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가다
생기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가다
  • 조 복기자
  • 승인 2019.07.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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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성면 가라실마을
계약재배 콩 전량수매…공동체사업 뿌리 내리다

두부·청국장 판매로 소득 올리자 사업영역 확장
SNS마케팅 판로 개척…도시민 농사체험도 인기
설채원·황인영·황경희씨 리더 3인방 묵묵히 헌신
주민들, 약속 지키는 리더 신뢰 영농법인에 참여

담양군의 풀뿌리경제 활성화와 주민자치 장려에 발맞춰 보다 나은 주민공동체를 만들려는 논의가 한창 일고 있다.

많은 마을과 공동체들이 보다 활성화된 주민공동체를 꿈꾸며 마을사업과 도시재생 등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주민간의 소모적인 갈등마저 발생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본지는 마을사업을 하려는 마을과 공동체에 작은 도움을 제공하고자 담양군과 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에서 추천받은 우수 마을을 중심으로 사업과정과 성공요인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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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실마을

고려 공민왕때(서기 1355년경)에 마을이 형성됐다. 가락곡마을로 불리어 오다가 조선시대부터 가라실마을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라실마을은 비봉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계곡마다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바단같이 펼쳐져 있다.

현재 18가구에 32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70~80세 이상이 27명으로 여느 농촌마을과 같이 고령화 돼 있다.

주민 70%가 농사에 종사하고 있고, 농토의 규모도 작은 전형적인 시골의 농촌마을이다.

 

# 영농조합법인 탄생

고령화 돼 가는 시골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침체된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황인영 이장과 설채원씨 등 주민 몇몇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살기좋은 공동체마을로 변모시키려는 노력에도 마을주민들이 선뜻 동조하지 않았다. 뭔가를 오해하면서 질투와 반목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묵묵히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면서 마을발전의 밑그림을 그렸고, 마을주민이 생산한 두부생산 원료인 서리태 콩을 약속대로 구입했다.

두부의 생산과 판매가 가시화되자 대다수 주민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을공동체 사업에 마을주민 90%가 참여하고 있다.

마을에 활기가 띠게 되고 쏠쏠한 소득을 거두게 되면서 주민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라실마을 구성원들은 스스로 마을 자치규약을 만들어 수시로 모정과 마을회관에 모여 마을사업관련 일을 함께 논의해 결정하고 있다. 매월 1일과 15일에는 마을 전 주민의 참여로 마을 대청소를 하는 등 모범적인 공동체마을로 자리잡아갔다.

하나로 뭉친 주민들은 담양군의 풀뿌리공동체에서 실행한 마을사업 준비단계에 참여했다. 가라실마을의 농산물을 1차 생산·판매에 머물지 않고 마을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가라실 주민과 농부의 마음을 담았다는 의미로 가라실농담이라는 영농협동조합법인을 탄생시켰다.

 

 

# 마을사업 경과

이 마을은 1980년대 콩 재배 우수단지로 선정될 만큼 콩을 재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착안해 콩을 활용한 친환경먹거리를 생산·가공해 판매하고자 두부를 사업아이템으로 정하고 2015년 담양군 지역창안대회 창업공동체부문 사업공모에 참여했다.

다행히 지원대상 마을로 선정되면서 마을 공동작업장을 두부공장으로 개조해 식품제조가공업 허가를 받고 가라실농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두부의 원료인 콩은 가라실마을에서 생산해 사용했다. 가라실마을은 두부에 머무르지 않고 청국장, 된장, 고추장까지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두부와 청국장 판매가 성과를 내자 각종 발효식품과 김부각을 개발·제조하고, 도시민을 대상으로 각종 농사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하며 2015년 담양군이 실시한 행복한 마을 만들기 경연에서, 이듬해 전남도가 진행한 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 경연에서 각각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두근근 행복매단 가라실 마을브랜드 개발로 상품 가치를 향상시키며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매장에 당당하게 가라실농담이라는 이름을 걸고 납품하고 있다.

가라실마을은 2018년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숙원이던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고 마을 정비계획도 착착 진행하는 등 더 큰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 마을사업의 리더

고령화된 농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누군가가 앞장서 희생해야 한다.

가라실마을도 공동체사업에 뿌리를 내리게 노력한 리더들이 있다.

마을을 더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꺼내놓고 가라실농담의 두부를 기획한 전통발효식품연구 전문가 설채원 대표, 마을과 부모를 위해 웹전문가의 길을 버리고 귀촌해 마을사업 전문가로 변모한 황경희 사무장, 오랜 세월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을 위해 헌신해 온 황인영 이장이 그들이다.

특히 황 사무장은 인터넷 관련 전문지식을 활용한 SNS마케팅을 통해 가라실마을이 생산하는 각종 상품의 가치를 도시 소비자에게 알리고 체험으로 연결시키는데서 나아가 이들을 판매의 조력자로 만드는 바이럴마케팅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게 한 주역이다.

처음에는 먼 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마을주민들은 헌신적으로 앞장선 리더 3명의 진정성을 알고 영농조합법인이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 성공요인

주민들이 재배한 콩을 전부 사주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켜 소득을 보전하고 믿음을 심어줬다.

또 두부와 발효식품의 제조·가공은 물론 판매와 체험교실 운영 등 모든 과정을 주민에게 알리고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이와함께 자연과 어울리는 마을의 돌담길, 말무덤, 옛우물 등 추억을 소환하는 가라실마을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SNS를 활용한 바이럴마케팅을 도입해 판로를 개척해 나갔다.

특히 고객들에게 마을의 세시풍속을 알리고 여름의 복달임, 겨울의 정월대보름 행사에 초청해 시골의 정취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물론 원료의 생산부터 상품의 제조과정을 상세히 공개하고 모든 과정에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해 신뢰를 얻었다.