타길을 거룩하고 성스러운 대상이라고 우기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메타랜드의 성격에 비춰봐도 홍살문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곳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메타프로방스, 산토리니 등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기후변화체험관과 개구리생태공원, 에코센터 등 독특한 구조의 현대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곳에 전통문화와 신성성을 거론하며 홍살문이 괜찮다고 우긴다면 똑 같은 이유로 메타프로방스에 한옥을 짓는 것도 장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메타길 홍살문이 관광객 1천만을 지향하는 담양군의 관광정책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돼 편하게 와서 걷고, 먹고, 쉬고, 놀다 가려는 사람들에게 엉뚱한 홍살문과 전통문화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구차한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 신성한 관광지(?)라는 말에서는 불편함만 느끼기 십상이다.

홍살문이 메타길을 신성시하고 보호하자는 취지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메타랜드의 관문이자 랜드마크 성격으로 설치된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거대한 메타세쿼이아에 가려져 랜드마크는 물론 메타랜드 관문의 역할도 할 수 없는 홍살문을 합리화하려는 담양군의 의도가 궁금하기만 하다.

어울리지 않는 홍살문을 강변하지 말고 적당한 장소로 옮기고 메타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아치형 구조물이나 메타세쿼이아 상징물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관광객들조차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메타랜드 홍살문.

아무리 생각해도 메타랜드는 거룩하고 성스러운 곳이 아니다.

곱씹어 생각해봐도 메타랜드 홍살문은 생뚱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