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명인과 함께 하는 한지공예 4
김미선 명인과 함께 하는 한지공예 4
  • 김미선 담양군 종이공예명인
  • 승인 2019.10.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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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호공예

 

씨앗통
함지박
헤어진 대바구니 한지 죽붙인 모습
조족등

 

한지공예에서 백미로 꼽히는 지호공예는 한지의 발달과 동시에 태어난 공예기법이다.

지호공예는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신라 때 한지로 불상을 만들었다는 설이 전하고 있으며 지호기법으로 만든 종이불상으로는 보물 415호 경주 기림사 건칠보살좌상, 보물 1544호 나주 심향사 건칠아미타여래좌상, 보물 1545호 불회사 건칠비로자나불이 있다.

본격적인 지호공예는 일반 서민계층이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지를 이용해 생활소품을 만들어 사용한 조선 중엽부터 시작됐다고 여겨지고 있는데 여러 차례의 전란으로 인한 제지술의 쇠퇴와 값싼 서양 종이에 밀려 한 때 한지가 대중성을 잃고 근근히 명맥만 유지해왔다.

그러다 최근 한지의 우수성과 친환경적 요소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다양한 한지가 생산되고 또 이를 이용한 공예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오늘날 지호공예기법은 여러 방면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닥종이인형과 여러 가지 조형품을 만들어 예술성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폐지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호공예는 쓰고 버린 폐지나 글씨 연습용 파지 등을 물에 불려 녹인 뒤 풀과 함께 짓이겨 종이찰흙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이 찰흙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과 파지에 풀을 발라가며 붙이는 방법이 있다.

종이찰흙이나 풀을 바른 한지가 마르고 나면 몸체에서 분리시켜 색깔이 있는 한지를 붙이고 무늬를 오려 붙여 장식하거나, 염색한 뒤 들기름칠, 콩땜, 옻칠, 주칠, 시칠로 마감을 했다.

염색법으로는 선염색과 후염색이 있으며 자연염료로 황토와 갯벌을 주로 사용했는데 오늘날에는 염료의 발달로 다양한 염색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 할 수 있으며 함지박, 표주박, 씨앗보관용 항아리 등을 만드는데 주로 이용됐다.

특히 채독(지독)은 종이를 삶아 짓찧어서 만드는데 산간지방에서 마을 곡식을 보관할 때 많이 사용했다.

또 지호대야는 규방의 여인들이 많이 사용했으며 물이 새지 않도록 옻칠이 사용됐다.

지호요강도 옻칠을 사용했으며 여인들이 장거리 이동시 가마 속에 넣고 다녔다.

표주박은 물을 떠먹을 때 쓰는 그릇으로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반으로 쪼갠 모양의 바가지로 폐지를 삶거나 물에 불려 풀과 함께 하여 만들어 사용했다.

 

종이찰흙 만드는 과정

1) 창호지나 폐지를 모아 콩대나 고춧대를 태운 재로 만든 잿물을 넣고 삶아준다.

잿물은 종이의 부패를 막고 종이 조직이 잘 풀어지게 한다.

2) 충분히 헹궈 잿물을 뺀다.

3) 물기를 제거한 종이(한지)를 손으로 잘게 찢는다.

4) 찢은 종이를 다시 한 번 물에서 푼다.

5) 물기를 빼고 찹쌀풀이나 밀풀을 넣고 잘 치대고, 점성을 더 높이기 위한 절구질을 한다.

6) 함지박이나 물동이, 항아리 등 형태를 잡아 젖은 종이를 덮고 그 위에 종이찰흙을 붙인다.

(분리를 편하게 하고자 비닐 랩을 이용해도 무방하며 형태에 따라서는 뒤틀림을 막고자 삼베를 붙이기도 한다.)

7)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주고 다 마르면 분리시키고 모양을 다시 잡아준다.

8) 색상 있는 한지를 발라 꾸미거나 염료를 이용해 염색한다.

9) 염색이 끝나면 콩땜이나 들기름칠, 옻칠, 시칠로 마감한다.

10) 서양종이도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한지보다는 점성과 엉킴이 약하다. 이를 보완하려면 삶아서 물기를 뺀 뒤 찰밀가루를 101의 비율로 섞어서 시루에 찐 다음 절구질을 통해 떡처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